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Lombard's Paradox

Warren Plimpton Lombard(1855-1939)가 이름지은 역설일건데,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은 2 Joint Muscle이다.

골반과 무릎 두 관절의 굴곡 신전에 모두 작동한다.

대퇴사두근이 수축하면 무릎은 신전되고 골반은 굴곡되고,

햄스트링은 반대로 작용한다.

쪼그려 앉아있다 일어나려면 무릎과 골반이 동시에 신전되어야 하는데,

대퇴사두근만 수축하거나 햄스트링만 수축해서는 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

인체는 놀라운 협응력을 발휘해 반대로 작용하는 두 근육의 수축으로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동작을 수행한다.

무릎, 고관절 운동에 두 근육이 동시에 쓰여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운동을 하는 경우

서로 일을 하려다 대퇴사두근이나 햄스트링이 다칠 수 있다.

대개 대퇴사두근보다 약한 햄스트링을 다친다고 한다.

 

근육 부상을 입은 운동선수의 경우

부상당한 근육만 회복된다고 다시 운동능력을 회복하는 게 아닌데,

단순한 동작 하나도 미세한 근육들까지 상호 작용하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협응력까지 회복되어야 한다.

 

http://thegaitguys.tumblr.com/post/52949161337/lombards-paradox-a-unique-look-at-the-cooperation-of

2014/08/24 17:18 2014/08/24 17:18

지나간다2014/08/17

전주공고 뒷편에 정체모를 건물이 하나 있었다.

주변을 산책하다 몇 달 전 발견했는데,

으리으리한 건물, 화려한 처마와 단청,

딱 봐도 뭔가 종교시설 같았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려니까, 그 날 무슨 행사 중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나와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멀리서 둘러보기만 했다.

 

오늘, 주변을 산책하다 그 근처를 다시 지나게 됐는데,

건물 주변을 서성거리니까 한 분이 나와서 안에를 둘러보겠느냐고 묻는다.

잡혀가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약간 겁이 났지만, 

호기심이 더 커서 둘러보겠다고 했다.

 

안에 미륵부처를 모셔놨다고 소개하면서,

다른 절들과 달리 천지신명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그랬다.

다른 절에는 천지신명이 없어서, 경박해졌다고.

요즘 종교는 복을 달라고 비는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한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댓가가 필요하다,

공덕을 쌓는 데에는 물질적인 것 만이 아니라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조상에게 공덕을 쌓는다는 뜻으로 건물을 가꾸고, 음식도 준비하고 그런다,

등등의 이야기.

깊이 이야기 나눈 게 아니라, 단편적인 소개들이어서 이것만 가지고 뭐라 평가하긴 어려운데,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통용될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자력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이계(異界)의 존재를 계속 언급한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여기 오게 된 건 공덕을 많이 쌓아서이다,

쉽게 오기 어려운 곳이다,

천지신명이 계신 곳이기 때문에 마음이 혼탁하거나 신기가 있으면 안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등등의 이야기도 나왔다.

 

차 한잔 마시고 갈거냐고 묻는데,

차까지 마시면 정말 빠져나가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양했다. ㅋ

 

돌아와서 찾아보니, 대순진리회에서 갈라져나온 대진성주회 계열이다.

아주 한적하고 으슥한 곳에 건물이 으리으리하고, 조경도 반듯반듯한데,

간판도 하나 없고, 불특정다수와의 접촉을 그다지 반기지 않을 분위기.

천연색, 차안의 것이 아닌 색 - 느낌이 썩 좋지 않다. 뜬금없고, 섬찟하기도 하다.

큰 귀신과 무당이 사는 느낌이랄까.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는 무리라는 게 단번에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길거리에서 포교를 당한 게 아니라,

제 발로 본진을 찾아간 셈인데.....ㅋ

http://daejinsj.org/sogae.html?id=dojang2

 

덧,

어떤 대순진리회 사이트를 훑어보니,

이거 완전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도배되어 있다.

( http://www.dsjr.org/kor/dskys/dskys07-02.php )

상제의 큰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

근대화가 필요했고, 그래서 일본이 들어와야 했고,

그래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게 했고,

국내에서는 진보회를 탄압해 일진회로 흡수시켰고, 일진회가 일본을 끌어들였고, 등등.

