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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고> 5달러 사기치다 아니 사기당한건가

 

일행이 아침에 떠나고 나는 밤버스라 만달레이 성이나 보러 간다. 10불짜리 입장료가 아까워서라도 하나라도 더 볼 요량이었는데 볼 것 아무것도 없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과는 달리 만달레이 성은 그런대로 볼 만이다. 한 면이 3킬로미터나 되는 이 넓은 성은 식민지시대와 이차대전 그리고 현재 미얀마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군사시설로 이용해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지만 그나마 중앙의 왕궁은 어설프게나마 복원을 해 미얀마 왕조의 왕궁의 모습을 짐작아니마 할 수 있게 해 놓은 곳이다.


미얀마에서 마지막 밤버스가 될 바고행 버스는 예상대로라면 새벽 5시에는 바고에 도착해있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자다가 눈을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그냥 신작로 한 가운데 서 있다. 언제 퍼졌는지도 모르겠는데 여튼 차가 퍼져 어디서 보내주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이다. 필리핀에서 선교사 공부를 했다는 아저씨의 통역에 의하면 한 시간쯤 뒤면 버스가 올 것이도 여기는 양곤에서 150칼로 떨어진 곳인데 아마 바고는 그 중간쯤일 거라고 한다. 에효.. 원래 바고에 도착해 황금바위가 있다는 짜익티요로 가려는 계획은 일단 무산이 되고 길가에 앉아 마냥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가 퍼져 길가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한시간 반이 지나 버스가 오긴 왔는데 나야 선교사 아저씨가 챙겨 줘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일부는 서서 간다. 게다가 차비를 또 내란다. 이게 말이 되나 싶어 따지려는데 현지인들이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차비를 건네준다. 나만 바가지 씌우는 것도 아니고 현지인들도 암말 안하고 내는데 싶어 그냥 돈을 내고 말긴 했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시스템이다, 하긴 미얀마는 차의 수입이 거의 규제되다시피 해 심하게는 이차대전 때나 굴려다녔을 법한 차들도 종종 눈에 띄는데 그간 차가 안 퍼진 것만 해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결국 차가 바고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무려 7시간 연착인데도 돈은 돈대로 더 내고, 누구한테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를 못 들어봤다는 거 아닌가. 나 아무리 한국이 좋네 싫네 해도 이럴 땐 정밀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결국 일정을 바꿔 바고 시내를 먼저 돌아본다. 자전거를 타도 될만한 동네인데 지도가 없어 그냥 사이카로 돌아본다. 바고 역시 사원 전부를 보는데 10달러인데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입장료 없는 사원만 둘러보고 5시 넘어 직원들이 퇴근하면 주요 사원을 보라고 되어 잇다. 하지만 주요 사원은 한시간 안에 보기 어려운데다 입장료는 별로 아까워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입장권을 끊어야 겠다 생각하고 행선지를 말해 놓았는데 이 사이카 기사 계속 자기한테 10달러를 달란다. 미쳤냐? 넌 내가 호구로 보이냐? 싫다. 필요하면 다이렉트로 직접 내겠다 했더니 드디어 속내를 드러낸다. 어차피 10달러는 정부가 먹는 돈이니 자기에게 다른 사람에게 받은 입장권이 있으니 너랑 나랑 5달러씩 나눠가지잖다. 근데 그 입장료라고 꺼내는 걸 보니 유효기간이 자난 입장료이다. 이거 기간 지났다고 했더니 어쨌든 니가 가고 싶은데 다 무료로 들어가게 해 주면 나중에 너는 나한테 5달러를 주면된다고 해서 에라.. 속지 뭐 하고 오케이한다. 결국 어떤 파고다는 직원이 퇴근한 듯 보이고, 어떤 파고다는 원래 입장료가 없는 듯 보이고, 어떤 파고다는 옆문으로 살짝 들어갔다 나오고 등등의 편법으로 보고 싶은 곳은 모두 무료로 들어갔다 나오는데 성공한다. 뭐 좀 찝찝하긴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5달러를 건네준다. 뭐 왠지 속은 것 같은게 사기를 친 건지 당한 건지 알수가 없다. 

 


바고의 한 승원에서.. 뭔가 외우느라 정신이 없다.


