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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잔치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가문비] 오백년동안 못본 아빠] 에 관련된 글.

오늘(26일, 화)은 '운수산별노동조합'과 '통합연맹(공공, 버스, 화물, 택시)'의 동시 출범일이다. 연맹단위를 달리하는 노동자들이 모여서 산별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그 내용성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대단한 사건이고,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과정에서는 그놈의 지긋지긋한 정파구도의 폐해가 노정되었고, 정치권이나 장사치*들의 술수 못지 않은, 오히려 더욱 노골적인 술수가 난무했다.

 

(장사치* : 특정직업을 들추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관념을 얘기하는 것이므로 양해하시길... )

 

가문비가 아빠를 500년을 못 보도록 감비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길게는 1년 반, 짧게는 1년을 노력해온 일이 거의 수포로 돌아갈 뻔 하기도 했다.

이번 통합하는 주체나 주역 중의 일부는 서로 몰려다니며

 

1. 통합연맹을 무산시키고, 운수산별을 만든다.

2. 1번이 불가능하면 통합연맹을 최대한 껍데기로 만들과 산하에 있는 운수산별을 강화한다.

 

와 같은 복안을 가지고 각종 회의에 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복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지뢰를 곳곳에 묻어두었다. 예를 들어 통합연맹의 명칭이 '공공운수연맹'이 아니라 '운수공공연맹'이어야 한다고 고집한다든지, 현 공공연맹 상근자들의 급여를 버스나 화물, 택시의 평균급여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든지 하는 주장이다. 그것도 출범일 불과 1주일 앞두고 이런 요구안을 10개나 제시했다.

 

근거도 궁색하다. 이번 연맹통합이 공공과 운수 3조직이 합치는 것이니만큼 운수가 많은 것이고, 그래서 '운수'를 앞에 넣겠다는 것이다. 지금 껏 관례상으로도 통합연맹에 대하여 '공공운수'라고 해왔음에도 말이다. 정당성을 차치하고 명칭을 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상정하는 순간 그 대의원대회가 가능이나 할까?

 

더욱이 이들이 마지막까지 고집을 피운 공공연맹 상근자들의 임금 대폭 삭감 요구는 '의도', '시기', '방식' 모두 천민 자본주의를 닮고 있다. 그런 무지막지한 요구를 통합 불과 1주일 앞두고 회의 석상에서 문건으로 불쑥 내밀었다.

 

통합을 하면서 임금을 줄이거나 인원을 줄이겠다는 발상!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이들은 처음에 빡빡한 예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아님은 금방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다른 이유를 달아 고집했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연맹 통합이고, 운수산별이고 물 건너갈 뻔했다. 감비가 앞의 포스트에서 썼듯이 지난 토요일 연맹통합 논의가 최종 결렬되었었기 때문이다.

 

결국 1번 상황은 불가능하다는 게 바로 판명되었다. 우리 버스는 물론 철도도 1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사태는 겉잡을 수 없게 되었다. 화물은 갈갈이 쪼개지고, 철도는 내년 초 선거에서 어용세력이 힘을 얻을 수도 있으며, 공공, 버스 할 것없이 통합연맹이 되지 않는다면 수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불보듯 뻔하게 예견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번을 주창해온 연맹을 빼고 나머지 조직만이라도 통합연맹과 운수산별을 하자는 안이 한밤중에 급추진되었다. 그러자 1번, 2번 세력이 어마 뜨거라 하며, 자신들의 요구안을 전격적으로 철회하였고, 예정대로 대의원대회를 치르기로 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태의 기안은 2번을 관철시키려는 자가 하였고, 총대는 1번을 관철시키려는 어떤 연맹이 졌다. 기안자는 공공연맹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꽃놀이패'를 만들었는데, 총대를 맨 연맹이 '패'에 목숨을 걸어,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기안자와 총대를 맨 연맹은 뒤에서 티격태격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또 다시 '밤의 정치'를 하였고, 그 결과 운수산별의 요직을 차지했다. 물론 대의원대회에서 형식상 인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수석 부위원장 : 구수영(1번 주창 연맹 위원장)

사무처장 : 정호희(기안자)

 

이렇게 운동은 말아먹히고 있다.

이것이 내가 피해의식 때문에 느끼는 절망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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