민중 봉기가 무산되도록 상제가 악천후를 만들었대나......

참... 지랄도 쌍쌍이다.

 

대순진리회가 증산교(강증산) 계열에서 갈라진걸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증산교 계열은 다 이런 식의 역사인식인가?

민족종교라고들 해서 반대일 줄 알았더니.. 음..

 

덧2,

지금은 기억에서 거의 희미해졌는데,

몇 해전, 갑오농민전쟁 당시 동학조직이 그리 단일하지 않았고,

갑오농민전쟁의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한 동학 조직들이 여럿 있었다는 글을 읽었다.

제주 이재수의 난에도 그 조직들의 영향이 있었다고 그랬는데, 조직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찾아보니, 영학당, 남학. 영학당은 1888년, 1889년에도 봉기를 일으키려다 실패.)

남학이 제주까지 세력이 있었고 이재수의 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창조가 있는 게 아니라,

맥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에 탄식했더랬다.

2014/08/17 15:03 2014/08/17 15:03

보는거가끔 꺼내보는 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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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6 20:20 2014/08/16 20:20

지나간다2014.4.20

세월호 사고 직후 음모론이 성행하는 것을 보며 끄적였던 글.

여전히 너무 많은 의혹이 있고, 드러난 증거들이 '음모'를 연상시키지만

그래도 우리는 명철한 지성을 믿어야 한다.

음모는, 오히려 권력자들이 더 좋아하는 방식이다.

진실이 희미한 가운데 덩달아 다른 많은 것들을 가릴 수 있으니까.

유병언 사체 관련해서, 난 그게 유병언 사체가 맞든 아니든,

그런 괴상한 방식으로 사건을 공개되면서,

누군가는 이를 둘러싼 답없는 논쟁을 기대했을 거라고 본다.

 


음모론으로 권력을 무너뜨리면, 남는 건 불신으로 가득찬 사회, 누구도 믿지 못하니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 그러니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야만의 세상입니다.

이 나라에 이토록 매뉴얼 하나 갖춰지지 않았었다는 데 너무 놀라며 분노하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가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가설들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논의가 불가능한 종교적 영역으로 쉽게 넘어가버립니다.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약자에게 투사하는 마녀사냥의 배경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어디로 튈 것인지는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오늘은 박근혜지만, 내일은?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중들의 공포가 야만으로 치달았던 사례를 역사에서 숱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국면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수습불능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체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저들은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 서곡을 보는 것 같아서 공포감이 듭니다.

좌파의 정체성은 좌파의 대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데 있지, 세상을 붕괴시키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쏟아지는 어떤 가설들을 지지하고 확산시키기보다는 점검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배의 구조변경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는지,
화물 적재에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는지,
승무원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있었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로 배를 운행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조난이 발생했을 때 지원체계는 갖춰져 있었는지, 등

시스템의 문제를 점검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게 우리의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위정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눈에 보이는 표적을 비난하면 되니 쉽게 동참할 수 있고 성과도 쉽게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는 당장 손에 잡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습니다.

2014/08/16 19:01 2014/08/16 19:01

지나간다2014.3.24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구호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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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과일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문제의 근저에 소유관계가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하면 '누구의 것도 아님'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이 지구를 현세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소유로 둘것인지, 과거를 살아온 인류와 앞으로를 살아갈 인류 모두의 소유로 둘것인지(그래서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되는) - 이것은 큰 차이다.

사적소유와 집단적소유가 아닌 '보편적 소유'.

대상화, 비주체화 등등 다 일정한 맥락에서는 의미있는 지적이지만, 권리는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타인의 권리를 대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주체가 주장하는 권리만 성립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권리는 교육받은 사람, 능동적인 사람, 정치적 주권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 인권의 최고봉을 참정권(내가 내 의사를 표방할 권리)으로 상정하는 서구 자유주의로의 도돌이표다.

우리의 운동은 지금이곳에 있는 나 혹은 우리에 국한되지 않는 권리를 지향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래세대를 빠트릴 수 없다. 미래세대를 고민하는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님'을 상기하려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라는 문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누구의 것도 아님'을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종종 보여서 끄적.

2014/08/16 18:55 2014/08/16 18:55

지나간다2014/08/12

아침 저녁 찬바람이 인다.

