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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산

벌써 3주가 되었구나. 불곡산을 다녀온 지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글 쓰는 게 점점 게을러진다. 물론 사정이야 있겠지만...

 

지난 2월 5일, 고양시에 사는 당원들 일부가 불곡산 산행을 가기로 했다. 함께 가는 이는 최경순 + 김양희 + 최성연, 남정석, 배현철 + 준혁 + 수빈, 그리고 오동식, 모두 합쳐 성인 5명, 아이 3명이다.

 

11시에 오동식이 사는 부로농원으로 모였다. 산 속 작은 분지에 자리잡은 부로농원에는 밝은 햇살이 완연한 봄날처럼 환하게 넘쳐나고 있었지만, 집 뒤에 숨겨진 연못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그래. 아직은 겨울이지...

▶ 얼음이 두껍게 언 부로농원 연못(왼쪽부터 풀소리, 남정석, 성연)



오동식이 준비를 하는 동안 연못에서 얼음을 탔다. 제법 미끄럽다. 정석과 성연이 따라 들어왔다. 이런 곳에 살면 아이 썰매라도 만들어 줄 터인데...

 

배현철은 도중에 만나기로 하고 일단 출발했다. 부로농원에서 필리핀 참전비를 지나 중남미문화원이 있는 고양동으로 넘어가는 길은, 도시 속이면서도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여 언제 지나도 정겹다. 고개마루에서 배현철을 만나 2대 차량이 앞뒤로 나란히 달렸다. 장흥 유원지에서 말머리고개로 올라가는 길은 온통 여관과 음식점으로 가득하다. 주변에는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장군의 묘소가 있고, 깊은 계곡은 풍광이 수려했으련만, 식물의 성기인 꽃을 몸통보다 더 크게 개량한 개량화들을 볼 때 몸통이 보이지 않듯 온갖 치장한 건물에 가려 풍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동식의 표현을 빌면 그래도 말머리고개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경치는 일품이라고 한다. 차를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지는 못하고, '어디 어디' 하며 다투어 고개를 돌려 북한산 쪽을 바라봤다. 봄이라 시야가 흐리지만 히말리야 고산준령 어디엔가 와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

 

기산저수지를 지나 광적면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두와 칼국수를 파는 음식점이 보였다. 무턱대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음식 맛이 좋다. 아이들과 남정석은 고기만두, 나와 김양희는 김치만두국, 배현철과 오동식은 칼국수. 모두 자신들이 주문한 음식에 만족하는 눈치다.

  ▶ 질탕한 농담은 사진에까지 이어진다. 오동식(왼쪽)을 바라보며 펴보이는 '4'는 뭘까?

 

음식점에서 불곡산은 빤히 보인다. 당초 오동식과 남정석, 그리고 나도 불곡산 능선을 종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아이들을 데리고 능선을 종주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종주할 사람은 종주하고, 나머지는 불곡사 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만 갑시다.'
'좋아요. 좋아요.'

 

오동식은 난감해하고, 아이들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남정석은 좋아한다. 자기는 아이들과 어울려 불곡사 쪽으로 올라갈 것이고, 더욱이 가져간 막걸리 3병이 있는 한 굳이 종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다. 결국 모두 불곡사 쪽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불곡사까지는 포장이 되어있다.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아니라도 종교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절이라도 대부분 도로가 나 있다.

 

불곡사 오르는 길에는 임꺽정의 생가터 등이 있고, 임꺽정의 전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불곡사는 조그만 절이다. 커다란 느티나무로 미루어 볼 때 예전부터 절이 있었겠구나 하지만, 여전히 작은 절이다.

▶ 우리는 '1'이다. 오동식에게 밀린다.

▶ 아이들 때문에 떨어져 올라온 배현철은 뭔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기도 '1'이란다.

▶ 남정석은 'X'란다. 요즘 사정이라나^^

 

약수터에서 돌아가며 물을 먹고, 사진을 한 장씩 찍고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포장도로에서도 계속해서 장난을 치던 아이들은 가파른 산길을 접어들면서도 장난이 멈추지 않는다. 장난이야 당연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징표겠지만, 혹여나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빠. 얼마나 더 가야 돼?'

 

금세 지친 성연이가 묻는다.
정상부분은 커다란 암괴(돌덩어리란 뜻인데, 암괴라는 말이 더 실감난다. 나만 그런가?)다. 밧줄을 타고 올라, 또 밧줄을 타야 한다. 소심한 난 성연이를 설득하려 애썼다. 여기서 기다리다 내려가자고 말이다. 그러나 웬걸, 준혁이가 올라가겠다고 씩씩하게 줄에 매달린다. 그런 준혁이를 보고 성연이가 줄이 있는 암벽으로 내달려 간다. 에라 모르겠다.

▶ 줄에 매달린 성연이. 그래도 다 올라 왔군.

▶ 에공~. 저누무 시끼 때문에~~. 김양희도 올라오고.

 

아이를 어른들이 위아래서 끌고 받치며 간신히 올라갔다. 이번에는 김양희가 문제다. '우쒸~ 저놈이 안 올라왔으면 나도 안 올라왔을 텐데.' 그런데 어쩌랴. 애들 따라가야지. 힘겹게 올라온 정상은 그래도 좋다. 이곳 정상에는 특이하게 돌 틈이 굴처럼 나 있다. 준혁이와 성연이는 돌 틈으로 들어가 서로 좋다고 논다.

▶ 굴 속에 들어가 좋아하는 준혁(왼쪽)이와 성연이

▶ 정상에 올라온 기념으로 사진 한방.

 

싸온 도시락과 막걸리를 먹었다. 산에서 먹는 막걸리는 언제라도 맛있다. 3통이 언제 사라졌는지 순식간이다. 먹고 나니 내려가는 게 난감하다. 다행이 밧줄을 타지 않고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아래서 내려주고, 받아주면서 말이다. 그리고는 암벽 높이만큼 낙엽이 덮인 가파른 길로 내려왔다. 험한 곳을 다 내려왔다는 안심에 낙엽 위에 앉아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왔다. 장난기가 동한 성연이는 다시 올라가겠다고 한다. 젠장.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위험하다. 더욱이 앞뒤 재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도 호젓한 산길은 참 좋다. 불곡사에 내려와 다시 물 한잔씩하고는, 약수터 물받이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성취도 기원해봤다.

▶ 하산길.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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