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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민샘과 이야기....관계형성에 대하여

  • 등록일
    2009/04/03 16:06
  • 수정일
    2009/04/03 16:06

종민샘과 이야기를 했다.

 

요 며칠 고민을 하셨던듯 싶다.

 

초등 2학년 여자아이....

할머니와 엄한 실직 아버지, 엄마랑 산단다.

엄마가 일해서 먹고 사는데 아버지가 너무 엄해서 아이가 많이 억눌려 있단다..

아이가 가정형편때문인지

마음을 꼭꼭 닫고 있고 남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면서 왠지 어른같은 아이가 되어버렸단다.

공부방에 와서도 자신에게만 애정이 쏠리기를 바란다는...자꾸 선생님을 독점하려 한단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과 다 함께 하는 활동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어서

종민샘이 걱정을 하시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피아노 학원을 가는 길에 며칠 배웅을 해 주었더니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그제서야 약간의 마음들을 비치기 시작했단다.

문제는 아이가 그때부터 종민샘을 독점하려는 것이란다....ㅎㅎ

어떻하면 좋을지...... 하고 물었다. 나에게...ㅎㅎ

 

난 개인적 관계형성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우선은 종민샘의 고민들을 해결하기 좋은 방식으로 개인적 관계형성을 권했다.

물론 이번에는 그런 방식들이 맞을 것 같기도 했고

특히 종민샘의 활동방식과 잘 맞을 것같아서 권했다...ㅎㅎ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교육에서 교사와 교육참가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형성에 대해서....  

 

그 초등2학년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자신이 의지할수 있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어떤 대상이 필요했던듯싶다.

이렇게 몇가지만 듣고 진단(?)/분석(?)하는 것이 엄청난 실수라는 것은 알지만

여하튼 여자아이에게는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했던 것같아서

종민샘에게 아이가 너무 지나치게 의지하려는 것을 억지로 거부하지 말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그 속에서 아이의 문제를 함께 풀어보라고...^^;;

처음에는 아이가 선생님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을 받아주면서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열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그러고 나서는 교사로써 선생님 스스로 아이와 어떤 교육활동들을 전개해보면 어떨지....

 

가령 처음에는 배웅을 위주로 진행하다가

조금 대화에 익숙해지면

사진을 이용해서 아이와 더 많은 이야기...즐거움들을 찾아보면 어떨지.....권했다....ㅎㅎ

 

나도 처음에 공부방 수업을 할때

유독 나에게 의지하려 드는 아이가 한둘을 꼭 있었던 것 같다.

 

문제는 내가 교육 혹은 교사라는 자각들이 덜 형성된 풋내기 시절...

차라리 그냥 자원봉사다...라는 생각이 더 강했던 시절에

이렇게 너무 나에게 의지하려는 아이를 만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하는 고민 속에서 잠시 아이에게 거리를 두려고 하는

일종의 자기도피를 교사 스스로 저지르고 말았던 것 같다...^^;;....

아이도 상처받고 나도 상처받고....^^;;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내게 의지하려 하는 아이가 있으면 받아주자...더 많이 의지하도록....ㅎㅎ

내가 무슨 나쁜 일하던 놈도 아니고 누구에게 피해주는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닌바에야

아이가 나를 선택하고 또 의지하려 한다면

그 아이의 결정에 충실이 따라주자는 생각이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너무 감정적으로만(?) 의지하려 할까봐 갖게되는 걱정은 항시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은

아이와 둘만의 약속을 하고 지켜냈다는 거다.

 

난 그 아이와 몰래 (다른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 둘의 약속)

난 그 아이와 몰래 (내가 하나를 하면 아이도 하나를 하는 방식으로)

난 그 아이와 몰래 (이 모든 것이 죽을때가지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라는)

둘만의 일들을 작당했다....ㅎㅎ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아이랑 나랑 둘만의 책읽기 모임을 했더랬다.

내가 동화책 한권을 읽으면 그아이도 한권을 읽고

그러면 둘이 몰래 그 아이 집앞에 있는 노점에서 떡볶이 한 컵(?)을 사먹는 것..

