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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결별

심상정 비대위원장이 결연한 혁신의지를 피력했음에도

탈당 러시는 그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속한 고양시위원회 또한 예외는 아니다.

 

탈당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절절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오늘은 후배 병곤이 탈당을 하면서 글을 남겼다.

....

 

오늘 바다를 보면서 술 한잔 해야겠다...

 



가야할때를 알고가는...(그래도 예의인 것 같아서)

 

이형기 선생의 낙화라는 시가 있습니다.
대학 1학년때
창밖을 멀리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리듯 강의를 하시던, 지금은 고인이 된
이형기 선생이라는 분이 쓴 시지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물론 진보적인, 리얼리즘적인 시를 쓰신 분은 아니지만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던 소중한 시지요.

민주노동당 초기,
고양시 안영식 선배 석유가게에 처음 찾아갔던,
추운 겨울날,
유기수, 곽장영, 이근원, 이금곤 등 기라성 같은 노동운동 선배들과
미워도 하고, 웃기도 했던 것 같네요.
그때가 아마 당원이 100명 이네였던거 같네요.
지금 고양시는 1천명 당원이되었고, 우리 파주와 강건너 김포가
분리되기도 했구요...

몇날을 고민했던거 같네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길을 간다는거,
하다못해 동네 조기축구회라도 가입해서 소속감을 가지려는 우리에게
민주노동당과의 이별은 굉장히 어려운 선택인 건 사실이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길이 아닌 것을...

지금으로부터 15년전,
얼치기 야학 신입 교사가 10년후 나의 인생을 10문10답으로 했을때
자신있게 진보정당 기획부장을 하겠다던 다짐은
이제,
다시 10년후로 미뤄야 겠네요...

몸속에 깊이 박힌 운동권적 말투와 생활 습관,
그리고 死藏된 사상들로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으며
가난한 노동자 계급과
춥고 서러운 인민대중을
내맘같이 든든하게 함께해주고

당에 올인하는 분들에게 자꾸 미안해져
자신을 끊임없이 합리화하며 참여에서 멀어지는 그런 당이 아닌

퇴근 후에도, 직장에서도 아니 24시간 중 가끔
자신이 당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을 제공해주는
현대화되고 세련된
새로운 진보정당에 기획부장이 되려면
이제 또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겠네요.

물론 그때 저는 놀랍고 안타깝게도 공자가 말한 지천명의 나이가
되어 버리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가야할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

물론 지천명때까지 기다리다 지치니
그전에 기획부장이 아닌
말단 사원으로 열심히 시작해 승진, 아니 특진도 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이런 말로 끝네지요

.
.
.

이세상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보이지 않는 건 당신과 나의 기회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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