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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성매매금지법의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 등록일
    2005/03/12 14:24
  • 수정일
    2005/03/12 14:24

진보누리 - "꿈꾸는 사람"의 글

 

매춘을 도덕적인 시각에서 보면, 아주 명쾌하다. 몹쓸 짓이다. 그런데 과연 매춘이 근절될 수 있는가? 과연 역사상의 어느 시기에 매춘은 한번이라도 근절된 적이 있는가? 즉 매춘의 역사를 보면, 이 문제는 참으로 난감한 사실을 가져다 준다. 아마도 매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나란히 걸어왔고, 또한 앞으로도 나란히 걸어갈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과연 지금 제정되려고 하는 성매매 금지법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하나의 우문이 되고 말 것이다. 금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아마도 대강의 확실한 현실 예측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란 말인가? 그대로 두자는 말인가? 라는 질문들을 누가 던진다면, 사실 나로서는 난감하다. 그저 문제의 어떤 지점에 대해서만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밖에는, 이 문제에 대해 말을 할 수가 없다.

우선 성매매의 금지를 바라고, 자발적인 경우에는 성매매 여성(성노동자)까지 처벌하자는 여성계의 요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성 착취의 대상인 성 매매 여성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여성주의라는 시각에 기인한 것인가, 또 아니면 어떤 완강한 성적 도덕성과 가족 윤리의 확립을 위한 것인가, 이것도 아니라면 어떤 종교적 신념의 한 발현인가, 그저 휴머니즘의 한 차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사회 정화의 한 수순인가?

사실상 좀 접해본 이 법에 대한 정보들을 훑어보면, 대략 어지럽다. 과연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가, 그리고 이 법의 성격이 기반한 윤리적 기반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많이 헷갈린다.

이 문제는 다음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즉, 형식적 자발성과 강제성의 이면에 놓인, 성매매 여성(성노동자)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 말이다. 물론 형식적 자발성이 이전의 성매매보다는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개인적 수준에서, 그리고 그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상의 표면에서 보면 그러다. 그러나 그가 성매매를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게 된 일련의 사회적 과정에서 보면, 자발적이다 강제적이다는 구분은 사실 모호해진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많은 여성들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성매매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 사회의 구조이다. 이것이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구조적 접근이 없이, 성매매의 표면적 삼각 구조를 형성하는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와 성 거간꾼만을 처벌한다고 해서, 이 성매매의 현실이 사라질 수 있는가이다.

사실 성매매가 쉽게 돈을 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여 성매매가 지닌 상대적 위험성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성이라는 것이 가진 쾌락성에 초점을 두어, 이 직업이 가진 위험한 노동의 성격을 오도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몇몇은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즐거움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 성을 파는 경우, 이미 쾌락의 요소를 거의 상쇄되어 버린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치명적인 성병과 제대로 된 사회성과 사회적 관계 형성의 마비 등까지를 고려한다면, 이 성매매가 가진 직업으로서의 노동으로서의 치명적인 위험성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그 길을 갈 수밖에 없을까? 즉 성매매 금지법은, 그들을 통념적으로 정상적인 노동이라 여겨지는 길이 아니라, 성매매의 현실로 유인하는 사회적 요인(혹은 구조)에 대한 성찰과 개선의 종합적 대책은 과연 마련하고 있는가?

쉽게 말해서, 성매매가 금지된 여성 성노동자들은, 과연 이 일을 그만두었을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 법에는 담겨 있는가이다. 지금 노동 현상에서 여성들이 맡을 수 있는 것은, 거의 비정규직의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물며 성매매에 종사하던 여성들은, 과연 어디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며, 얼마마한 정도의 노동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70년 이전부터 그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변하지 않는, 갱생 교육으로서의 미싱, 미용 등의 전혀 갱생적이지 못한 프로그램을 아직도 들이밀고 있는 것은 아니가? 혹시 그것으로 갱생 프로그램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미 포화되었더나 사양화된 몇 개의 기술을, 완벽한 갱생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서, 겁도 없이 이 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아니면, 그냥 우리는 단속만 해서, 사회적 성적 청결만을 유지하면 되니, 나머지는 니들이 알어서 하라고, 성매매 여성들을 몰아치고 있는 것은 아니가?

결국 이전의 현실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렇게 강제로 사회에 귀한된 많은 여성들은, 더욱 열악하고 위험스러운 상황에서, 다시 성매매업소로 흘러들어갔다. 그들이 왜 그곳으로 다시 흘러들어가게 되었을까? 순진한 도덕론자나 심성론자들이 주장하듯이, 천성이 그렇기 때문에, 아니면 외골수 종교론자들처럼 마녀들이기 때문에, 아니면 유전적 병적인 유전자의 영향으로 인한 치유될 수 없는성적 도착증 때문에.....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성매매가 장려할 만한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는 역사와 함께 존재하여 왔다. 그리고 이 성매매는 사회의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의 하나로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매매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과연 이 법률을 만든 사람들은, 이상의 성매매가 위치한 사회적 구조와 성매매의 깊은 역사적 성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성매매에 종사할 수밖에 없거나, 성매매를 돈벌이로 선택하고 있는 이 여성들은, 과연 어디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 우리 사회가 이들을 통념적으로 정상적인 노동으로 복귀키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노예 충원이 필요하여, 이들 성매매 여성들을 과잉-실업자 풀로 유입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아니라면 혹시, 그들이 돌아갈 사회적 위치나 선택할 노동의 성격 혹은 실업의 고통 등에 대해서는 아무 고민도 없이, 그저 사회의 성적 청결도를 높이기 위한 청교도적 발상의 하나로 이 법을 만든 것인가?

나는, 진지하게 이 법을 보고 싶다. 그러나 이 법이 대상으로 삼아야 할 가장 중요한 존재들인,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입장과 그들에 대한 고려가 이 법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입장으로 이 법을 볼 수밖에 없다. 성매매 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서건, 같은 여성들에 의해서건, 사실 주체들이 아니라, 그저 불량스럽고 추방하거나 교화해야 될 대상으로서만 다루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성매매 금지법에서도 역시 그렇게 다루어지는 것 같다.

p.s) 글이 길어져서 이 성매매 금지법이 가진 다른 문제들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 다만, 과연 이 성매매 금지법이, 미성년 여성들의 성적 착취나 성매매업 안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갈취와 폭력, 그리고 그들의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아님 생각하기 귀찮은 성매매의 모순들을 법적 강제에 의해, 한꺼번에 위생 정리하고자 하는 편의주의의 산물은 아닌지도 사실 우려가 된다.진보누리 - "꿈꾸는 사람"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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