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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 교회

하늘소님의 당과 상설공투체 에 관련된 글.

우리에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무엇인가?

 

1. 고흐와 「오베르 교회」

난 그림에 대하여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보는 것은 좋아하는 편으로, 그 중 모네의 그림을 제일 좋아한다. 난 그의 그림을 보면 ‘도시적인 가벼운 위트와 무겁지 않은 우수’가 느껴져 좋다. 마치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의 배수아를 좋아했던 것처럼...

그렇지만 고흐라는 괴물은 ‘좋다’, 또는 ‘싫다’는 차원으로 말할 수 없다. 그는 전투하듯 그림을 그린 화가인 것 같다. 그와 그의 작품을 접할 때면 그저 ‘감동’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워낙 유명한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오베르 교회」가 특히 그러하다.

오베르 교회. 그저 평범한 구도인 것 같지만, 그는 이 그림에 강렬한 상징을 담았다. 사람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게 교회다. 천국으로 인도하겠다고 앞장서는 게 교회다. 그런데 실제 교회는 어떠한가. 평가야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치자. 어쨌든 고흐의 그림 속의 「오베르 교회」는 교회가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천국으로 인도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던 고흐의 꿈과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 교회에 대한 분노! 그것은 어쩌면 고흐의 짧은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꿈을 실현시키는 걸 방해하는 현실의 거대한 벽에 대한 분노와 저항, 고흐의 삶이 바로 그렇지 않았는가 하는 게 그의 연대기를 보면서, 그의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 고흐의 [오베르 교회]


「오베르 교회」는 어쩌면 고흐의 마지막 전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그림이 마지막 작품이고, 그림을 완성시킨 지 불과 20여일 후에 자살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모든 열정이 마지막으로 파괴될 때까지 저항했던 작가. 난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숙연해지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중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무시무시하고 두렵기만 한 거대한 물고기랑 대항하면서 노인이 한 말이다. 나보단 영어 실력이 뛰어나 다들 아시겠지만 “사람이란 패배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으나 패배 당하진 않는다.” 는 뜻이다.

나는 이 구절을 미학적 기준으로 삼고 있기도 한데, 그것은 이 구절이 열정과 힘이 고갈될 때까지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주의 또는 사회주의 전사의 자세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감독)들 상당수가 과거 사회주의 운동을 하였던 분들이다. 이들은 자신들 작품 곳곳에 이 구절을 패러디하고 있다.


2. 우리 사회의 「오베르 교회」 - 우리는 「오베르 교회」와 무관한가?

무엇보다도 한국노총은 분명한 「오베르 교회」다. 사실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오베르 교회」의 범주에도 넣지 말아야 한다. 천국으로 인도하겠다는 ‘척’ 조차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9.11야합의 주역/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환호작약하는 저 낯짝을 봐라! 개새끼!

 

한국노총은 해방 후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조직인 「전평」을 파괴하기 위해 이승만의 명령으로 탄생한 대한노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들은 출범부터 깡패, 친일파, 외세와 결합해 자주적 노동운동을 말 그대로 ‘총칼’로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박정희 군사 쿠데타로 다시 시작한 한국노총은 70년대에는 박정희의 명령으로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는데 앞장섰고, 87년에는 전두환의 4.13호헌조치를 가장 먼저 찬성한 하수인이었다. 그리고 복수노조를 3년간 유예하고, 해고를 쉽게 만들며, 대체근로를 확대하는 것 따위에 합의한 이번 9.11 야합에서 보여지 듯 한국노총은 역사의 고빗길에서 늘 노동자를 배신해왔고, 자본과 정권에 노동자의 권익을 팔면서 말 그대로 ‘기생’해왔다.

 

▷ 한국노총의 9.11 야합에 항의하는 농성자들/ 난간도 없는 7층 베란다에서 버티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계급의 분명한 적이며, 배신자 그룹이다. 그런데 이런 한국노총이 부활했다. 나아가 정국을 주도하기까지 한다. 노동계급의 적 한국노총을 부활시킨 게 누구인가. 한국노총 스스로? 정권이나 한나라당? 사용자 단체인 경총? 아니다. 그들을 부활시킨 건 바로 민주노총이다. 이른바 ‘공조’에 목을 맨 민주노총 내 현 집권 그룹이다. 그 그룹을 통칭 자민통 그룹, 국민파라 부른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어떤가? 그들이 노동자 민중을 배신하고 있다는 건 3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한반도를 전쟁의 불길로 끌어넣을 이른바 ‘전략적 유연화’ 합의 및 그에 따른 미군기지 평택 이전, ▲노동자 민중을 거대 다국적 재벌의 아가리에 처박는 ‘한미FTA’ 추진, ▲국제 투기자본의 수탈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군사정권 이상으로 제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 추진 등 열린우리당은 이미 천국으로 인도하는 교회라는 치장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분명한 노동자 민중의 적이다.

