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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핑> 드디어(?) 사기당하다.

아침에 서둘러 싱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잠시 요우타오(중국식 꽈배기, 아침대용으로 종종 먹는데 맛있다^^) 사러 나간 사이에 본 놀랍도록 많아진 중국관광객 숫자에 드디어 국경절이 시작되었구나 피부로 느낀 탓에 대략 체크 아웃 시간을 맞추는 게 방 잡는데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버스는 약 삼십분 가량을 달려 싱핑에 도착한다. 사실 싱핑에서의 또 다른 기대는 싱핑에 인터넷이 되는 숙소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부터인데 생긴 것이데 방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다면 삼일도 안나가고 혼자 놀 수 있겠다, 사람들이란 하루종일 메신져나 해야지, 하면서 잔뜩 부풀어 있었던 것이었다.. 워낙 작은 동네라 숙소 이름만 가지고도 쉽게 찾아진다. 일본인 아저씨가 운영한다는 그 숙소는 외관이 번듯하진 않았지만 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좀 비싸더라도 저기서 묵는거야 하고 들어서는데 웬걸 방이 없단다. 그래서 내일은요? 했더니 심드렁하게 여긴 방이 하루에 200원이니 저기 싼 데 가서 알아보란다.


분명 내가 본 여행기에는 둘이서 60원에 그것도 한달 정도 전에 묵었다고 되어있는데 이게 국경절 특수란 말인가 슬슬 걱정이 된다. 나가서 삐기 아줌마에게 못이기는 척 방값을 물어보는데 가격을 말해주지도 않고 대뜸 전화다. 좀 있으니 웬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다. 방이 얼마냐니까 80원이란다. 저거 잘못타고 갔다가 방 맘에 안들면 다시 데려다 줄 턱도 없고 배낭 메고 돌아올 일이 꿈만 같다. 노우를 외치는데 어라 잡지도 않는다. 삐기 아줌마 얼마를 원하냐길래 50원이라고 어리버리 대답하니 이번엔 따라 오라며 앞서 걷는다. 그러더니 다리건너 들판지나 웬 농가주택에 데려다 주신다. 여기 낮에는 전원주택이라 치고 밤엔 어쩌란 말이냐.. 안 그래도 안 잘 판인데 집주인 60원 아니면 안된다길래 얼씨구하며 돌아 나온다. 정말 이러다 다시 양수오에 가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도 나고 괜시리 우울해진다.


배낭메고 다녀 본 주변 방들 가격도 만만치 않아 고민하고 있는데 이번에 새로운 삐끼 아줌마가 등장하시어 또 다른 아줌마에게 넘겨주신다. 강을 등 뒤로 하고 버스 내렸던 곳으로 하염없이 걸어가니 뭐 그저그런 숙소가 등장한다. 방이 의외로 넓고 환해서 40원에 이틀이요.. 했더니 안된단다. 40원에 잘 거면.. 하더니 1층 구석의 창고 같은 방에다 시트를 새로 깔고 부산을 떤다. 그냥 50원에 묵기로 하고 방에 들어오니 맘이 편해진다, 20일 만에 혼자 써 보는 방이다. 동네도 조용하고 정말 뒹굴뒹굴이 가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게다가 인터넷은 시간당 2원이라는 감동적인 가격이다. 대체적으로 대도시에선 10원, 소도시에선 5원, 상해에서는 무려 20원이나 했었는데 이건 거의 횡재 수준이다.


