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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자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도 여섯 다리를 건너면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얘길 오늘 처음 들었다. 강화에 사는 사람. 예전에 운동권 물 좀 먹었다는 사람은 한다리만 통하면 "아 - 그 사람!"할 정도란다. 그 만큼 90년부터 강화에 꾸역꾸역 들어가 살고 있다. 오늘 우리 가족과 봄이네가 놀러간 집도 10년전 인천에서 함께 일했던 지인의 집이다. 유찬이가 "가고파" 노랠 부를 정도로 친구랑, 형들이랑 자기들끼리 세계를 만들고 놀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유찬이는 그곳에 며칠 머물기로 했다. 영하 10도 남짓 바람부는 날에 배타고 석모도 갔다가 보문사를 들러 낙가산 자락으로 내려와 다시 배를 타고 나왔다. 그 사이 착한(?) 경찰 만나 선착장까지 경찰차로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오늘 얘기는 안뚱의 재혼이었고, 막판에는 사귀는 사람 동네 사람 대 안뚱 친구들 가족 간의 상견례 같은 아주 불편한 자리에 앉아야 했던 일이다. 우진이 엄마와 이혼한 지 이제 삼년정도 됐나? 별로 미련이 있진 않을 텐데...왠지 우진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게 밀려 들었다. 아니 우진이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고 있을까 걱정된다. "아빠 인생은 아빠꺼니까. 이제 엄마도 다른 사람 사랑해도 되겠네?"라고 했다는 말을 건네 들으면서 우진이가 품어왔던 간절한 소망이 가차 없이 깨졌구나 하고 느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안겨주는 존재인 듯 싶다. 그 불편한 자리. 맛난 음식이 있지도 않았는데 계속 전화해서 우릴 불렀던 안뚱. 내내 서서 없는 음식솜씨로 있는 거 없는 거 다 끄집어 냈던 그 사귀는 사람. 선량해 보이며 소신있어 보이는 인상때문에 한편으로 좌충우돌 안뚱에게는 다행이다 싶으면서 결국 이 우진이 엄마아빠는 이렇게 인연이 끝나는 구나 나도 일말이 그런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구나 하고 느쎴다. 우진엄마에게 뭔말을 해야 할지. 어쩌면 이미 눈치를 챘는 지도... 자신이 차 버린 인연이기 때문에 미련은 없겠지만...1%의 서운함 같은 것은 있지 않을까. 아니 겉으론 화통하게 축하해 주겠지. 안뚱의 그 사람네 집에서 본 안뚱의 말로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고 하는 데 체면치레 하는 모습은 여전해 보였다. 내 눈에는 왜 좋게 보이지 않을까. 소라며, 카레라이스며, 많이 먹은 거 같지 않은 데 이상하게 오늘은 아직껏 소화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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