이런 열린우리당이 여전히 노동자 민중을 위한 ‘좌파’연 할 수 있는 건 한나라당 때문도, 열린우리당 스스로의 노력 때문도 아닌 민주노동당 때문이고, 민주노총 때문이다. 웃긴다. 민주노동당 또는 민주노총 내의 자민통 그룹과 국민파는 이른바 ‘반 한나라당 전선’ ‘단일 전선체’ 운운하며 한나라당을 뺀 나머지를 노동자 민중이 지지해야 할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버린다. 6.15선언을 지지하는 세력과 거부하는 세력을 경계로 하는 전선이란다. 그리고 총선이나 대선 등 결정적인 시기에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가장 득표력이 높은 세력을 대표선수로 세우자고 한다. 그게 누구인가? 바로 열린우리당이다. 웃긴다.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겠다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결과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적인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한단다.


3. 우리는 이미 「오베르 교회」가 되지 않았는가?

1)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지난 2006년 9월 19일 제38차 대의원대회에서도 ‘조직혁신(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쇠파이프나 농성자들 때문이 아니라 성원미달 때문이었다. 밤 9시 30분 쯤 마지막 표결을 위한 성원확인을 할 때에는 과반 519명에 9명 모자라는 510명이 남았다. 결국 조직혁신(안)은 차기 지도부의 과제로 넘어갔다.

무기력함과 절망은 시작 전부터 대회장 곳곳에서 나타났다. 대의원들의 한숨과 풀 죽은 모습. 그것과 반대로 한쪽에서는 여전히 득의양양해 하며 회의규정에 명시된 대의원의 당연한 권리인 토론이나 의안 상정마저 저지하려는 사람들...

무너져 내리는 걸 막는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조직혁신(안)’의 처리에 안간힘을 쏟던 여러 대의원들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낮은 탄식과 묵묵히 소주를 따르는 창백한 손들만이 전쟁이 휘몰아간 폐허 위를 쓸쓸하게 스치고 지나는 메마른 바람처럼 휘돌고 있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과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 ▲노동자 파업권 제한 확대에 합의한 이른바 「9.11 야합」을 하였다. 복수노조(노동자의 자기조직 결정권)은 헌법적 권리이다. 헌법은 △결사의 자유,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수노조 문제는 허용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자기조직 결성권을 가로막은 것은 군사독재 정권의 노동자 통제정책의 일환이었고,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부도 군사독재 정권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선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2005년 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복수노조문제는 중요하게 중소영세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복수노조의 문제는 이른바 무노조정책을 펴는 삼성그룹이나 포스코그룹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온갖 유령노조 등으로 노조결성을 막고 있는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이들은 노동조합도 없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열악한 노동법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이며, 살인적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 1,300만이다.

결국 복수노조 금지는 1,300만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혜택을 가로막는 것이고, 그들을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상태에 묶어두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체 취업자들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들 또한 피해를 본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노동자들의 소득에 기반하여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9.11 야합을 한 한국노총과 정부는 당연히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어떠했는가? 다음날 야합이 있을 것이라는 게 충분히 예견된 9월 10일 야합을 선도에서 분쇄해야 할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고, 이런 조준호 위원장의 행태를 보면서 한겨레 논설위원 중 한 사람조차 ‘민주노총이 9.11 야합을 분쇄할 의지가 있는가?’ 라고 의문과 분노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평조합원의 투쟁을 촉구했다.

조합원의 조직적인 무기인 총연맹이 조합원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조합원은 총연맹이 없는 것보다 투쟁하는데 있어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총연맹이 투쟁의 대표체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투쟁에 선봉을 서야된다 아니다를 놓고 내부가 분열될 것이고, 제대로 된 투쟁대오를 갖추기도 전에 지리멸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의 민주노총은 평조합원의 투쟁을 조직하기는커녕 투쟁을 가로막고 있는 꼴이 돼 가고 있지 않나 반성이 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마치 오베르 교회처럼...

2)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은 어떠한가?
4.15 총선의 화두였던 ‘거대한 소수’ 전략은 이미 실종되었다. 거대한 소수 전략은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전방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 모든 저항과 투쟁에 연대하고 앞장서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에 전체 시민 및 진보단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민주노동당원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이 분명히 희망 없는 사회라는 것을 인식한 대중들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지지했다.

