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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 이야기

혼자 여행다니면 좋지 않은 점 중의 하나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 끼당 한가지 밖에 맛볼 수 없는 데다가 끼니를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요리를 먹겠다 생각하면 둘이나 셋이 먹을 때보다 비용은 두세 배 더 들지요, 먹다가 반쯤은 남길 용기도 있어야 하지요, 음식점에서 뻘쭘한 분위기 견딜 수 있는 뻔뻔함은 기본이지요, 이런 삼박자를 두루 갖춰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거야 사실 여행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바 그간 쭈욱 혼자 밥 사먹은 경험에 의하면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어지간한 전골류는 기본 2인 이상이고, 피자는 마트에서 파는 조각 피자 이외는 언감생심이며, 심지어 중국요리도 짜장면과 짬뽕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혼자서는 그저 김치찌개나 비빔밥이나 먹어야 하는 신세인 것이다.


자.. 뭔 서론이 이렇게 긴고 하니 먹는 얘기를 쓰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국수랑 만두랑 볶음밥 이외에는 먹은 게 없다는 고백을 하기 위해 변명이 길어졌다. 게다가 군것질 안 즐기는 버릇이 고쳐질 리 없어 뭐 크게 길거리 음식 먹은 것도 없고, 술은 거의 맥주 한 병이 전부이니 안주 먹을 일도 없고 그래서 사실 뭐 먹을 것에 대해서 쓸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 집 떠난 지 한 25일 됐으니 그래도 한 60끼니쯤은 먹었을텐테 특별히 떠오르는 음식도 없고, 그렇다고 음식 때문에 크게 고생한 적도 없고, 아직은 한국 음식 먹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드니 그저 맹숭맹숭할 따름이다.


북경에서 먹은 국수. 처음 시킨 국수라 잔뜩 긴장하고 먹었는데 나름 고기도 있고,야채도 있고, 면발도 쫄깃해 맛있게 먹었다.


 상해 예원에서 먹은 샤오 뭐 라는 만두.. 워낙 유명한 집이라 한 30분 줄서서 산 뒤 길거리에서 먹었다. 만두에 야채가 하나도 없고 고기만 똘똘 뭉쳐 있다. 양이 너무 많아 반만 먹고 놔두니 반은 어떤 할머니가 달라고 해서 그냥 드렸다.


황산 기차역에서 먹은 계란 볶음밥, 볶음밥이 아무리 맛있으면 뭐하냐구요.. 김치도 하다못해 단무지도 없이 저거 먹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중국 음식 심하게 입에 맞는다. 누구는 상차이 때문에 입에도 댈 수 없다고 하고 누구는 느끼해서 한숟가락 뜨기도 괴롭다는데 첫날부터 어 맛있네.. 했으니 아무리 걸어도 살이 빠질 리가 있냐 말이다. 흑흑.. 게다가 양은 또 좀 많이 주냔 말이다. 그저 좀 괴로운 건 국수면 국수, 만두면 만두, 볶음밥이면 볶음밥 이외엔 단무지 한조각도 안나온다는 건데 일식 삼찬이 그립긴 하지만 이것도 그럭저럭 적응이 된다. 게다가 어떤 유스호스텔에서는 나름 세트 메뉴 같은 걸 만들어서 밥이랑 요리 조금, 반찬 두어 가지, 국 등을 한세트로 팔기도 하고,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반찬가게 같은 데서 이것저것 골라서 먹을 수도 있으니 맨날 단품만 먹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저냥 먹고 다닌다.


