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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염색

성연아 아빠 머리염색할까?

응~. 해~.

너도 도와줄래?

알았어.

 

성연이의 약간의 도움을 받아가며 염색을 시작했다.

 

성연아. 너 아빠 머리 흰 거 챙피하지?

아니.

네 친구들한테 안 챙피해?

응. 아빠는 그래도 운영위원이잖아?

운영위원이면 안 챙피해?

응.

네 친구들도 아빠가 운영위원인 거 알아?

응.

 

말은 그렇게 해도 녀석은 아빠가 염색하니 좋은 게 틀림없다.

지난 10월 말 경 아이 학교 바자회에 참석했을 때 녀석은 마지못해 아빠를 찾는 느낌이었다.

자격지심일지 모르지만...

 

염색을 하고나니 무스를 바르고 머리를 납작하게 뒤로 넘긴 것 같았다.

아내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필시 '못 생긴 왜놈.'이라고 놀렸을 것이다.

문득 그 생각이 나 성연에게 물었다.

 

성연아 아빠가 못생긴 왜놈같아?

으악! 못생기긴 정말 못생겼다! 하하

 

그래도 좋은가보다.

이윽고 머리를 감고 나왔다.

그런 날 보고 성연이는 또 한번 자지러진다.

 

아니. 이건 사기야! 사기!

왜?

아빠는 40대잖아. 그런데 꼭 20대 같아.

정말?

응. 20대 대학생 같아.

그래? 하하

 

참 오랜만에 염색을 했다. 거의 2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난 염색하지 않은 내 흰 머리가 더 좋다. 

더욱이 두피가 민감하여 염색을 하고 나면 한 동안 고생을 한다.

이래저래 염색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제 9살로 초등학교 2학년인 성연이에겐 미안한 일이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몸이 아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는데,

마침 성연이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흰 머리만 내놓은 채 안방에 누워있는 날 보고 성연이 친구들이 '너네 할아버지니?' 하고 물었다.

성연이는 '아니야'라고 대꾸했지만 어찌 충격이 아니었으랴.

 

예닐곱살 되었을 때, 나랑 함께 머리를 깎으러 갔을 때 애기다.

 

아빠 염색도 하려고 하는 거지?

아니.

에이. 염색하려는 거 같은데.

아니야~.

 

아무래도 성연이는 아빠가 염색하였으면 했나보다.

 

성연아 아빠 염색했으면 좋겠어?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아빠 맘대로 해.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난 염색을 했다.

그리고는 흐지부지...

 

이번엔 또 얼마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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