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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ENGLAND

 

디스 이즈 잉글랜드(This Is England, 2006)

감독 : 세인 메도우스

출연 : 스티븐 그레햄, 조셉 길건, 프랭크 하퍼, 잭 오코넬 등

공식 홈페이지 : http://www.thisisenglandmovie.co.uk/

 

 

1.

 

광화문 씨네큐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가 문을 닫는 것이다.

'씨네큐브'라는 상호는 현재 씨네큐브가 입주하고 있는 건물주인 '흥국생명'이 샀다고 하니

앞으로 씨네큐브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글쎄...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수업이 없는 지난 수요일(8월 26일) 나는 씨네큐브에 갔다.

글쎄...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일까?

건물 앞에 커다랗게 서 있는 망치든 사람까지

망치질의 느린 동작처럼 천천히 보이더라...

 

암튼 망치질 하는 손도 바람에 떨리고 있더라...

수없이 이곳을 지났을 텐데도 보지 못했는데, 가만히 보니

망치질이 멈춘 순간엔 거대한 쇳덩어리도 바람에 흔들리더라...

 

 

부서진 목선에서 홀로 새총을 쏘고 있는 '숀'

 

 

2.

 

영화의 무대인 1983년 영국은

1979년부터 집권한 대처정부가 주창한 신자유주의의 검은 그림자가

깊고 넓게 세상을 덮고 있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해변가 초원 위에 부서져 버려진 목선, 텅빈 공장, 주인 잃은 빈집...

그리고 꿈도, 일도 없이 버려지다시피한 아이들...

 

12세 소년 숀은 전 해인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고

엄마랑 단 둘이 살고 있다.

 

대처 정부의 복지예산 삭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잃은 숀의 집은 매우 가난하다.

 

누구를 향한/ 무엇을 향한 fuck-you!일까?

 

 

숀은 유행이 한참 지난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이 바지 때문에 학교 아이들로부터 놀림감이 된다.

 

놀리는 주변 아이들과 지지 않고 싸움도 하고  그러지만,

어쨌든 숀은 늘 '외톨이'다.

 

이런 숀은 어느날 집으로 돌아오다 우연히 '우디' 일당을 만난다.

우디 일당은 자칭 '스킨헤드'지만, 말과 복장만 스킨헤드일 뿐

사실은 딱히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백수 청소년들이다.

 

어찌됐든 우디의 도움으로 숀은 우디 일당과 함께 전쟁놀이도 하고, 파티도 하고

'나름' 즐겁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우디의 친구 '콤보'가 감옥에서 출소한다.

콤보는 자칭 '원조' 스킨헤드다.

그야말로 '위대한 잉글랜드'를 꿈꾸며, 유색인종을 혐오한다.

 

콤보는 우디 일당에게 자신과 함께 할 것인지 아닌지를 강요한다.

숀은 콤보와 함께 하기로 한다.

 

숀의 선택은 순전히 아빠에 대한 기억, 또는 존경 때문이었다.

콤보의 주장이 올고 그런 것을 떠나 12세 소년에게 나름 강력한 메시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우디(왼쪽 끝)와 콤보(오른쪽 앞)과 그의 친구들

 

 

3.

 

결말은...

 

콤보는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처럼, 흑인인 밀키에게 기절할 정도의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말리는 숀과 주변인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콤보의 폭력은 콤보를 둘러 싸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충격이 되었다.

물론 숀에게도...

 

물론 이국인인 내게는 콤보의 폭력이 충분히 예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콤보를 따르던 일당에게는 그렇지 않았는가 보다.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와 가게 주인을 욕하고 위협하였지만,

폭력으로 이어질 지는 몰랐나 보다.

 

그렇듯 숀을 비롯한 콤보 일당이 일정부분 유색인 혐오 등에 가담하였을지라도,

유색인인 밀키에게 향한 콤보의 폭력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에는 모두 당황하고, 저항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 사회의 관용의 전통이

이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런 뿌리 깊은 전통이 언젠가 희망을 만들어 내겠지...

물론 나중에 희망이 만들어진다고 그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이 당장 덜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저 아이들에게 희망을...

 

 

희망이 없는 사회에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열정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상/처/가 되기 십상이다.

자포자기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열정이 있다고 하여도 대부분 방향을 잃은 열정이기 십상이기 때문이고,

방향 잃은 열정이 나아간 길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존심이나 자긍심을 채워주기는커녕

평생 자신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손상시키는 아픈 상처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983년 영국

그들은 텅빈 공장 담벼락에 분노의 구호를 써넣었다.

'또라이 아줌마 대처!'

 

2009년 한국

'또라이 할배 이명박!'

 

앞으로 우리의 거리는 얼마나 더 황량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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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 숀의 엄마가 쓰고 있는 알이 커다란 뿔테 안경, 오락실의 겔러그, 아이들이 돌리는 큐빅...

  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ps2 : 오늘이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 마지막 날이다. 오늘까지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보면 '모모'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티켓을 한 장씩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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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Cine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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