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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대도시는 이제 그만

상해로 가는 밤기차는 생각보다 쾌적하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2층과 3층 침대차 승객을 위한 -침대가 3층으로 되어있다- 좌석이 통로에 작게 마련되어 있어 계속 누워서 가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도 말끔히 해소해 준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싼 이 나라는 아직도 우리나라 70년대처럼 끊임없이 안내하는 언니가 오가며 쓰레기도 치워주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뭐 기타 등등의 편의를 제공해 준다. 단지 상부라고 표시되어 있는 3층간의 경우 그저 눕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당연하게도 진동이 장난이 아니며 행여나 자다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상부의 티켓이 그중 저렴하다고 한다.  


 

 이 기차다. 3층에서 행여 떨어질세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무려 10시간 이상 버텼다. 뭐 밤 10시면 불을 끄기 때문에 딱히 할 일도 없다.

 

 상해에 도착하니 다시 한여름이다. 북경에서 내리는 비 때문에 제법 쌀쌀해져 챙겼던 긴팔 겉옷까지 껴입고 내리니 배낭 무게에 겹쳐 땀이 비오듯 흐른다. 대략 부산정도의 위도밖에 안되는 것 같은데 이게 웬 횡액이란 말이냐.. 당분간은 인도차이나 반도에나 가야 입겠지 했던 반바지를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뭐 상해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략 짐작이 가는 정 안가게 높은 건물들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는 대도시다. 한강보다 물살이 약간 세 보이는 황푸 강변에 서울의 63빌딩만한 건물들이 꽤 여럿 서 있는, 야경이 이쁘긴 하지만 뭐 한강다리 근처에서도 제법 만날 수 있는 그런 도시라는 말이다.


 

 그래도 야경사진 한 장.. 흔들린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도 지도 한 장 들고 걸어다닌다. 북경은 그나마 반듯반듯한 도로 덕분에 버스타고도 헤매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여기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고 도시는 작은데 길 막히는 수준으로 봐선 택시비도 만만치 않게 나올 듯 하여 걷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걸어다니면 좋은 건 시장이나 뒷골목 언저리에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는 건데 상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층빌딩 뒤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살림살이들이 드러난다. 그저 며칠 본 것에 불과하지만 상해가 북경보다는 빈부격차가 심해 보인다. 이상하게 거지도 노숙자도 상해가 훨씬 더 많다.


 

 여행자들의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빨래 사진.. 나도 함 찍어봤다.

 

빨리 상해를 벗어나고 싶다. 그래도 북경은 대도시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는데 반해 상해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천민자본주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뿐이다. 게다가 여행 떠난 지 일주일 넘게 도시만 보고 다녔더니 이건 좀 아니지 이런 생각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쑤저우, 항저우, 황산으로 이어지는 다음 일정도, 아니 거의 모든 여행 일정이 관광지 위주로 되어 있으니 그게 그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빌딩 숲은 이제 당분간 그만 봤으면 좋겠다.


상해에서 가장 이쁜 정원이라는 예원인데.. 이 앞에다 무지 큰 쇼핑거리를 만들어 놔서 그저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다녀야 한다.



신천지라는 압구정동 카페거리쯤 되는 언저리에 있는 중국공산당 창당대회장소. 상해임시정부청사도 여기 어디라는데 론리플래닛에는 한줄의 언급도 없어 찾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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