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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싱>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를 가다

길깃으로 내려와 보니 당일 떠나는 버스는 이미 끊어지고 없다. 다음날 떠나도 칼라시 밸리에서 두어시간 떨어진 치트랄까지는 바로 가는 버스도 없어 마스투지까지 가서 하루밤을 자고 다시 치트랄까지 이동을 해야 한단다. 같이 내려 온 일행도 스카루드 가는 차가 당일에는 없다. 결국 길깃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밤을 묵는다. 길깃에 있는 마디나게스트하우스는 그 명성답게 제법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그 중에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를 거쳐 스카루드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프로그램이 있다. 자전거팀에서 하차한 산악인 청년이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전세계에 8천미터급 봉우리가 14- 16개라는 말도 있다-있는데 낭가파르밧은 에베레스트, k2 등등에 이은 여덟번째 높은 봉우리라는데 작년에 우리 원정대가 34년 만에 정상에 오른 곳이라고 한다.

 

산악인 청년 왈 베이스캠프 가는 길이 지금 시기에는 온톤 꽃밭이라고 들었다며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고 열의를 보인다. 사실 파키스탄의 트레킹 코스는 다양하긴 하지만 숙소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 텐트며 취사도구를 대여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가이드와 포터도 써야 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여행자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는데 지금 이 청년은 텐트며 취사도구를 죄다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도 솔깃해진다. 사실 티벳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다녀오긴 했지만 거기는 베이스캠프라기보다는 관광지에 더 가까웠으니 진짜 베이스캠프다운 베이스캠프를 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다른 일행들도 설득에 넘어간다. 결국 스카르두를 가려고 했던 일행들이 일정을 바꿔 베이스캠프를 가기로 한다. 물론 베이스캠프를 거쳐 스카르두를 다녀 올 수도 있지만 일정과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니 베이스캠프 까지만 다녀오기로 한다, 일단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가 있는 타르싱까지 왕복으로 지프를 대절하고 필요한 장비 몇 가지를 대여한다.


 타르싱 가는 길에 만난 살구 파는 아이들

 

다음날 아침 필요한 부식을 사고 장비를 실은 후 타르싱으로 떠난다. 사실 파키스탄의 지프는 말이 지프지 창문도 없는데다 차의 외형이 철제프레임으로 만들어 있어 장난감차 같다. 기사까지 일곱 명이 포개 앉은 차는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타르싱에 도착한다. 낭가파르밧이 한 눈에 들어오는 타르싱의 호텔에는 작년 등정에 성공했다는 한국팀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그대로 걸려 있다. 설산이 가까워서인지 한여름인데도 제법 추위가 느껴진다. 아무리 텐트를 친다지만 설산에서 하루밤을 보낼 생각에 잠시 아득해진다. 게다가 저녁나절부터 추적주적 비까지 내린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니 짐을 실을 당나귀와 그 당나귀를 모는 포터 그리고 가이드를 섭외해 두고 호텔에서 하루밤을 지낸다. 침낭을 꺼내고 호텔에서 준 담요까지 덮어도 새벽에는 한기가 느껴진다. 내심 비라도 왕창 내려 안 가게 됐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낭가파르밧 가는 길1


낭가파르밧 가는 길2

 

다음낭 아침 눈을 떠 보니 여전히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다. 어차피 산에서 하루밤을 자야하니 해지기 전에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터라 시간은 여유가 있다. 12시까지 기다렸다 비가 그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해 두었는데 10시쯤 되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쨍 하고 해가 뜬다. 결국 짐을 챙겨 베이스캠프로 떠난다. 베이스캠프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들꽃이 피어 있어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것 같다. 쉬엄쉬엄 걸어갔는데도 베이스캠프까지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바로 눈앞에 낭가파르밧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잠시 설산에 넋을 놓고 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을 짓는다. 바깥에는 바람이 제법 찬데 생각보다 텐트 안은 따뜻하다. 이만하면 얼어 죽지는 않겠다 싶다. 저녁을 먹고 모닥불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든다. 텐트에서 마지막으로 자본 게 언제였던가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불빛 한 점 없는 설산의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 가이드말로는 설산이 저렇게 깨끗하게 보이는 건 드문 일이라며 우리더러 행운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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