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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무창포

지난 23일 - 24일

수련회 때문에 무창포에 다시 갔다.

 

겨울이라 바다도 역시 황량하였지만

무창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썰물로 바닷길이 드러난 무창포

 

정세토론회 참석 관계로 우리는 예정보다 늦게 무창포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주인은 내일 아침에 바닷길이 열리니 한번 가보라고 한다. 바다가 열리는 시간은 9시 - 11시란다.

 

8시가 넘어 시작한 수련회는 11시 30분이 넘어 끝났다.

모두 모여 뒷풀이를 하는데, 역시 리버럴한 교선담당자들이라서 그런지 모두 참 재밌게들 놀더라.

 

내 아무리 노는 걸 좋아해도 회의도 했다는 증거

 

막판에는 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벌칙은 술마시기다.

우리는 수준에 맞게 아주 단순하면서도 도박성과 중독성이 있는 게임을 했다.

게임을 잘 못하는 난, 그러나 용케도 비켜갔다. 그러나 몇번 연속으로 걸려 오기가 난 김정현 국장은 유리컵에 술을 따라 벌주를 만들었고, 나는 하필 그 게임에서 걸려버렸다.

난 창문에 올라가 호기롭게 병나발로 술을 마시던 '전쟁과 평화'의 삐에로 대위(?)처럼 자리에서 일어서서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내가 벌주 큰잔을 마셨을 땐 이미 새벽 3시가 넘었고, 연맹 윤춘호 국장은 밤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물론 밖은 밀어닥친 한파로 몹시 추울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앍고 있었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의 술자리에 취해서인지, 아님 호기로워져서인지 모두 흔쾌히 바다로 가자고 했다.

 

바닷길이 열리고,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조개잡기에 여념이 없다. 앞의 노부부는 이미 조개잡이를 마치고 돌아온다.

 

밖으로 나오니 정말 추웠다.

우리는 소주 한병을 샀고, 윤춘호 국장은 폭죽을 샀다.

 

뚝을 넘어 바닷가로 나가니 하늘에는 별들이 듬성듬성 떠있고,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바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술 한잔씩 먹으며, 불꽃놀이도 하고,

마치 한맺힌 사람들처럼 바다를 향해 소리지르기도 했다.

 

조개도 씻고, 손도 씻도록 만든 바닷물 우물(?)

 

아침이다.

벌써 9시 30분이다.

대충 씻고 바다로 갔다.

 

이미 썰물로 바닷길은 앞에 있는 석대도까지 훤히 드러났다.

주민이고 관광객이고 할 것 없이 조개를 잡겠다고 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었지만, 처음부터 조개잡이에 관심이 없던 난 그냥 산책삼아 바닷길로 접어들었다.

 

불가사리/ 바다의 포식자라고 하는데, 생긴 건 예술이다.


 

홍합조개/ 홍합조개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미역인지 파래인지 모르겠다. 이것도 많더라.


이윽고 석대도가 코앞이다.

 

되돌아보니 무창포 해변이 아득하다.

 

바다에 부딪쳐 부서지는 아침 햇살은 눈부시다.

석대도 너머/ 또 다른 삶이 있을 것이다.

 


조개 잡으러 들쳐낸 돌밑에서 드러난 이름모를 물고기와 낙지처럼 보이는 불가사리

 

거센 겨울바람에 밀려오는 흰 파도/ 마치 사바나를 질주하는 가젤떼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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