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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리고...

출퇴근 길목에 덕양산 행주산성이 있다는 건 내게 행운이다.

사철 계절의 변화를 늘 내게 보여주기도 하고, 퇴근길에 또는 출근길에 느닷없이 오르고 싶은 로망의 여지를 늘 주기 때문이다.

 

단풍이 한창인 덕양산 중턱


아침 출근길에 본 덕양산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결국 난 참지 못하고 퇴근길에 덕양산 행주산성으로 올랐다.

 

며칠 전부터 기상청은 오늘부터 비가 오고 추울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그러나 엷은 안개만 꼈을 뿐 화창하고 온화한 날씨는 일기예보를 멋지게 배반하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게 아마 지적 활동과 사색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18도 전후의 기온이리라.

 

하루 이틀 온화하고 화창하다고 해서 계절을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낙엽을 모두 떨군 나무들이 이 산의 미래를, 그것도 가까운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그렇다. 이미 계절은 가을의 끄트머리, 겨울의 초입으로 접어들고 있다.

 

잎새를 거의 다 떨군 벗나무/ 이 산의, 나무들의 머지 않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물체와 색감이 지고 또 사라지는 것처럼 가을은, 그리고 겨울은 상실의 계절이기 쉽기 때문이다.

 

몇 년을 무난하고 덤덤하게 이 계절을 맞았던 난, 올 해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100일 치 쑥과 마늘을 짊어지고 토굴로 향하던 '곰 할머니'의 비장한 각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도 어쩜 쑥과 마늘을 짊어지고 깜깜한 망각의 토굴로 향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니, 벌써 향했는 지도 모르겠다. 11월 1일, 2일, 3일, 4일 ...

 

그렇지만 최악의 경우가 닥치더라도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혈관에 흐르고 있는 피의 절반은 바로 '곰 할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니, 잘 하면 겨울잠을 자면서 100일을 버틸 수도 있을 터이니 말이다.



카메라 배터리가 간당간당하여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결국 중간에 나갔다는...)

 

행주산성 출입문 밖에서 본 은행나무

 

대문을 들어서면 이런 풍경이

 

조금만 올라오면 벌써 단풍이/ 요기쯤 올라오니 어떤 할아버지 한분 하시는 말씀. '지난 주 가본 내장산 보다 좋다!' - 내 얘기 아니니 책임은 못 짐.

 

토성 위로 난 산책 길

 

노란 잎새를 거의 떨군 엄나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칡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어김없이 열매가...



덕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강 하류/ 바다처럼 넓다. - 떠나고 싶은 유혹이...

보통 때는 막아놓기도 하는 중간 계곡, 계단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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