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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호수> 미쉘.. 모자를 벗지 말든지^^

 

깔로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미얀마 여행의 백미라는 인레호수로 떠난다. 인레호수는 워낙 큰 호수라 호수의 오른쪽 상단부에 자리 잡고 있는 냐웅쉐라는 마을에 방을 잡고 주로 보트로 돌아보게 되어 있다. 깔로에서 우리를 태운 버스는 중간에 쉐냐웅이라는 갈림길에 우리를 내려놓고 떠난다. 이곳부터 냐웅쉐까지는 다시 택시를 타야 한다. 네 분의 선생님이 한차를 타시고 나는 다음 출발하는 차를 타고 갔는데도 같은 숙소에서 다시 만난다. 여튼 가이드북의 힘은 대단하다^^. 어쨌듯 숙소를 잡고 여장을 풀어도 시간은 11시 남짓이다. 어느새 선생님 중 한 분이 문을 두드린다. 주영씨도 내일 보트투어 할거죠? 아 네.. 했더니 어느 새 보트 투어는 그저 돈만 내면 알아서 할 수 있게 섭외까지 마쳐 놓으셨단다. 가끔 일행을 잘 만나면 여행이 이리 편해지기도 한다^^


세 분의 여선생님들은 벌써 어느 마을엔가 선다는 장구경하러 나가시고 나는 그저 방에서 빈둥거리다 오후에 교장선생님과 카누를 탄다. 호수 전체를 둘러보는 보트 투어와 달리 조그만 카누를 타고 수로 사이를 두어시간 다니다가 일몰을 보고 오는 것이다. 카누가 수상 가옥 사이를 미끄러지듯이 흘러 수로 사이를 가로지른다. 어느 지역쯤에서 사공이 호수 위에 핀 연꽃을 한송이 꺾어서 건네준다. 모터가 달린 요란한 보트와는 달리 손으로 때로는 발로 젓는 카누는 저녁 나절의 수로 위를 평화롭게 흘러간다.


인레 호수 위의 수상 가옥들


다음날 시작한 보트투어는 먼저 호수 주변에 돌아가며 선다는 장이 열리는 곳부터 방문한다. 상당히 춥다는 소문을 듣고 긴팔에 운동화까지 신었건만 호수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다. 시장을 거쳐 몇군데 기념품 가게를 들러 당도한 곳은 인떼인이라는 곳이다. 그저 가이드북에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투어비를 조금 더 내야하는 곳으로 돈을 더 주고서라도 가볼만하다고만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기원전 2세기경에 만들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전탑군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누가 어떤 용도로 세웠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데 거의 방치상태로 있기는 해도 기원전 2세기 경의 유물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조각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아직 이곳까지 돌볼 여력은 없는 건지 여기저기 허물어져 가는 탑 사이를, 그 탑에서 떨어져 나왔을 것이 분명한 돌들을 밟으며 걷다가 문득 이게 얼마나 오래 버티어줄까 하는 데 까지 생각이 미치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인떼인의 유적들


인레호수는 워낙 넓어 어떤 곳은 물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어떤 곳은 바다라고 해도 믿을 만큼 넓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압권은 일명 플로팅가든이라는 수상정원인데 물위에 떠 있는 좁은 공간에 토마토며 꽃같은 수상 식물들을 가꿔 내다파는 곳이다. 이 땅위에는 사람이 올라설 수도 있는데 진흙이나 이끼를 밟고 서 있는 것처럼 좀 쿨렁거리기는 해도 사람이 걸어다니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이곳에서는 해초같은 것을 썩혀 거름으로 쓰기도 한다고 한다. 인떼인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은 뒤 플로팅 가든이며 사원들을 돌아보니 하루가 간다. 세분 선생님들을 그날 저녁으로 만달레이로 떠나는 일정이다. 정말 일정 하나는 빡세게 짜 오신 모양이다.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


플로팅 가든, 재배한 꽃을 수확하고 있다.


