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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삼성중공업과 성우기업은 노동자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 앞에 사죄하라

 

거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성우기업에서 일하던 서른여덟 살 젊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홉 살, 일곱 살, 다섯 살, 세 아이의 아빠였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달 360시간은 기본이고 400시간 넘게 일할 정도로 회사가 우선인 노동자였다. 그렇게 몸 바친 회사에 사직서를 낸 다음날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왜 사직서를 냈을까.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삼성중공업은 일언반구 없이 묵묵부답이다. 성우기업은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일감이 충분해 인력을 감축할 상황도 아니었고 구조조정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사직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사직서 내는 것도 적극적으로 말렸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뻔한 거짓말이다. 뻔뻔한 거짓말이다.

 

TV에도 인터넷에도 일터에도 ‘구조조정’이란 말이 넘쳐났다.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의 뜻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혹시 하루라도 쉬면 회사에 밉보일까 싶어 돌아가신 형님 기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어버이날에도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므로 부모님을 찾아뵙고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불안했다.

 

그래도 대통령이 임시공휴일을 정해 생긴 연휴엔 하루만 일하고 정말 오랜만에 다섯 가족이 3박4일 캠핑을 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문득문득 불안하긴 했다. 그러나 휴일에 가족과 나들이를 간 것이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첫날, 회사는 갑작스레 부서 통합을 실시했다. 반장에서 조장으로 강등됐다. 그에 따라 임금도 삭감됐다. 보직도 변경됐다. 연휴에 3일 쉰 것 때문이라면 너무 큰 불이익이었고 부당한 일이었다. 까라면 까야지 아니면 회사에서 나가라는 얘기였다. 고민 끝에 사직서를 쓰기로 결심했지만 그것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가 정말로 원한 것은 사직이 아니었다. 까라면 까는 거였다.

 

그래도 사직서만 내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불안감이 생각보다 컸다. 며칠 동안 받은 모멸감과 배신감에 베인 상처가 예상외로 깊었다. 내 발로 나오기는 했지만 “개같이 일하다 개같이 쫓겨났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불안감과 모멸감과 배신감과 상실감은 결국 서른여덟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목숨을 덮쳤다.

 

이를 두고 누가 자살이라고 하는가. 자살이라고 말하는 너희가 그를 죽인 것이다. 어찌 뻔뻔스레 죽을만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가. 모르겠다고 발뺌하는 너희가 그 이유다.

 

▶ 삼성중공업과 성우기업은 노동자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

▶ 삼성중공업과 성우기업은 하청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죄하라!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그 고통을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부와 자본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우리는 구조조정 대량 해고의 광풍 속에서 또 다른 죽음, 죽음들을 막기 위해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싸울 것이다.

 

2016년 5월 13일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경남민주행동(준), 노동당 경남도당, 정의당 경남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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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22:46 2016/05/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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