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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란볼루-아마스라> 진짜 흑해에 오다

샤프란볼루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대의 가옥이 남아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고 한참 한국여행자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봐야 아마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지 싶어 갈까말까 망설이다 흑해를 한 번 더 보러 아마스라에 가는 길에 들르기로 한다. 샤프란볼루는 아마스라와 두시간 거리에 있다. 샤프란볼루 역시 아마시아에서는 연결되는 버스가 없으니 중간 도시에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새벽쯤 중간 도시에 도착해 터미널에서 두어시간 기다렸다 버스를 타면 되겠다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버스는 터미널이 아닌 외곽에서 우리를 내려 준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르다. 버스가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에 바깥은 아무 것도 없는 도로다. 게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내린다. 못 내린다고 버틴다. 이번엔 나도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아니 새벽 3시에 이런데다 내려주면 어쩌란 말이냐.. 대부분 테헤란으로 가는 승객들은 별다른 불평없이 우리를 지켜본다

 

결국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내려라 못내린다 실갱이 끝에 버스가 다시 달린다 고속도로 휴게실에 다시 차가 선다. 안내군이 빗속으로 쪼르르 뛰어가더니 30분 뒤에 샤프란볼루행 버스가 이곳으로 들어오니 갈아타면 된단다. 휴게소 아저씨에게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짐을 꺼낸다. 진작 이러면 좋았을 텐데.. 자다가 깨서 불평없이 기다려준 승객들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비내리는 휴게소에서 차이를 마시며 기다리니 샤프란볼루행 버스가 온다. 이번에는 차비 실랑이가 시작된다. 이제 터키 물가가 대략 감이 잡히는데 특히 차비의 경우 두시간 가량을 간다면 10리라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휴게소에서 건진 두인간이 무슨 복권으로라도 보였는지 기사아저씨 자기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 뻔한 차비를 일인당 15리라씩 달란다. 정가는 대략 5리라 정도일 것 같다. 학생증을 꺼내고 깍아달아 안된다 실랑이 끝에 10리라로 합의를 본다. 아.. 여행하기 정말 힘들다^^   

 

새벽에 내린 샤프란볼루는 춥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까지 돌무쉬를 타야 하는데 차가 아직 다닐 시간이 아니다. 건물들은 대부분 잠겨 있어 ATM부스에 들어가 본다. 여전히 춥다. 마침 열려있는 건물에 들어가 보지만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걷는게 낫지 싶어 구시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차가 와서 선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 주인아저씨다. 새벽에 터미널에 픽업하러 나왔다가 손님이라도 건져볼까 싶어 선 것이다. 냉큼 올라탄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다.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한잠 늘어지게 자고 나니 한낮이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 오래된 골목길들 사이로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미시아의 골목을 봤기 때문일까 우산을 쓰고 돌아본 동네는 또 그만그만하다. 그저 비가 내리는 마을만 차분히 빗속에 가라앉아 있다. 하루만 묵고 아마스라로 떠나기로 한다.

 

샤프란볼루의 골목길


기념품 가게


성터에서 내려다 본 마을

 

샤프란볼루에서 돌무쉬를 타고 넘어간 아마스라는 제대로 된 바다를 보여 준다. 이곳에서 한 일 역시 골목길에 숙소를 잡아 놓고 구서구석 돌아도 두시간이 채 안 걸리는 동네를 돌아다닌 것이 전부다. 그래도 나름 비치도 있고 방파제도 오래된 성도 있고 다리도 있고 언덕도 있다. 결국 옮겨다며봐야 거기서 거기인 바다를 보러 이곳저곳을 다닌다. 저녁에는 그래도 바다에 왔는데 하면서 생선구이를 먹는다. 생선은 거의 옥돔 수준인데 아.. 와사비장도.. 밥도 없다. 생선을 바게뜨빵이랑 같이 먹어 본 적이 있는가.. 으.. 생각만해도 우울하다^^. 술 못 마신다는 친구를 앞에 두고 터키 전통술을 마신다. 라키라는 이놈의 술은 투명하다가 물을 부으면 우윳빛으로 변하는 데 맛이 꼭 어린이감기약 코리투살같다. 윽.. 그래도 시킨 술이니 한병을 다 먹어 준다. 술이 들어가서인가.. 간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한 저녁을 보낸다. 이상하게도 아직 터키로 왔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스탄불에 가기 전까지는 터키를 유예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아마 한국인 여행자들이 없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스탄불로 간다. 아시아의 끝으로 가기 때문일까..아직 몇 달이 남았는데도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끝을 내야 할지도 막막한데 시간만 끊임없이 흐르는 것 같다.


섬은 로마시대에 만들었다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언덕에서 내려다 본 아마스라

 


일행이 있으니 가끔은 내 사진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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