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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노동자대회가 있은 지난 일요일 아침

아침 밥을 먹고 전날 전야제에서 언 몸으로 잠까지 설친 아내는 방에서 뒹굴뒹굴

조합원들 팽개치고 홀로 집에 와 따뜻한 방에서 잠 잘 잔 난 노조사무실 들려 노동자대회 현장으로 가야 하는데도 따뜻한 방을 벗어나지 못 해 민적민적

이 틈을 활용해 성연이는 컴퓨터 오락에...

 

드뎌 엄마는 경로당으로 출근

출근하시면서 성연이에게 한 마디

 

'성연아. 엄마 아빠하고 잘 놀아~'

'네. 그럴 수 있으면요.'

 

허거덕.

'네.'로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럴 수 있으면'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할머니에게는 지극히 건조한, 심지어 사무적으로 들릴 만한 어투로 답변해놓고 지 혼자 히히덕거린다. '한 방 해치웠어!'인가?

 

지체없이 아내는 성연이를 소환한다.

곧바로 '단서'에 대한 응징에 돌입하지만

누가 누구를 응징하는 지 모를 혼전양상이다.

 

<출연>

 

엄마 : 81세. 생각보다 말과 행동이 앞서는 그집 아들과 지극히 대조적인 성격의 소유자. 손이 큰 걸 자랑으로 여겨 대책없이 음식을 만들어 넣다보니 며느리가 최근에 산 문 두개짜리 Zipel 냉장고에 음식 넣을 공간이 없다.

: 아내와 아들은 '최돌'이라고 부른다. 아내로부터는 이집의 모든 악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아들은 자기 엄마보다 성격이 '높'다라는, 다소 다른 평가를 한다.

아내 : 나는 '양희', 아들은 '김'을 '감'으로 바꿔 '감양희'라고 부른다. 아들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감양희를 지목한다. 하지만 그 아들은 자신이 엄마랑 닮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다.

아들 : 이름은 성연. 별명은 '최영감'이다. 보약을 탐하고, 허리주무르기 발 주무르기 등 노인들이 주로 선호하는 주문을 일상적으로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본인도 자신의 별명에 대하여 저항감이 없는 듯하다.

 

----- 사족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동지들의 표정을 보니 대부분 힘을 얻기보단 절망과 한숨을 확인하는 자리였나보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동지도 있었다. 도로로 행진도 못하고 경찰이 가라는대로 인도로 가는 경우는 첨 본다면서...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어디 기댈 언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외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나'가 동지들의 기댈 언덕이 되어야 한다. 미약하기 그지없더라도 말이다. 그런 상황을 다수의 동지들이 인정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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