주로 시장이나 기차역 혹은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파는 골라먹는 음식이 정말 맛있는데 문제는 영어 메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요, 주인은 100% 영어를 못하니 시키는 것이 대략 난망이다. 그래서 생긴 요령은 대략 이러하다. 무지 먹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옆에 서 있는다. 그냥 서 있으면 안되고 대략 밥의 위치와 먹고 싶은 음식을 찍어두어야 한다. 그러고 서 있으면 중국어로 뭐라 뭐라 물어본다. 물론 못 알아듣는다. 그때 밥의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반찬들을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며 영어로 몇 마디 해 준다. 뭐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 단지 밥을 그냥 얻어먹을 요량은 아니라는 것만 사실만 확인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그럼 백이면 백 다 알아듣는다. 먼저 반찬을 고르게 하고 고른 반찬 숫자에 따라 돈을 받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돈을 표시하면서 칩 같은 걸 사오라고 하기도 하지만 여튼 못 먹은 경우는 없다. 이 경우 고기 두어 가지에 나물이랑 두부 부침 가끔 계란 후라이도 먹을 수 있어 단품 식사의 괴로움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대략 오원(650원) 정도다. 


계림 칠성 공원 앞 식당에서 고른 뷔페식 식단, 근데 아직도 그 고기가 뭔지 궁금하다. 뼈는 닭이었는데 고기 맛은 닭이 아니었던 것이다 --;:


룽성 버스터미널 앞의 가게. 이것저것 고르면 죄다 섞어 기름 듬뿍 넣고 다시 볶아 주신다. 그래도 맛있다.


그래도 아직 음식 고르는 일은 무지 어렵다. 처음엔 대도시만 다닌 탓에 사진보고 골라먹을 수 있는 집이나 영어 메뉴판이 있는 집이 많아서 그나마 좀 수월하게 다녔는데 대도시를 지나니 온톤 한자투성이인 메뉴판만 덜렁 나온다. 중국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되어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뭐가 재료고 뭐가 조리법인지 구별도 모호한데다 면이랑 밥이랑 탕 정도는 구별하겠는데 구별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 이게 항상 생각하는 거랑 다른 종류가 나와 주신다는 특징이 있다. 다행인건 다른 게 나와 주셔도 대부분 입맛에 맞긴 한다^^ 게다가 과일이 무지 흔해서 대략 사과며 복숭아 뭐 그 비싼 커다란 포도까지 대략 한 십원만 주면 무지 많이 사서 며칠동안 먹을 수 있다.


그나마 아는 요리, 싱핑에서 먹은 마파두부


여기서 먹은 최악의 음식은 우습게도 스파게티였다. 양수오에서 여행자 거리를 만나니 느닷없이 서양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데 태국이며 라오스에서 먹었던 맛난 음식들이 눈에 아른아른 하더라는 것이다. 거리도 비슷하니 맛도 그만저만 하겠지 싶어 적당한 카페를 골라 들어선다. 대낮부터 스테이크는 오버질이고 피자는 뭐 피자헛 크기만큼은 안 되도 대략 어린애 얼굴만하니 다 먹기 어렵고 그래서 낙착을 본 것이 스파게티였는데...  이것이 면을 덜 삶았는지 혹은 덜 볶았는지 뚝뚝 끊어지는데다가 위에는 치즈요, 아래는 기름으로 흥건하니 아무리 비위 좋은 나도 두 젓가락 먹고 더는 입에 대지를 못 하겠더라는 거다. 결국 스파게티는 먹지도 못하고 느끼함을 달래려 커피까지 마시고 나왔다는 뭐 대략 그런 야그다.


싱핑장의 볶음국수. 김박사의 볶음 국수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맛있다.


싱핑장의 찰떡. 노란색에는 설탕이, 흰색에는 깨가 들어있다. 1원(130원)에 네 개인데 두 개만 먹어도 배부르다.


여튼 제대로 된 음식 못 먹는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를 간다 해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인도차이나에서도 국수나 볶음밥 그리고 만두 대신 스프링롤이나 오지게 먹고 다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과일 대신 과일 쥬스나 마시고 다닐테고.. 자.. 이 난국을 타개할 묘안들을 제시해 주시라.. 뭐 현지남을 사귀라는 둥 여행남를 꼬시라는 둥의 현실 불가능한 대안은 절대 사양이다. 뭐 그런 남들 있으면 음식이 문제겠는가? 안 먹어도 배부르지 않겠는가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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