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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그러고 보니 요즘 영화를 제법 보는 것 같다.

그것도 혼자서...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감독 : 토마스 알프레드슨

 

렛미인 포스터

 

 

1.

 

스웨덴 영화라니... 더욱이 내용은 모르지만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찬사와 추천을 받은 사랑영화라니 안 볼 수 없잖아???

북극에 가까운 나라, 겨울이 긴 나라, 겨울에 밤이 아주 긴 나라, 스웨덴의 사랑 이야기라는 얘기만으로도 난 이미 이 영화에 매혹되어 있었다.

 

밤 하늘 엷은 조명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

이 영화는 천천히 내리는 눈처럼, 어둠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작한다.

그러나 곧바로 나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여주인공 이엘리는 뱀파이어다.

이엘라와 같이 사는 이는 이엘리의 아빠인 줄 알았는데 사실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뱀파이어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12살 쯤이라고 얘기하지만 몇 살인지는 알 수 없다.)

 

 

이엘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사람을 죽여 피를 받아오는 이 남자. 죽을 때도 마지막 피를 이엘리에게 준다. 어떤 사이일까???

 

 

그는 정기적으로 피를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이엘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그의 준비물은 마취제, 밧줄, 칼, 피를 담을 플라스틱 통, 도구를 담을 가방 등이다.

 

준비가 끝났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척 하다가 마취를 시키고는 거꾸로 묶어놓고 멱을 딴다.

마치 돼지 피를 뽑듯이...

 

제길!

내가 상영관을 잘못 찾았나?

하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잔인한 장면이 처음부터... ㅠㅠ

 

 

2.

 

물론 영화는 끝날 때까지 내게는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물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공포'가 아니니 공포를 증폭시키는 특별한 장치는 없다고 해도 좋다.

(나처럼 호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앞 놀이터에서 규빅을 가지고 얘기하는 오스칼과 이엘리

 

 

물론 이 영화는 광고대로 사랑 영화다.

12살 8개월 9일(얘들은 이걸 다 기억하나보다) 된 남자주인공 오스칼은 학교에서 급우들로부터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

말하자면 왕따다.

복수를 꿈꾸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꿈일 뿐이다.

힘들 때 집앞 공터에 나와서 이런 저런 공상을 하는데 하루는 처음 보는 이엘리 라는 여자아이를 만난다.

이엘리는 매우 외로와 보였지만, '나하고 친구할 생각도 하지마.' 라며 쌀쌀하기만 하다.

그러나 서로 외면하기엔 둘 다 너무나 외롭기만 하다.

둘은 오스칼의 큐빅을 매개로, 그리고 괴롭히는 애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이엘리가 뱀파이어임을 알고도 받아들이는 오스칼

 

 

시간이 지날수록 피를 뽑혀 죽음을 당하는 살인 사건이 늘어난다.

오스칼은 결국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 뱀파이어라는 사실에 이엘리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오스칼을 찾아온 이엘리는 문밖에서 '너를 초대해'라고 말해달라고 오스칼에게 요청한다.

들어가게 해줘. 이것이 'Let me in'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Let the right one in.'이고...

오스칼은 끝내 이엘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집안으로 들인다.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

오스칼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이엘리의 머리와 눈, 코 그리고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놀란 오스칼은 '너를 초대해'라고 말하면서 이엘리를 꼭 안아준다.

뱀파이어임에도 이엘리를 멀리 할 수 없다.

 

오스칼은 모르스부호를 배우고, 이엘리에게도 가르쳐 주어 낮에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이엘리와 벽을 통해서도 서로 교신한다. 

 

벽을 사이에 두고 이엘리와 모르스부호로 교신하는 오스칼

 

 

3.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라고 이엘리는 말했었고, 눈내리는 창문 너머를 촛점잃은 흐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예전에 서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마주댔던 흔적으로 더듬고 있는 오스칼이 마지막 장면이다.

(물론 처음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스칼이 이엘리를 위해 사람을 죽이며 피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 될 지, 아니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될 지... 

 

 

마지막 오스칼로 하여금 이엘리와의 흔적을 더듬게 만든 장면

 

 

그러나 분명한 건 사랑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거다.

'미래'를 예상해 '현재'를 손상시키는 비겁한 것이 아닌 그런 사랑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랑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눈덮힌 스웨덴의 서정적인 풍경과 끝까지 유지하는 느린 흐름은 그 자체로 이 영화가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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