 

▷ 4.15총선 개표방송(출구조사발표)에 환호하는 민주노동당 지도부  

 

4.15 총선은 민주노동당원인 나에게는 참으로 행복했던 기억이고 기간이었다. ‘활기’, ‘생기’,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했던 기간이었다. 행복했던 게 어디 나뿐이었겠는가! 그러한 기세가 지속되었다면 현재 우리 민주노동당의 위치는 어떠했을까?

그러나 그런 활기가 고갈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총선 직후 선출된 지도부는 이른바 ‘국보법 올인’ 등으로 표현되는 전략을 취했다. 민주노동당의 ‘거대한 소수’ 전략은 ‘국보법 투쟁’ 등 ‘거대한 집중’ 전략으로 수정됐고, 집중된 투쟁 이외의 모든 연대와 투쟁은 당으로부터 멀어졌다. 잔뿌리를 다 잘라내고 큰 뿌리 몇 개만 남긴 나무처럼 결국 민중의 희망이 당으로 모일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4.15 총선 직후 뽑힌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른바 자민통 그룹이다. 그들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였지만, 2기 지도부 선거에서 또 다시 주요 당직을 석권했다. 2기 지도부는 현재 총체적 무기력에 당기위원장 사태, 당사 이전 사태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비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없다. 당원들의 비판의 목소리에 대하여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비판을 받든 말든 자신들이 내세우는 후보는 무조건 당선될 터이니 말이다. 마치 교만한 한나라당처럼 말이다.

노동자 민중이 기댈 정치조직이라곤 유일하게 민주노동당인데, 민주노동당이 과연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없었으면 새롭게 출발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민주노동당 또한 이미 오베르 교회가 돼 있지 않은가?

<참고>----------
나의 글에 자민통 그룹은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당원들은 자신들을 선택했지 않았느냐고 항변할 근거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걸 보자. 우리 민주노동당은 5%가 단결하면 다른 선거 때 13%의 효과를 나타낸다.(중앙당 당원토론방 53749번 참조) 그러니까 최소 13%의 프리미엄을 갖고 선거에 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민통 그룹의 힘이 숨어있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을 지낸 조승수도 문성현에게 질 수밖에 없고, 인지도에서 비교도 안 될 것 같은 무명 김선동에게 이용길이 사무총장 후보가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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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 운동의 원죄 - 남북대립과 굴곡진 근현대사

남한의 진보운동은 참으로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남북분단, 특히 500만 이상의 인명이 살상된 한국전쟁을 겪은 극단적인 남북분단 상황이라는 점 때문이다. 나아가 약 40년 간의 일제 식민지, 미군정과 미국과 결탁한 (군사)독재 정권들 등으로 시민들이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남한 진보운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극단적인 남북대립에서 온 극단적인 사상적 탄압으로 남한 진보운동은 자연스럽게 ▲조직적으로는 북에 대한 의존을, ▲사상적으로는 민족주의를 채택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민족주의와 진보 개념과 전혀 별개이다. 나찌즘이나 프랑스의 르팽주의에서 보듯이 극단적 보수주의로 배격되고 있다. 그럼에도 남한에서는 여전히 광범하게 민족주의가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남한 내 진보진영은 괴멸 그 자체였고, 지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초보적인 조직이 의존할 곳으로 북한 정권을 택했다.

그런 전통은 현재 남한 진보운동의 보루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주도 그룹인 자민통(NL) 그룹이 잇고 있다.

지금 자민통(NL) 그룹은 그 핵심이 주체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즉 북한의 핵심적 사상이 조직을 지도한다는 말이다. 어디 사상뿐이겠는가.

문제는 사상이나 지도가 아니다. 그것이 실제 남한 변혁운동에 적용될 때 어떤 양태를 나타내느냐 하는 게 본질적인 문제이다. 변혁적 사상으로 맑시즘을 선택하든, 마오이즘을 선택하든, 주체사상을 선택하든 그건 그야말로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의 이해와 맞는다면 어떤 사상을 기반으로 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 결과 자민통 그룹이 주체사상과 함께 북한의 대남전략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북의 대남전략은 6.15 선언에 나타나 있듯이 연방제 통일방안 등으로 변형을 해왔지만, 그들의 최초의 전략인 ‘민주기지론’을 여전히 기본바탕으로 삼고 있다. 즉, 강력한 외세에 포위된 상황에서 혁명적 민주기지가 필요하고, 그 기지를 방어 및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 심하게 표현하면 남한의 모든 투쟁도 민주기지를 방어 및 강화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민주기지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민주기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이다.

