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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부정하는 '노동'당

어제(14일) 권영길 후보 선대본부 발족식에 이어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가 열렸다.

제3호 안건으로 '당 노동조합 단체협약 처리의 건'이 상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민주노동당 내의 노동조합은 또 다른 우여곡절 끝에 2007년 7월 18일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당대회에 상정된 안건은 당시 체결된 단체협약을 추인하는 성격의 것이다. 따라서 난 별다른 논란 없이 바로 처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참으로 순진한 판단이었다.

 

당대회 모습/ 민중의 삶을 제친 저들의 제1의 열망이 담긴 플랭카드를 보라!

 

제출된 안건은

 

1.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에 대하여 그 교섭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

2. 일반예산에 관한 사항은 당헌의 규정에 의해 당대회의 결정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상의 임금 등에 관련한 사항은 당 대표에게 위임한다.

3. 단체협약에 따른 아래의 임금인상분을 반영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심의 의결하여 주십시오.

추가경정예산 첨부

 

우리가 개정하고 싶어하는 노동법에도 위의 사항은 노동조합의 권리로 당연히 보장하고 있다. 즉 대표의 체결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에게 체결권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체결권이 당대회에 있다면 당에서는 체결권을 이유로 단체교섭을 해태(게을리함)할 것이고, 결국 노조만 힘들어질 것이다. 현행 지극히 친 사용주적 노동법도 그러한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안건 설명을 마치자 질의가 쏟아졌다.

그 중 지난번 당직 선거에서 정책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였던 다함께 그룹의 김인식 대의원의 질의가 압권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양반의 질의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 노동조합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인지?

둘째, 임금 이외의 단협사항도 대표에 위임되어야 하는 것인지?

셋째, 파업은 할 수 있는 것인지?

 

기가 막혔다.

민주노동당은 전위정당도 아닌 대중정당이다. 그것도 노동이 자본보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권력을 통해 실현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정당이다. 이런 정당에서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것은 * 자신을 전위정당으로 착각하고 있든지, *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든지, * 조낸 싸가지가 없든지 셋 중에 최소한 하나를 지 몸둥아리처럼 꼭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덕우 당대회 의장의 표정이 굳어있다.

 

이른바 동부연합그룹을 중심으로 한 반 노동조합 정서가 강한 사람들의 듣기 민망한 질의가 계속 쏟아졌다. 질의 내용을 일일이 전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김인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반 노동조합 정서를 중언부언하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현직 변호사이기도 한 당대회 이덕우 의장이 동 안건은 대한민국 노동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몇번에 걸쳐 강조하시고, 문성현 당대표도 노동조합을 옹호하는,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발언을 했겠는가.

 

결국 그들이 좋아하는 표결처리로 들어갔다. 당시 재석 대의원은 654명으로 과반은 328명이었다. 안건을 반려하자는 동부그룹 대의원의 안에 220명의 대의원이 손을 들어주었다. 대단하다. 안건은 2번 안건이 과반에 2표 많은 330표로 통과되면서 원안대로 간신히 통과되었다.

 

진보정당에서 말도 안되는 논란도 다수가 동의하면 정당성을 얻고 부끄러움도 없어지는 것인가? 200명이 넘는 대의원의 동의로 마치 정당성을 얻은 듯 심지어 노동부문 대의원까지 반 노동조합적 발언에 동참하면서 점입가경을 연출하고, 비장함을 보이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점점 절망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답게 모범적인 노사관계, 우리가 주장하는 노동법 개혁의 모델을 보여주면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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