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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부 염좌와 함께 한 세월

  • 등록일
    2007/06/19 17:52
  • 수정일
    2007/06/19 17:52

요즘 기가 허하다.

기가 허하니 남들 에어컨 바람이 다 춥다는데

사무실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졸고 앉았다.

일주일전 시작한 요가는 아직 별 효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요가 선생은 기가 아래에 쌓이지 못하고 위로 자꾸 위로 상승하는 바람에,

목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는 거라고 한다.

 

그럴때는 들어마시는 숨을 강하게 내쉬는 숨은 자연스럽게 놔두라고 한다.

요즘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을때 의식적으로 가슴을 내밀고 허리를 꽂꽂하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확실히 목 디스크는 안 좋은 자세에서 생기는 게 맞다.

가슴을 내밀고 턱을 당기면 허리에 힘이 실리는 대신 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35평생을 굽은 등에 거북이 목처림 쭉빼놓고 살아온지라,

허리에 힘을 주는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잘때에는 부깽사마의 조언대로 수건을 말아서 목에 받치고 자려고 노력한다.

 

장시간 야근과 컴 업무로 인한 "경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받고

산재처리를 한 것이 어언 4년이 넘었다. 한마디로 목이 삔거다.

약 두달 동안 1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빡세게 일한 적이 있다.

어느날 일어나니 등에 담이 잔뜩 걸려서 목이 안 돌아가는 거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교정지를 한참을 보고 있는데,

아주 기분나쁜 둔중한 통증이 내 어깨와 목을 짓누르며

급기야 회사를 조퇴하기에 이르렀다.

병원에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의사 말이,

살짝 ㄷ자처럼 되어 있어야 할 목뼈가 /  이렇게 뻗어있다며,

"한번 치면 확 날라간다. 조심해라" 하는 거다.

당시 순진하고 겁많은 나는 탁 치면 확 날라간다는 말에 쫄아서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 후로 약 한달간을 하얀 목보호대를 목에 찬 채로 지내야했다.

목보호대를 차고 일하고, 밥먹고, 심지어 사내MT에 가서
퀸의 "I want to break free"를 부르며 장기자랑도 했다.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사장님,

급기아 "올해의 우수 사원"이라며 연말에 표창까지 주셨다.

목이 부러져라 일하라!는 것이 사장님이 나에게 표창을 한 깊은 뜻이리라.

 

또 그때는 바야흐로 붑사마를 막 만나 유치짬뽕 닭살연애를 시작하려던 무렵이었으니,.

물리치료실에 누워 붑사마가 보낸 유치짬뽕 닭살 크리스마스 이카드를 떠올리며

아픈 목을 부여잡고 '이눔이 나를 좋아하는 게로구나"며 므흣해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겨울이라 목보호대를 한 위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명동성당 앞에서 그를 만났다.

하지만 처음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부시시한 머리에 허연 목보호대를 하고 뻣뻣하게 서서 

아침이라며 고구마를 찌어 바치는 내가 얼마나 괴기스러웠을까.

 

여튼 지금껏 약 4년은 삔 목과 함께한 세월이었다.

오늘처럼 기가 허하거나 피곤하면

목과 어깨가 알아서 가장 먼저 반응이 온다.

대부분 사무 노동자들이 이런 증상들을 하나 둘 씩은 다 가지고 있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들기고 신경을 쓰다보니 생기는 직업병이다.

주변에 목디스크를 수술하거나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솔직히 하루 8시간 이상 똑같은 자세나 동작으로 일을하면 몸 어딘가에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히 분화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결박된 공장 노동자들,

컴퓨터에서 자판을 두드리거나 서류를 파야하는 화이트 컬러들,

하루종일 운전대만 잡고 앉아 있어야 하는 택시운전사, 전동차 기사, 버스 기사들,

공사장 인부들, 가사 노동자들, 대규모 농장 노동자들,

영양돌솥밥의 무거운 돌그릇을 나르는 종업원들,

평균수명이 가장 낮다는 글쟁이, 기자들, 강훈련으로 고달픈 운동선수들 등등

다들 한군데씩은 삐걱거릴게다.

 

현대의 직업 중 일하면 저절도 몸도 함께 건강해지는 직업은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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