담배 만드는 가내 공장.. 이런 어린 아이들도 하루종일 담배를 만다.


마지막으로 석양을 보러 올라 간 힌타공 파고다에는 낫공양 준비가 한창이다. 낫은 이 나라 특유의 정령신앙이 불교와 결합해 생긴 것으로 우리  나라의 절에 산신을 모시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싸이카 기사가 짧은 영어로 가끔 이파고다에서는 댄스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해서 파고다에서 웬 댄스 하고 말았는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굿판 비슷한 것이 열린다는 소리였던 것이다. 오늘은 준비만 하고 내일하고 모레 이틀동안 열린다는 것으로 봐서는 제법 큰 굿판인 모양이다, 짜익티요 갔다가 돌아오면 두어 시간 구경도 할 수 있을 듯도 싶다.


다음날은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근처에 있는 짜익티요에 다녀온다. 짜익티요는 우리나라 설악산에 있는 흔들바위처럼 비스듬하게 서 있는 바위로 중력의 법칙에 따르면 떨어져야 하는데 안 떨어져 영험하다고 해 바위에 탑을 세우고 금칠을 해 모셔둔 곳인데 미얀마의 쉐다곤파고다, 만달레이의 마하무니 파고다와 함께 미얀마 불교의 3대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외국인들에게는 론리 미얀마편 표지 사진 덕에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산밑에서 정부가 운용하는 트럭을 타고 40여분을 올라가다가-2.5톤 트럭에 무려 60여명을 태운다-다시 70도 경사의 가파른 길을 40여분 걸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길을 걷는 건 질색이지만 바고에서도 양곤에서도 딱히 더 할일이 남아있지 않아 그냥 가보기로 한다.


짜익티요 파고다


다른 각도로 보면 이렇다


아니게 아니라 산길은 심하게 가파르다. 그래도 바위 주변은 제법 공원처럼 만들어 놓아 금칠한 바위보다 그 바위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셋을 보고 다시 40분을 걸어 픽업타는 곳으로 내려오니 7시에 떠난다는 마지막 픽업은 7시반이나 되어 7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을 태우고 불빛하나 없는 산길을 미친 듯이 달린다. 다리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데 무슨 청룡열차라도 타는 것 같다. 아 이러다 차라도 전복되면 떼죽음인데 대체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트럭이 이래도 되나 투덜대다가 내려 시계를 보니 올라갈 때 40분 걸렸던 길을 18분만에 내려 왔다. 아무래도 운전기사가 정상은 아닌 듯 싶다.


짜익티요는 일찌감치 관광지가 되어서 그런지 미얀마 특유의 다정다감함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바가지 씌우려는 찬절만 가득한 곳이다. 언젠가 미얀마 다른 지역도 모두 이곳처럼 변하겠구나 싶은 게 마음이 쓸쓸해진다. 산 밑에서 하루밤을 자고 다시 바고로 돌아와 이번에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낫공양 하는 곳으로 다시 가본다. 점심 먹고 다시 시작했다는데 벌써 굿판이 한창이다. 장고 비슷한 북이며 징이 딱 우리 나라 굿판이다. 도착해보니 큰 무당으로 보이는 사람의 사설이 한창인데 차이가 있다면 큰무당이 여장을 한 남자이다. 계속해서 여장한 남자들이 나와 춤을 추면 신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돈을 옷에다 걸어주기도 하고 음식상을 주기도 하는 것까지 거의 굿과 흡사하다.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들어가서 사진 몇장을 찍어도 별 제지는 없다. 내친김에 그냥 눌러앉아 구경도 한다. 굿은 4시경에나 끝이 난다.


정령신인 낫에게 바치는 제단이 차려져 있다


춤추는 무당 언니 아니 오빠^^


간만에 즐거운 구경을 마치고 양곤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한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항공권 리컨펌을 위해서는 늦어도 열두시까지는 양곤에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는 딱히 할일은 없다. 그냥 하루밤을 자고 방콕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아 있다. 방콕에서는 바로 라오스로 갈 예정이니 라오스에서 열흘 그리고 운남에서 보름을 보내고 나면 티벳으로 갈지 한국에 한 번 들어가게 될지 윤곽이 잡힐 것이다. 지금 생각으론 한 번 갔다와도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그저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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