공기 속에 섞여 있는 가을바람이 구분되어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어느새 또 1년이 지나가는 건가.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을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그래봐야, 티끌의 티끌 같은 존재라는 허망함이

항상 교차한다.

 

정작 그 허망함 속에서도

호르몬의 노예를 벗어나지는 못하니

이 얼마나 이율배반인가.

 

올해 에어컨을 구매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구매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기게 됐다.

기특. 기특.

 

세월호 관련 싸움의 초점이 새민련에 맞춰지는 거,

별로 유효하지도 않고, 오히려 새민련에 빠져나갈 구멍을 안겨주는 것 같다.

새누리당을 놓아두고 새민련을 점거농성하는 건,

새민련이 '유가족 편' 혹은 '유가족에 가까운 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치 전반에 대한 압박이 되어야하는데,

지금 싸움 방식은 새민련에게 유가족을 '대리'하라고 압박하는 꼴이다.

주타켓이 현정권-새누리당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새민련이 타겟이 되면서

정작 정권-새누리당은 부담 가질 게 없어졌고

새민련은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격려', '비판적 지지'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농성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희극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김무성, 이완구 사무실을 비롯해

여야할 것 없이 야합 대상자들을 모두 압박하는 방식이었어야 하는데

드러난 현실은, 새민련 압박 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지리멸렬이다.

이것도 현재 운동역량의 주소일터이다. 여기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2014/08/12 10:22 2014/08/12 10:22

지나간다오늘날의 저항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 같은 장면들을 종종 목격한다.

'키보드로 혁명을 외치다' 같은 거?

이런 것들도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광범위한 믿음과

낡은 운동에 대한 조롱.

이렇게 말하지만 불과 몇 년 전 나도 저 부류에 가깝지 않았던가.

조금은 달랐다고 변명하지만, ...'변명'이지.

 

아무튼 갑갑하다.

2014/08/04 14:40 2014/08/04 14:40

도쿄대학 불교학과 / 정상교

자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글을 쓰게 되는데,

그만큼 재밌고 좋아서다.

할 일 없는 놈들이 밀짚모자 쓰고 수염 기르고는 세상 고민 전부 짊어진 것처럼 불교 한다고 지랄하더라. 그리고는 어디서 주워들은 쓰레기 같은 말들 가지고 장난만 치고... 그런 놈들이 '불교 하면', '중 되면' 나무 그늘에 붙어서 노래만 부르는 매미처럼 산다고 생각하고... 느리게 산다? 지랄들하고 자빠졌네. 그렇게 게으르게 살아가 도를 깨치겠나? 그런 소리 하는 놈들은 정신 차리게 뺨따귀나 몇 대 때리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 - p91-92

이런 구수한 입담이 계속 이어진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버려라, 버려라",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멈춰라", "일체유심조" 등등 이성을 포함 해 모든 걸 놓는 게(정확하게는 포기하는 게) 수련의 방편인 것처럼 소비되는 '구도' 상품들에 대한 비판이다. 이성을 직관의 반대말 쯤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는데, 엉뚱하게 짚은 거다.(MBTI에서는 직관-감각이 쌍이다.)

류시화를 비롯해 구도를 상품화시키는 일련의 무리들에 대해 불편함이 있었는데, 나의 불편함은 "깨달음의 길이라는 게 원래 그런건데, 나는 분별지를 버리지 못해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라는 자책과 의문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상교 씨는 불교가 철저한 논증에 기반한 '이성'과 누구가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경험'에 기반한 종교라고 설명한다. 제8식인 아라야식이라는 게 추상적으로 개풀 뜯어먹는 소리가 아니라, 수행을 통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식'의 하나라는 거다.

나에게도 학승을 선승보다 낮게 자리매기고, 돈오의 순간이 깨달음의 전부라고 멋대로 그려놓은 상이 있어왔다. 문제는 내가 그려놓은 그 상에, 나는 도무지 부합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건데, 언젠가부터 내가 부당한 대립쌍을 만든 것이라는 걸 깨닫기는 했지만,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은 선입견을 지우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

불교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내가 접하는 건 한국-중국 선불교 언저리일 뿐이었다. 불교의 역사, 갈라짐과 논쟁에 궁금한 게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풀리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입문서이고, 내 궁금증을 풀려면 어떤 책을 더 찾아서 읽어봐야할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는 의미다.

