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인터넷신문 "참소리"에 기고한 글

 

누구를 위해 교대제를 하자는건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버스부에서 수출 물량 증가에 따른 9시간 주야맞교대 도입이 시도되었다가 지난 1월 3일 버스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었다.

 

애초에 회사는 10시간 주야2교대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었고, 노동조합은 8시간 주간연속2교대제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사공동위원회의 잠정합의안은 9시간 주야맞교대로 귀결되었다. 언뜻 보면 회사는 노동시간을, 노동조합은 심야노동을 서로 양보한 꼴이다.

 

그러나 사실 회사는 노동시간을 양보한 것이 아니다. 잠정합의안에서는 9시간 근무라 했지만,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은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해도 노동자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회사의 생산목표에 따라 실제 노동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즉 10시간이건 9시간이건 혹은 8시간이건 주야맞교대를 도입한다는 자체가, 지금껏 낮에만 가동하던 생산 설비를 밤낮으로 가동하고자 하는 회사의 의도를 남김없이 반영하는 것이다.

 

 

1. 노동자 건강에 백해무익한 교대제

 

노동자의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교대제는 백해무익하다. ‘몸에 더 좋은 독약’이라는 말이 어불성설이듯 ‘건강에 좋은 교대제’란 없다. 특히 야간 노동을 포함한다면 더욱 그렇다.

 

인체의 많은 생리적 기능들은 하루 주기의 리듬을 따라 변화한다. 체온, 전해질의 균형, 코티코스테로이드 호르몬 농도, 심박동 수나 혈압 등 심혈관계 기능, 위장관 소화효소 분비, 혈액 속 백혈구 수, 근력, 각성도, 감정, 기억력 등이 그러하다. 천식, 협심증, 뇌경색, 심근경색, 간질 등 여러 질환들의 증상 역시 하루 주기로 달라지며, 각종 약물이나 독성물질에 대한 생리적 반응 역시 하루 주기 리듬을 따른다. 교대근무는 이런 생체 리듬을 교란시켜 각종 신체 기능의 질서에 혼란을 초래한다.

 

그 결과 교대근무자들은 수면장애, 위장병, 심혈관계 질환,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 등 숱한 문제들로 고통받는다. 천식, 당뇨, 간질 등의 질환을 앓던 이들은 치료 효과가 줄어들고 질병이 악화된다. 만성적인 수면장애 때문에 안전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가정과 사회 생활에서 소외되고 고립된다. 독일 수면의학회에서 교대근무자들의 수명이 평균 13년 단축된다고 보고했듯이, 교대제는 노동자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런 뜻에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아무리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을 대안은 없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야간노동을 하지 않는 것 말고는 야간노동의 해악을 막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2. 교대제 도입은 노동자의 몸과 삶을 배제한 자본의 논리일 뿐

 

노동부 홈페이지(molab.go.kr)에 있는 ‘노동용어사전’에서 ‘교대근무제’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근로자가 일정한 기일마다 근무시간이 다른 근무로 바꿔지는 근무상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일반적인 생산설비를 쉬게 함이 없이 계속적으로 가동시켜 생산을 행하는 경우에 이용된다. 교대제근로의 대표적인 것은 3조3교대제와 4조3교대제라고 할 수 있는데, 8시간근로의 원칙을 관철하려면 4조3교대제를 채택하여야 한다. 교대제근로시에 있어서 야간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할증임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교대제근로는 근로자에게 생리적·인간적·문화적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공정상의 특수성이나 사업의 공공성에 의한 경우가 아니라 기업 채산성을 이유로 한 경우까지 교대제근로에 의한 심야작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교대제 근로자 근로기준법 적용지침(근기 68201-574, 99. 11. 10)」에서는 교대제가 활용되는 경우를 세 가지로 정하고 있다. 첫째는 공공 서비스 사업으로서 전기, 가스, 운수, 수도, 통신, 병원 등 공익적 사업을 중지할 수 없는 경우이다. 둘째는 생산기술, 업무의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로서 철강, 석유화학 등 생산과정이 연속되어 작업을 중단할 수 없는 경우이다. 셋째가 경영효율성을 위해 생산설비 완전가동, 기업간 경쟁 등의 사유로 조업 및 영업시간을 길게 하는 경우이다.

 

위의 세 가지 이유 중에서 교대제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이다. 예컨대 24시간 가동이 필수적인 발전소나 입원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교대근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앞의 노동부 용어사전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세 번째 이유인 경영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오직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교대제를 실시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버스부에 교대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늘어난 생산량을 감당하기 위한 자본의 비용부담을 줄이려고 주간근무만 해오던 현장에 야간근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회사로서는 당장 설비 투자에 드는 돈을 아낄 수 있겠지만, 그 부담은 교대근무를 하게될 노동자들의 몸과 삶에 고스란히 떠넘겨질 것이다. 교대근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 훼손은 교대근무수당 몇푼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목표와 기준을 다시 확인하자

     - 노동강도 강화 저지로 노동자의 몸과 삶 지키기

 

2006년 5월, 버스부 교대제 도입에 대한 노사공동위원회를 시작할 때부터 지역 관변단체들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조합이 양보해야 한다)가 가장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여왔다. 노동자에게는 백해무익할 뿐인 주야맞교대를 도입하는 것이 마치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인양 호도해온 관변단체들과 언론의 태도는,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침략전쟁에 참여하자는 주장만큼이나 반인권적이고 몰상식하다.

 

지역경제와 회사를 위해 노동자에게는 생명줄과 다름없는 하나뿐인 몸뚱아리를 내던지라는 주장은, 그들이 말하는 ‘지역경제’란 노동자의 경제가 아니라 자본의 경제일 뿐임을 확인시켜줄 뿐, 노동자에게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한편, 협상과정 동안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총고용 보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왔다. 그 결과는 주야맞교대의 수용이었으며, 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고용안정 확약서가 당의정처럼 곁들여졌을 뿐이다. 다행히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목표와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결론은 언제든지 ‘지역경제 살리기’나 ‘고용을 위해 모든 것 희생하기’로 되돌아갈 우려가 크다.

 

현대자동차 자본은 교대제 도입으로 노동력을 유연하게 운용하여 설비 확충 비용을 아끼고 가동시간을 늘리면서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안정이나 지역경제니 하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울 뿐이다. 교대제 도입을 반대하고 설비 투자와 인원 확충을 요구하면 회사에 부담이 크지 않겠냐고, 나중에 물량이 줄어들면 고용이 불안해지니 노동자에게도 손해가 아니겠냐고 걱정된다면 스스로 되물어볼 일이다. 교대제를 도입하면 노동자에게 얼마나 부담이 큰지 아느냐고, 또한 지금 설비와 인원 확충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언제까지 고용이 보장되겠느냐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노동자의 기준은 다름아니라 자신의 몸과 삶이며, 이것을 지키기 위해 노동강도 강화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이런 기준과 목표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야간노동을 없앤 주간연속2교대제도 결코 대안일 수 없다. 주야맞교대냐 주간연속2교대냐에 따라 노동자에게 전가될 부담의 수준이 약간 달라질 뿐, 노동자의 몸과 삶을 희생하여 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을 짊어진다는 본질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끝으로, 주간연속2교대제는 십수년간 주야 맞교대를 해온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를 주간근무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한시적인 정책이지, 주간근무를 해온 노동자들에게 권장할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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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1 11:25 2007/01/31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