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파묵칼레>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다

파묵칼레는 터키 여행책자에 보면 빠지지 않은 그림, 하얀 석회석이 흘러 내려 계단식 연못을 이루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터키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다녀 온 여행자들의 평은 그리 좋지 않다. 볼 건 그것밖에 없어요라든가.. 그나마 물도 없어서 사진 같지 않다거나.. 그 석회석 하나 바라보고 사는 마을에 숙소가 너무 많아서인지 이런저런 사기도 만만치 않으니 조심하라든가.. 하는 좋지 않은 이야기들뿐이다.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그래도.. 가본다. 어차피 하루밤인 것이다.

 

역시 소문대로 이곳 삐끼아저씨들의 거짓말은 상당한 수준이다^^. 데니즐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마을에는 여행자를 하나라도 더 낚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미 셀축에서 먼저 떠난 친구들이 묵고 있겠다는 숙소 이름을 대니 거기 문 닫았단다. ㅋㅋㅋ 이틀 전에 누가 묵었다던데요? 하고 슬쩍 되물었더니 어제 문 닫았단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더니 이번에 니 친구들 거기 없단다. 참 아는 것도 많으시지.. 그러나 막상 숙소를 찾아가보니 문을 닫은 건 아닌데 그 친구들이 거기 없는 건 맞다. 결국 삐끼들의 등쌀에 못 이겨 딴 데로 끌려간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숙소 역시 말로 들은 것만큼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어차피 못 만날 거리면 다른 숙소를 찾아보자 싶어 발길을 돌리는데 누군가 말을 건넨다. 한국말이다

 

뭔가 사정이 있어 열흘 가까이 이곳에 묵고 있다는 그 친구를 따라 한 호텔로 들어간다. 입구에 신라면팝니다라고 한국말로 적혀 있는 곳이다. 이곳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터키 남자랑 결혼한 일본 여자가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방도 깨끗하고 비용도 적당하다. 오랜만에 신라면을 먹어 본다. 뭐 어차피 인스턴트 라면이니 맛이야 똑같지만 김치없이 먹는 신라면은 제 맛이 나질 않는다. 단무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방에서 잠시 쉬다가 석회석 연못이 있다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까 그 친구에게서 일몰쯤 올라가라는 조언을 이미 들어둔 터다. 매표소를 지나 눈이 쌓인 듯한 하얀 언덕을 올라간다. 석회석 위로 따뜻한 물이 흘러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오른다. 그리 미끄럽지는 않은데 발이 조금 아프다. 적당히 따뜻한 이 물은 온천물이라는데 양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인지 물만 보면 돌아버리는 서양애들 몇몇 외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맨발에 물을 적시며 걷는 재미도 꽤 그럴싸하다.


마을에서 본 석회봉, 눈이라도 내린 것 같다


물은 미지근하고 그리 깊지는 않다

 

석회석 연못 뒤편 언덕에는 히에라폴리스 유적이 펼쳐져 있다. 에페스 유적도 지겨운데 또 뭔 유적이란 말이냐.. 갈까 말까 망설이다 가본 그곳은 생각보다 근사하다. 한낮의 날씨는 아직도 따갑지만 이곳도 어느새 가을이 오고 있는지 이미 시들어버린 풀들과 말라버린 꽃들 사이로 군데군데 펼쳐진 유적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듯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결국 해가 질 때까지 유적지 사이를 걸어다닌다. 다행히 이곳은 꽤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는데다 관광객도 많지 않아 산책하기엔 그만이다. 이제 히에라폴리스 유적이 어느 시대 유적인지, 어느 민족이 남긴 유산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저만치에서 해가 지는 것이 보인다. 슬슬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히에라폴리스 유적1


히에라폴리스 유적2

 

다시 석회 연못쪽으로 걸어가니 뒤에서 언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들이다. 중간에 삐끼를 따라 들어간 숙소가 괜찮아서 그냥 거기 묵었다고 한다. 어차피 파묵칼레야 좁디좁은 곳이니 다 만나지는 모양이다. 맘 같아선 하루이틀 더 머물고 싶지만 이곳에 다시 오려면 올 때마다 다시 매표소를 거쳐야 한다니 산책하자고 매번 입장료를 낼 수도 없고 어차피 일행도 만났으니 다음날 페티예로 떠나는 버스를 예약해 둔다. 페티예는 지중해에 접해 있는 해변이다. 같은 지중해에 접해 있는 올림푸스 해변으로 갈까 어쩔까 하다가 일단 페티예로 방향을 잡는다. 일행이 있으니 이번에는 좀 덜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