 

둘이 공부방을 몰래 빠져나와서

룰루랄라 떡볶이 먹으러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더랬다.

동화책 이야기에서 그아이 집이야기...교사인 나의 실수담...다른 아이들 흉보기 등등...ㅎㅎ

 

처음에는 아이에게 별다른 것이 없었다.

수업시간에는 여전이 혼자서 구석에 쪼그리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하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뭐 그랬다.

 

하지만 한달인가가 지나면서

아이는 나의 수업시간에는 약간의 반응들이 있었고

그런 아이를 다른 아이와 선생님들은 신기한듯 쳐다보고...

나랑 그 아이는 둘만 아는 비밀 인사법(책상 두번 두드리기...?..ㅎㅎ)으로 히히덕 거렸다...ㅎㅎ

그렇게 점점 늘어가는 책의 권수만큼

아이는 점점 다른 아이들과 친해져 갔고...대망의 한학기가 지날쯤

아이는 나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이젠 나랑 노는 것보다 다른 아이들과 노는게 더 재밌단다...ㅎㅎ

글구 동화책 읽는 것도 이젠 지겹다고....^^;;....ㅎㅎ

 

뭐 여하튼 아이는 여전이 나를 선생님으로 생각한다..??

(그 아이가 이번에 대학교를 졸업했다...지금은..??...백수다...

  떡하니 남자친구 자랑에 열올리기도 하고...지금은 과외하며 돈벌지만

곧 인테리어 쪽 일을 할 생각이란다...그래서 학원도 다닌다고....ㅎㅎ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아인 여전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랑 잘 안놀아줘서 섭섭하다는 것...??...ㅎㅎ...??...^^;;)

 

실은 두 달전에 그 아이와 술한잔을 했더랬다.

그 아이왈

소통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내가 써준 편지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단다...^^;;

(문제는 난 그 편지를 쓴 기억이 없어서 당황스럽고 미안하기도 하구.....ㅋㅋ

그래서 술값은 내가 냈다...ㅋㅋ)

 

지금 초짜 교사로써 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낯 뜨거워진다.....아니 쪽(?) 팔리다고 할까...?....^^;;

다만 가르치는 일이 자신이 없어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개인적 관계맺기에 주력했던 것같다.

교육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위험한 짓이겠다 싶지만...

당시 나에게는 그 방법 이외에는 아이들을 다룰 방법이 없었다.

 

종민샘에게

지겹도록 이야기 한것은

결국 공부방에서의 교육이라는 것은

어쩌면 "교육"이라는 전문가적 틀거리가 아니라

아이들과 개개인별로 어떻게 긍정적인 관계들을 형성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닐까...하고

답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나를 닮아 간다고

아이들이 너무 나에게 의지한다고 두려워하거나 피하거나 하지말고

차라리 받아주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선택된 것을 너무너무 행복한 선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선생이라는 것이 그런 행복감이 없으면 뭣하러 하겠느냐고도 했다.

 

다만 우린 교사이니

항상 아이랑 뚝딱뚝딱 무엇인가를 하면서 이야기해보고 관게를 맺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사진이나 그림이나 독서나...

그걸 공부방 아이들과의 비밀놀이로 진행하면...

각자 각 아이들과 그런 비밀 놀이를 하면

공부방이 더 재미있고 신나지 않을까...?....

 

종민샘에게 답했지만

실은 나에게
곧 수업을 시작할 나에게 주문을 걸어 보았다....ㅎㅎ

 

비밀 놀이 ...??...좋은데...크크크

 

그나저나

바쁘신 제자는(?) 한달이 넘도록 연락 한번을 안하는 군..

지 남자친구랑 놀 시간은 많은 놈이 나에게 전화할 시간도 아까운지...쯧쯧...??...ㅎㅎ

나의 제자들이

오늘 롯데리아에서 모임을 한다는데...시간은 나의 출근시간....크크

나쁜 놈들이다...맨날 밤에만 약속을 잡으니 갈수 가 없다...나쁜 놈들...ㅎㅎ

다들 잘 지내겠지...?.....보고 싶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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