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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 등록일
    2005/10/22 09:51
  • 수정일
    2005/10/22 09:51

오후에 팀장에서 1년은 쉬어야 겠다고 얘기를 했다.

팀장은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차분하고 다정하기조차 했다.

지난 4월부터 고민해왔고 최근 몇주동안은 이걸 언제 얘기하나 마나를 놓고

내 마음이 옥신각신 하다가, 그만두면 나중에 뭘 먹고 사나라고도 생각하다가

또 에잇, 내 물이 아닌 바에는 일찍 떠나는 게 낫지, 하며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 끝에 1년 휴직을 제안해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떠나자! 하고 마음먹게 된 거다.

 

점심때까지만 해도 팀장에게 얘길 해, 말아? 하면서 계속 갈등했다.

아랫배가 부글거리면서 시험보기 10분전의 긴장감이 계속 되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지금 팀장이 자리에 있으니 말을 하자 하고 마음을 먹을라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니,

내가 그렇게 소심한 사람이었나?

내가 그렇게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이었나?

팀장과 회사의 권위에 내가 이제껏 이렇게 기가 죽어 있었던건가?

긴장하는 내 모습이 한편으로 굉장히 우습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마음을 다잡고자 그만두는 이유를 리스트로 정리해보았다.

어쩔때는 스스로 놀랄 정도로 대담하고 당당해지다가도

또 다른때는 결정을 하지 못해 어쩔줄모르는 소심함.

 

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부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기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하루종일 계속된 스트레스의 여파인지

마음이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었고,

마음이 경직되니 혀도 경직되어버려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도 말이 시원하게 풀리지가 않았다.

30줄을 넘어서면서 긴장과 강박의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하면 말을 더듬거나

이름이나 단어가 쉽게 입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어쨌든 이야기는 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회사일을 정리하고

1년을 알뜰하게 계획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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