서둘러 만달레이로, 양곤으로 떠나는 선생님들과 헤어지고 다음날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들을 천천히 돌아본다. 갈대라고만 생각했던 하얀 꽃들이 핀 밭이 알고 보니 사탕 수수밭이란다. 하얀 꽃들을 피워 올린 사탕수수밭들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탄 어떤 서양 남자가 영어할 줄 아냐고 묻는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렸더니 이 친구 론리플래닛에서 돈을 대고 마을 사람들이 노동력을 대어 만들었다는 다리가 있는 마을을 찾아가다가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나도 거기에 가는 길인데 대충 11킬로 쯤 되니 아직 한 시간은 더 가야 할 것 같다고 대답하자 이 친구 다시 자전거를 돌려 뒤를 쫓아온다. 스위스 사람이라는 데 이름이 미쉘이란다. 뭐 베트남 사람은 자기를 미셀이라고 불러서 맘이 상했는데 너는 발음이 좋다나 어쨌다나 수작이다. 미쉘이나 미셀이나 그게 그거구만.. 근데 이 친구 나한테 영어할 줄 아냐고 물은 게 무색할 지경으로 영어를 못한다. 참 노란 머리에 파란 눈에 흰 피부가 영어를 못하니 것도 보통 괴로운 일은 아니겠다 싶다. 이럭저럭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리에 당도한다.


일몰을 보고나니 어두워져 그냥 보트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가기로 한다. 어디에 묵고 있냐니까 호수 옆에 있는 내가 눈독을 들였으나 가격이 비싸 침만 흘리던 그 방갈로에 묵고 있단다. -에휴.. 유로화 쓰는 나라에서 태어나든지 했어야 하는데^^-  그러더니 자기랑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한다. 사실 보트를 타기 전까지 보인 호의로 볼 때 밥 먹자는 소리 정도는 할 것 같았고 뭐 그러면 대충 먹어 줄 용의도 있었으나 이 친구 보트를 타자 부는 바람 때문에 모자를 벗는데 헉.. 내가 절대로 용서 안하는 외모의 소유자였으니 이른바 대.머.리였던 것이다. 그전까지 30대 중반의 아저씨는 온데간데 없고 갑자기 50대로 변신한 사람이 보트에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궁해도 대머리는.. 쩝 결국 사양하고 혼자 밥먹으러 간다. 그러나 미얀마 여행은 혼자 다닐 팔자는 아닌 모양인지 깔로에서 만난 커플을 다시 만난다. 신원 미상, 연령 미상의 이 커플은 그 다음 일정이 나랑 똑같아 자연스럽게 일행이 된다. 일행복은 있으되 아저씨 아님 커플이라니.. 도대체 대한민국 남자들은 혼자 여행 안다니고 다 뭐 하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론리플래닛 다리.. 여기까진 분위기 괜찮았다니..


다음날은 커플과 자전거를 타고 온천을 다녀온다, 원래 혼자라면 자전거로 찍고만 오려고 했는데 일행이 있으니 같이 온천에 들어간다. 대중탕은 1불, 와국인 전용탕은 3불 추가라는데 구경하러 들어간 전용탕에 마침 아무도 없어 그냥 룽지를 빌려 입고 셋이서 들어간다. 햇살이 따가운데 온천에 들어가 있으니 처음엔 좋다가 점점 힘들어진다. 게다가 더운물이라 때가 부는지 온 몸이 가렵다. 그렇다고 온천에서 때를 밀수도 없고 그냥  퉁퉁 불려서 샤워만 한다. 그래도 간만에 더운물에 몸을 담궈서 그런지 제법 개운하다. 돌아가는 길은 다시 보트를 탄다. 혼자 다니면 부담이 될 텐데 셋이서 나눠 내니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제 수영복 사진을 기다리시는 분들께 바칩니다. 대략 이 사진으로 만족해주시기를^^  


다시 밤버스 탈 준비를 하고 떠난다. 다음 도시는 시뽀.. 만달레이에 들러서 다시 6시간가량 버스나 기차를 타야 도착하는 곳이다. 미얀마 최장시간 버스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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