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백혈병 피해자 박지연씨,

1987년에 태어난, 젊어도 너무 젊고 고와도 너무 고운,

눈맑은 충청도 아가씨입니다.

 

두달 전인가요.

반도체/전자산업의 노동보건과 환경문제에 대한 번역서를 준비하면서

지연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짧게라도 써달라구요.

 

지연씨는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촉전화도 차마 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월, 백혈병이 재발되고 뼈까지 전이되었다는 판정을 받았거든요.

 

이제 지연씨는 또다시

항암치료와 골수이식이라는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런지요.

심지어 지금은 몸 상태가 너무도 좋지 않아

하루하루가 고비라고 합니다.

 

이제 스물 셋의 젊은 노동자가

만 2년 동안 백혈병과 항암치료, 그리고 재발의 고통을 겪는 동안

회사는 시치미만 떼고, 정부는 산재보상을 거부해 왔습니다.

 

그 결과...

치료와 간병에 드는 수천 만원의 돈은 가난한 그녀의 가족들에게 온전히 전가되고

일터에서는 여전히 지연씨와 꼭 닮은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이름도 모르는 화학물질들을 호흡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서둘러 회사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급급한 이들,

사회보장의 시옷도 모르면서 산재보험을 운영한답시고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

무관심한 듯 시치미를 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더러운 수단을 동원하는 이들,

그들 모두 혼나야 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지연씨가 꼭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연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 겁니다.

 

" 이번 번역서 추천사는 못 썼으니까, 그 대신 독후감을 꼭 써주세요.

  지연씨 일했던 얘기, 투병했던 얘기도 좀 넣어서 말이예요.

  너무 짧으면 안되요. 적어도 A4용지 두세 장은 써야 해요. 알았죠?"

 

새 책과 함께 나중에 머리를 기르면 멋을 내라고 예쁜 머리띠도 하나 사드리고 싶습니다.

지연씨 예전 사진을 보니, 머리띠가 제법 잘 어울리더라구요.

 

 

 

 

지연씨가 꼭 회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기 위해

반올림에서는 이번 주부터 촛불을 들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삼성 본관(강남역 4번 출구) 앞에서

매일 저녁 5~7시까지 촛불을 들고,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작은 행동입니다.

저는 내일, 10월 6일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10/9(금) 오전 11시  오후 1시에는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심사청구 중인 백혈병 노동자 5인에 대한 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엽니다.

 

마음을 보태고 싶으신 분들은

직접 오시거나, 지연씨를 위한 이메일/카페 글 남기기/치료비 후원 등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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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5 18:55 2009/10/05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