내가 막연히 인도철학-사상에 느끼던 불편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도 고민해보게 됐다. 따지고 보면 내가 처음 읽었던 불경, 금강경에서 느꼈던 감동은 내 멋대로 노장 식의 해석을 덧씌우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 그 땐 노장과 선불교를 구분해낼 수 없었고, 지금은 중국 불교가 노장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렇다해도 중국 불교와 인도불교, 티벳불교가 어떻게 다른지 접해볼 기회가 없었고 막연하다. 되짚어보면, 인도불교에서는 소승이 대세고, 중국-한국에서 대승불교의 꽃이 피었다는 식(대승이 소승보다 우월한 것)의 편견도 있었고, 티벳불교를 영성의 가르침 정도로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이러니 무지는 죄악이다.

1차결집 부터 시작된 불경의 성립, 상좌부와 대중부의 갈라짐,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여러 학설, 중관불교, 유식불교 등 불교 학파의 차이 등등, 내 의식을 열어주는 이야기들이었다. 어떤 책을 읽든 매번 느끼는 바지만, 우리의 의식은 유한하여 아는 만큼만 생각할 수 있고, 여기에 경험이라는 재료가 없으면 생각은 몽상이 되기 십상이다.

나머지는 다 읽고나서 쓰련다.

도쿄대학 불교학과 - 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도쿄대학 불교학과 - 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
정상교
동아시아, 2014

 

2014/06/29 10:06 2014/06/29 10:06

분류없음2014/06/11

만사 귀찮아지는 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딱히 해야할 일이 있어 사람들과 헤어졌던 건 아니지만,

차라리 일이라도 몽땅하는 게 나을,

그런 지경.

 

사람들과의 거리가 새삼 느껴지는 밤.

나에 대한 원망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그 바늘들이 나를 향하는 밤.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한,

외롭고 슬픈 밤.

세상은 단단하고,

우리는 너무 미천한데,

그 가운데에서 나는 얼마나 진솔했는지,

얼마나 사심을 분리시키려 노력했는지,

나의 문제를 투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계속 되짚어보는 밤.

 

내가 정말 묵묵히, 한발짝씩 걸어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못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사람이면 좋겠다.

2014/06/11 22:23 2014/06/11 22:23

분류없음2014/05/24

오랫만에 보내는 농성장에서의 밤.

 

모기향 냄새와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여러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제는 '대학 다닐 때'라는 표현을 써야하니

벌써 꽤 많은 시간을 살아냈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 무렵, 자리없음으로 불안함을 겪던 그 때,

농성장에서 체감하는 非常이 그 불안감을 메워줬던 것 같다.

그리 나이를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그 무렵과는 보는 것들이 달라졌다.

지금도 무엇 하나 내 자리가 없다는 투정을 곧잘 부리지만,

그 무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는 그렇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내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도 내 자리가 그리 비좁지는 않을 것 같다.

(이건 자신할 수 없는 말. 애당초 타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으니 제대로 볼 리가 없다.)

자리없음으로 겪는 불안함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했는데,

지금 나의 동력은 무엇일까?

 

농성장에서 빅히스토리(난 프레시안 출판사 본)를 읽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이야기 너무 재밌고 좋다.

최근 '거대사'를 처음 접했는데, 어렸을 적부터 내가 꿈꾸던 공부는 이런 분야였으리라 싶다.

물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파고들었던 것도,

그래서 지금도 물리를 배우러 다시 대학에 가고 싶다는 로망이 남아있는 것도,

물리 그 자체보다는

우주와 인간을 꿰뚫는 '이야기'를 갈구했던 게 맞는 것 같다.

이 책을 사기 전에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책을 먼저 샀는데,

그 책은 대충 넘겼고 정독하는 건 신시아 브라운의 책이 처음이다.

진화론과 우주. 그 동안 접해온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게 너무 신이 난다.

 

빅 히스토리 - 우주, 지구, 생명, 인간의 역사를 통합하다
빅 히스토리 - 우주, 지구, 생명, 인간의 역사를 통합하다
신시아 브라운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13

 

2014/05/24 12:29 2014/05/24 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