50원짜리 숙소 동방 빈관, TV도 나온다. 중국어로 더빙된 대장금도 봤다^^^^


담날은 미뤄뒀던 배를 타기로 한다. 계림에서 양수오까지 오는 배가 외국인에게는 대략 450원 정도를 받는다는데 그 구간 중 가장 절경이라는 양디-싱핑 구간만 배를 타기로 맘을 먹는다. 숙소를 나서니 이번에는 어린 여자애가 배타라고 잡는다. 그래, 어차피 매표소도 안보이더만 가격이나 알아보자 싶다. 싱핑에서 양디가는 구간을 물어보니 거기까지는 안가고 중간쯤까지 가는데 200원이란다. 어차피 깍일 가격이라 막 부른다 이거지.. 그래 니맘대로 불러라 나야 안 타면 그만이지 하고 여유를 부리는데 자꾸 얼마면 가겠냐고 묻는다. 이게 거의 중국인들의 공통적인 흥정 방법인데 먼저 되도 안하는 금액을 부른 뒤 난색을 표하면 얼마면 사겠냐고 되묻는 식이다. 그래 얼마가 문제가 아니라 나는 양디까지 왕복을 원한다고 했더니 이번엔 300원이란다. 헉 꼬마가 간도 크지.. 양수오에서 숙소가 20원이었대니.. 참나.. 그냥 노땡큐 했더니 200원, 150원까지 내려간다. 100원에 양디까지 가자고 했더니 다시 처음에 말했던 그 중간 지점을 들먹인다. 됐다.. 다른 데 가서 알아보지 하고 있는데 이 꼬마 근 한시간을 내 옆을 떠나지 않는다. 게다가 삐끼 세상에도 의리는 있어 다른 삐기가 붙어 있으면 일단 접근을 안하는 것 같은 것이 어제만 해도 그 많던 삐끼님들이 얼씬도 안해주신다.


어영부영 얘를 어떻게 떼내나 하고 있는데 이 꼬마 드디어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100원에 양디까지 가겠다는데 분위기 아무래도 찜찜하다. 양디까지 왕복이 맞느냐고 재차 확인해도 그렇다는데 도리가 있나.. 돈은 갔다 와서 주겠다고 할까 싶었는데 보아하니 배주인에게 팔아넘겨지는 분위기니 것도 쉽지 않고 설마 흥정이 어렵지.. 내용을 속이겠냐 싶기도 하고, 그래도 어린앤데 싶기도 해 찜찜한 채로 100원을 주고 그냥 배를 탄다. 아니나 다를까 이 배 한시간쯤 가더니 처음 꼬마가 말한 지점에서 정확히 회선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즉 원래 약속한 지점의 반정도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배였던 것이다. 헉 이렇게도 속는구나 싶은 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 니가 생각하는 딱 100원어치만 태워준거로군 싶다. 그래도 두시간은 배를 탔고 한 삼사십원쯤 바가지를 쓰긴 했지만 굳이 한시간쯤 더 가고 싶은 마음도 그리 크지 않아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뭐 나도 중국정부를 상대로 입장료 100원이나 사기치지 않았냐 말이다.^^ 배에서 내려 살짝 흘겨줄려고 했더니 요 좁은 동네에서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꼬마는 통 뵈질 않는다. 오늘 일당은 다 채운 것일까? 14살에 이름이 제니-웬 제니?-라는 영어도 곧잘 하던 그 꼬마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뭐 험한 세상 최소한 나보다는 잘살지 싶다.



배에서 본 풍경. 날이 잔뜩 흐리더니 내릴 무렵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배를 타고 나도 시간이 한참 남는다. 시간당 2원짜리 인터넷은 노트북 연결이 안된다. 안되는 실력에 IP랑 DNS값까지 넣어봐도 그저 연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나오고 일하는 애한테 물어봐도 지는 아무것두 몰라유 하는 표정이다. 컴퓨터에다 한글을 깔아볼까 하다가 에라 내 한계를 넘어서는 짓은 하지 말자 싶어 그냥 웹서핑이나 하다 나온다. 뒹굴뒹굴은 머릿속에선 황홀한데 현실에선 꼭 그렇지도 않다. 무지 심심하다. 내일은 또 뭘 하지? 마침 장날이라니 장이나 구경하고 다시 양수오로 나가야 하나..  국경절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좀이 쑤신다. 기차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움직일 방법을 찾아야 겠다.


싱핑의 3일장. 야채도 팔고


국수도 팔고


고기도 판다.


 그러다 어제 그 꼬마 여자애를 만난다. 살짝 흘겨줬더니 천연덕스럽게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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