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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베트남의 마지막 도시로 오다.

또다시 도시 한복판으로 들어와 버렸다. 호치민은 하노이보다도 훨씬 크고 번화한 듯 보인다. 여행자 거리도 하노이보다는 넓어 보이는데 오토바이의 절대량은 호치민이 많을지 몰라도 길이 넓은 탓인지 하노이보다는 덜 복잡해 보인다. 아님 그 사이에 오토바이에 좀 익숙해져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에서 두 달 살았다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하루밤 신세를 진다. 여행자 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취방은 생각보다 깨끗한 건물에 위치해 있다. 방세는 한달에 백불이라는데 아마도 외국인이라 시세보다는 비싸게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친구의 싱글 침대에서 둘이 하루밤을 자고 나니 더는 신세를 질 수도 없고 므이네에서 하루늦게 출발하는 친구의 친구와 방을 같이 쓸 요량으로 베트남에선 처음으로 에어콘룸을 잡아둔다.  


친구의 친구는 므이네에서 만났던 벨기에 남자를 결국 달고 온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쩐지 하루 더 있겠다고 할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니^^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같이 술을 마신다. 그놈의 영어가 참 이상한 게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건 들리는데 나한테 말하는 건 안들리는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하긴 들려봐야 대답도 안되는데 들리면 또 뭐 한단 말인가^^ 결국 몇마디 주고받지도 못하고 눈이 마주치면 씨익 웃기만 한다. 벨기에 친구는 비오는 노천에서 꼬막 삶을 걸 안주로 놓고 먹는 술이 익숙지 않은지 웃고는 있지만 불편한 얼굴이다. 게다가 이 친구 해물을 전혀 못 먹는단다. 결국 까페로 자리를 옮긴다. 대략 호치민 여행자 거리의 물가는 하노이 두배다. 그냥 노천이나 길거리 음식 가격은 그만그만한데 까페나 식당의 메뉴가 그렇다는 건데 마지막으로 ATM으로 돈을 인출하고 나니 나가는 날까지 부족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호치민은 전체의 넓이가 서울의 3배라는데 이곳 역시 볼만한 관광지는 대략 걸어 다닐만한 거리에 모여 있다.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본다. 호치민에서 올라왔던 친구들은 죄다 무지 덥다고 입을 모았는데 비가 내린 탓인지 그리 덥지는 않다. 시장을 지나 한때 대통령 관저였다는 통일궁을 지나 전쟁기념박물관에 들어선다. 주로 사진 위주로 전시가 되어있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사진이 주는 실물감 때문인지 베트남전의 참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베트남전 여기서는 미국전이라 불리는 전쟁에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저 여행자일 뿐이라고.. 이런 소모적안 감상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애써 외면하려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통일궁에서 바라본 베트남 시내, 좌측에 보이는 것이 다이아몬드 플라자다


전쟁기념박물관 입구의 포스터


오후에는 폭우가 내려 역사박물관이나 가보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그저 잠시 들렀다가려던 다이아몬드플라자에서 발이 묶인다.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포스코에서 지었다는 주상복합건물인데 백화점이며 오락실, 볼링장 따위가 영업중인 곳이다. 샴푸니 바디샴푸 등이 떨어질 때가 되어 슈퍼나 얼쩡거린다. 베트남산 샴푸와 다국적 기업의 샴푸를 들고 잠시 고민하다 중국에서 샀던 중국산 치약의 씁쓸하고 뻑뻑한 맛이 떠올라 그냥 펜틴을 들고 나온다. 누구말대로 상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베트남산 상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는 계속 내리고 백화점을 두어바퀴 더 돌아도 별로 할 일은 없다. 게다가 누가 한국백화점 아니랄까봐 가격도 한국에서의 가격과 맞먹는다--;: 언젠가 이곳에서 떡볶이를 판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선 거의 먹지도 않던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는다. 우리돈으로 이천원 남짓이지만 이곳에선 그리 싼 가격도 아니다.


저녁무렵 비가 그치고 다시 거리로 나가 사이공강 쪽으로 걸어가 본다. 다이아몬드 플라자와 사이공강을 잇는 동코이 거리는 호치민 최대의 번화가인데 그 명성에 걸맞게 프랑스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며, 카페, 꽤 비싸보이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거리도 제법 널찍해서 그저 서울 시내 어디쯤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이때까지 간 도시마다 강이건 호수건 아님 바다라도 꼭 물을 끼고 있다. 하긴 인류문명도 강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니 -기억들 나시나.. 티크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지명도 생소한 4대 문명 발생지를 외우던 시간들이- 어지간한 대도시는 다 물 옆에 자리잡고 있게 마련이긴 할터, 그런데 이 사이공강은 특이하게도 유람선이나 떠다니는 강이 아니라 제법 화물선도 보이는 것이 도로망이 미비한 베트남에서 화물 운송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듯도 싶다. 그래서 그런지 강이 아니라 연안부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인민위원회앞에 있는 호치민 동상


해질 무렵 사이공강


도시를 돌아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친구의 친구는 벨기에 남자와 데이트중인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KBS월드라는 한국TV가 나오는 덕분에 뒹굴뒹굴 최진실이 신파를 떠는 드라마나 보며 시간을 죽인다. 그래, 눈 큰 남자친구가 생길래도 의사소통이 되고 볼 일이다. 다들 열심히 영어공부들 하시라 뭐 짬짬이 피부 관리에도 신경 쓰면 그보다 좋을 순 없겠고^^ 그도 저도 귀찮으면 가까이 있는 한국말되는 남자를 잽싸게 찍어 버리든가 할 일이다. 특히 조커와 일산 주민은 새겨들으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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