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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숙소 이야기

-글쓰기 전에 koooo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이란 걸 갔을 때는 일행이 있었으므로 4인실 혹은 2인실 두개를 썼었고 그 담 두 번인가 혼자 갔을 때는 당연히 싱글룸에 묵었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고 캄보디아나 라오스 모두 에어콘 있는 싱글룸이래야 10불을 넘지 않는 가격이었다. 뭐 라오스의 경우는 느닷없이 일행이 생겨 더블룸에 묵은 경우도 있긴 하다. 그 정도면 가뿐하게 혼자 묵을 수 있는 정도의 가격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장기 여행의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뭐 큰 맘 먹고 싱글룸으로만 다닐테야 한들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여행 경비 중에 숙박비가 차지하는 퍼센테이지가 만만치 않은 고로 대략 다인실 즉 도미토리라는 곳으로 다니게 되기가 십상인 것이다.


이미 밝힌 대로 중국에 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도미토리에 묵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도미토리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들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뭐 처음 떠오른 생각은 얘들이 남녀 구분은 하나 뭐 그런 거였고 그 다음은 짐들이랑 뭐 이런 건 그냥 놓고 다녀도 되나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뭐 가장 고민이었던 건 사실 그저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할 때 오는 기본적인 불편함들을 참을 수 있을까였지만 그거야 또 안 참으면 어쩌겠는가. 결국 돈과 편안함 둘 다를 추구할 수야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여튼 그런 고민들을 안고 도미토리 생활을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싱핑과 룽성처럼 아주 작은 동네가 아니고선 전부 유스호스텔로만 다닌 것 같다. 유스호스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시설과 가격 면에서 나은 점이 많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숙소에서 다음 숙소의 정보를 얻는 것도 유스호스텔끼리 가능하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들어온 유스호스텔증의 본전을 뽑겠다는 의지도 작용했을 테고.. 일년에 회비가 이만 오천원쯤 됐던 것 같은데 대략 하루에 한 오원 정도 할인된다. 고로 아직 본전은 못 뽑았다는^^


항저우 유스호스텔 숙소입구


이 유스호스텔 분위기가 동네마다 좀 다른데 아무래도 작은 도시가 좀더 가족적인 것 같다. 시설은 대부분 깨끗하고 침대는 주로 원목스러운 나무색이다. 이게 국제 유스호스텔의 권장사항인지 여튼 한참 때 우리나라 저학년 어린이방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샤워실이나 화장실 등속은 대동소이하다. 개인 짐들은 대략 사물함이 따로 있어 중요한 것은 거기다,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참대위에 두고 다닌다. 가장 큰 차이점은 로비일 텐데 이것의 운영 방법에 따라 도미토리 문화가 확 달라지는 것 같다. 즉 로비를 개방하고 탁자 등을 갖추어 두고 DVD등의 시설과 음주 등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 왁자하니 자유로운 모습들이 연출된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좋았던 곳은 쑤저우와 구이린 정도였던 것 같고, 사람이 많고 일처리가 사무적일수록 이런 곳도 구획을 정해놓고 식사 인구나 음주 인구만 받기도 한다. 물론 가격도 비싸고.. 상하이나 항저우가 그랬던 것 같고..


차화빈관 휴게실, 눈치챘겠지만 글쓰다 찍었다. 노트북 보이나? 

 

여튼 인간들도 가지가지인데 북경에서는 그냥 한국 친구들 끼리 묵어서 별 불편함 없이 생활했었고 상해로 오니 그래도 남녀 구분은 하네.. 동양권이라 그런가 했었다. 그런데 항저우로 오니 이번엔 남녀 구분없이 온통 동양애들만 한 방에 몰아넣는다. 이번엔 색깔 구분이군.. 처음으로 코고는 얘들땜씨 잠 못 이루는 불상사가 생긴다. 뭐 내가 코를 골았는지는 나야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대략 아니겠지 한다. 황산까지 오니 남녀불문, 색깔불문 선착순이 된다. 이게 구이린으로 오면 좀더 엽기적이 되는데 비수기다 보니 4인실에 대략 둘이 묵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드문드문 6일 있는 5일 동안 남자랑 둘이 잤다. 그중 마지막 2일은 팬티만 입고 자는 프랑스 아저씨랑 둘이 잤다는 거 아니겠냐.. 차라리 17인실이 낫지 이것도 보통 고문이 아니다.


계림 플라워 유스호스텔 4인실


또 인간들 왜 이리 일찍 일어나서 설치는 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면 대략 6시도 안된 시간에 나갈 준비들을 하고 있다. 그래도 들어오는 시간들은 늦어 낮에는 거의 혼자 있을 수도 있으나 이도 한 도시에서 오래 있을 경우 가끔 생기는 일이고 그나마 로비 따위가 영 편하지 않을 때 한해 생기는 일일뿐 나도 한 번 나가면 어지간해서는 잘 시간 전엔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왠지 답답한 느낌도 들고 편안하지는 않은 듯 하다. 마지막으로 쌍쌍이 다니는 애들, 어지간하면 더블룸 쓰면 좋으련만 왜 이층침대 점거하고선 하나는 비워두고 좁은데서 둘이 자는 지 원.. 거 혼자 잘래도 이층에서는 떨어질까 불안하더구만.. 쩝


여튼 이곳 차화빈관은 명성대로 친절, 신속, 정확 뭐 깨끗 등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단지 호텔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도미토리는 좀 뒷전인 건데 뭐 그러면 또 어떠랴.. 이곳에는 제법 여행자같은 애들도 보이고 밤낮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또 들어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적당히 가족적이며 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다. 이곳에서 매일 저녁 맥주 한병씩 마시면서 나흘을 묵었다. 쿤밍에서 차화빈관과 더불어 유명하다는 험프로 옮길 생각도 안 한 건 아니었는데 배낭 무게를 생각하며 꾹 참았다. 첨에는 그 배낭 맬 때 진짜 뒤에서 잡아당기지마 란 말이 절로 나왔는데 이젠 잘도 메고 돌아다닌다. 얘기가 딴데로 샜다^^


중국은 둘이서 밀월여행 오지 않는 한 유스호스텔로 다니는 게 제일 간편할 것 같다. 위치나 시설, 가격 면에서 최강이다. 한달이상 다닐꺼면 유스호스텔증 하나 만들어 오는 것도 남는 장사일테고.. 그리고 도미토리 친구 사귀기도 좋다는데 것도 뭐 영어 좀 될 때 얘기고 그냥 눈 마주치면 핼로우니 하이 정도에 너 어디서 왔니? 너 어디로 가니? 이상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략 서양애들 나를 중국인으로 보는지 영어로 말 잘 안시키는 고마운 경향이 있다. 아주 편안하다^^ 베트남도 도미토리가 있긴 하다는데 숙소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 싱글룸의 유혹이 살짝 느껴진다. 젤 좋은 건 둘이서 더블룸을 쓰는 게 가격대비 최강인데.. 아무래도 그런 기대는 깨끗이 접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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