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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19
    <북경> 북경 패키지 5일(5)
    제이리

<북경> 북경 패키지 5일

 

내게 여행이란 아직은 끊임없이 걷는 일과 끊임없이 보는 일 두 가지로 요약된다. 떠나기 전에 여행이라는 그림은 그저 휘적휘적 뒷골목이나 걷다가 길거리 음식이나 사먹고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며칠이고 지겨워질 때까지 머물다가 떠나는 것이었다. 근데 이게 웬걸.. 막상 북경에서의 나는 하루종일 무언가 보러다니지 않으면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조바심에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온갖 관광지를 다 돌아다니고 있다. 여행은 일년이라도 내가 북경에 있을 날은 어차피 사오일쯤인데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봐야 할 것만 같은 것이다.


덕분에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친절한 5일 일정을 두루 섭렵하였으니

첫째날은 그렇다 치고(김과장과 놀았다)

둘째날은 천안문-자금성-북해공원-경산골목-후통

셋째날은 만리장성-명십삼릉

넷째날은 이화원

다섯째날 천단공원에 발마사지까지

(물론 저녁에는 저녁마다 술먹고 놀았다.)


한 일주일 죽어라 놀다가는 여행자가 하는 짓을 죄다 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바빴는지 도무지 늦잠 잘 시간도.. 여행기 올릴 시간도.. 아니 메일 한 통 쓸 시간도 없더라는 얘기다. 이것도 여행의 과정이라면 과정일 텐데 아직은 뭔가 봐야한다는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언제나 되면 시간에 대해서도, 공간에 대해서도 초연해 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너무 많은 걸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일산의 PC방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분들을 위해 누가 봐도 중국이 틀림없는 사진 두장 증거(?)로 제출함

 

북경 아니 중국에 와서 처음 느낀 것 <생각보다 ..하지 않네> 이다. 이를테면 바가지 생각보다 심하지 않네.. 사람들 생각보다 불친절하지 않네.. 물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네.. 등등 하기사 떠나기 전에 오죽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야지.. 안그래도 걱정인 상태에서 이런저런 소리를 들으니 아마 지레 방어기제가 작동을 시작한 거 같다. 여튼 북경을 생각보다 건물과 도로가 크다는 걸 제외하고는 나의 모든 기대(?)를 저버린 곳이 되었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인데 이런저런 일들이야 생기기 마련이겠지만 그저 눈치껏 적응 가능한 수준이더란 것이다. 예를 들면 물 같은 경우 뭐 1.5원에서 4원까지 다양한 가격이 존재하는데.. 이게 유원지 가격인지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인지 구별이 안 갈때.. 잠시 서서 현지인에게 받는 가격을 지켜보다가 아무말없이 딱 그만큼만 잔돈 내밀고 냉큼 물 집어들고 자리를 뜨는 정도의 센스^^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몇가지 적응안되는 것들도 없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파란불 빨간불 구분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자전거, 사람들이다. 근데 것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합리적인 구석이 있다. 그저 자기가 가도 괜찮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것이다. 차 한대도 안다니는데 단지 빨간 불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기다려야 하는 일은 얼마나 불합리한가?  물론 여전히 도로를 건널 때 신경이 곤두서기는 하지만 적당한 신호위반의 쾌감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중이다. 뭐 담배꽁초 아무데나 버리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


그래.. 다 사람사는 곳이다 생각하며 편안하게 맘 먹는 게 최고인거 같다. 가끔 내가 살아오던 것과 다른 규칙을 만나면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 될 일이다.


 

뜬금없이.. 적당한 사진이 없다 말이다.

 

 5일간의 북경일정을 마치고 저녁기차로 상해로 떠난다. 꼬박 14시간이 걸리는 기차여행이다. 기차를 이렇게 오래 타본적이 있었던가.. 북경을 떠나는 날 며칠간 오락가락하던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비내리는 북경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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