난 북한이 대남전략으로 민주기지론 또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채택하고 있는 것을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것이 한반도 노동계급의 해방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관점에서 고찰되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남한의 대북전략이 그러하듯이 북한의 체제보전 및 정권 보전과도 관계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며, 북한을 한반도 전체의 민중세력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 9.24 평화대행진 무대에 오른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농 대표들/ 남한 진보운동을 상징하는 조직의 대표들이 독자 무대가 아닌 공동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조직 대표가 아닌 일개 부서장으로 전락한 것 같은 게 상설연대체에서 이 조직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기지론적 사고에 기반 한 남한의 자민통 그룹은 종종 결정적인 순간에 남한 노동자 민중의 이익에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그것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비판적 지지론이며, 국보법 투쟁 올인 등이다.

지금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일곽에서는 이른바 ‘단일전선체(상설연대체)’를 밀어붙이고 있다. 말이야 어떻게 하든 6.15 선언을 지지하는 세력과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전선이 획정될 것이다.(6.15 선언 전문과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아래 표를 참조) 그것은 우리의 전선 안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까지를 망라하는 것으로 결국 브로조아 정치집단에게 권력을 내주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당인가? 9.11 야합이나 한미 FTA 강행 등 거대한 것 말고도 포항 건설노조원 집단 구속 및 중형 선고, KTX 노동조합 문제만이라도 봐라.

 


▷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 위의 3조직 대표들과 달리 독무대를 사용하고 있다. 역시 상설연대체에서 어떤 위상을 가질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노동자 민중의 적인 열린우리당에게 권력을 주겠다는 이러한 황당한 발상은 북한의 대남전략과 떼어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일부 자민통 동지들은 ‘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을 밀어주는 것만 생각하나? 그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도록 ‘견/인’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한다. 참 할 말이 없다.)

<참고>----------
단일전선체(상설연대체)를 결성하겠다는 시도는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의 결의와 무관하게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노동당 차기 대선 후보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위원장이 거론되고 있으며, 지난 9.24 평화대행진 때 오종렬 위원장에게는 독무대를 제공하면서도 전농,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대표를 한 무대에 함께 올려 위상의 상하를 분명히 하는 시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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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민주노동당 자체가 전선체이다. 전선체의 역할을 하고자 ‘거대한 소수’ 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민통 그룹이 시도하고 있는 단일전선체(상설연대체)는 민중연대(이름은 바꾸겠지만) 밑에 민주노동당을 위치시키겠다는 것(물론 독자성은 인정한다고 하지만)이다. 답답하다.

이러한 나의 글에 자민통 동지들은 항의할 것이다. 자신들은 주체사상이나 북의 대남전략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말이다. 나아가 여전히 살아있는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동지를 팔아먹는 행위라고 비난할 것이다. 뒤로는 ‘장군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여전히 부르면서 말이다.

자민통 그룹은 자신들의 세력 확대를 위해 이른바 운동권 내의 출세주의자, 기회주의자들과 늘 연대, 연합해왔다. 강승규 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출세주의자, 기회주의자들과 연합하면서 정치적 견해의 옳고 그름을 가지고 대립하는 정파 대결은 많은 경우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 나아가 운동권 내에 걸맞지 않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라는 희한한 양상을 띠기도 했다. 이들은 도무지 비상식적이고, 보수적이기까지 하더라도 자파 인사들의 행태라면 무조건 옹호하다보니 논쟁은 진흙탕 싸움이 되기 일쑤였고, 많은 사람들을 절망스럽게 했다.

이들은 비상식적이고 보수적이기까지 한 자파 인사들에 대한 상식적인 비판조차 정파대립으로 몰고 간다. 그게 정파대립인가? 그러니 정파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있는 사람들에게는 정파대립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겠는가!

<참고>----------
<6.15 남북공동선언 전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정상들은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번 상봉과 회담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0년 6월 15일
대한민국대통령 김대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

<참고>----------
<북한 신문 인용>

<6.15선언에 대한 북의 입장> - "6.15선언은 평화통일선언"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6.15 공동선언은 ‘평화통일선언’이라며 6.15선언을 고수ㆍ이행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고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우리 민족의 사활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을 통해 "6.15 공동선언이 이행돼온 지난 5년 간 북남관계는 공동선언이야말로 외세의 도전적인 침략전쟁 도발책동을 견제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북과 남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추동하는 반전, 평화옹호의 기치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며 그같이 말했다.

논설은 "6.15 공동선언은 북남관계를 대결과 적대의 관계로부터 화해와 협력의관계로 전환하였으며 북과 남의 평화적 통일과정을 다그쳐 나갈 수 있는 공동의 기초를 마련해 놓았다"고 평가했다.

또 6.15 공동선언이 ‘우리 민족끼리’를 공동의 통일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우리민족끼리 이념은 대결과 전쟁을 시도하는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고 공조를 실현해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공고한 평화와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 2005.06.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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