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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부위에 있는 멍울이 며칠전부터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아프지는 않은데 복숭아씨 정도의 크기로 멍울이 잡힌다.
우선 네이버에게 물어보려고, 검색창에 'XX부위에 잡히는 멍울'이라고 쓰고 엔터.
먼저 눈에 띈 것은 "XX부위 암" 어쩌고 저쩌고.
암 하니까 요즘 잠잠하던 건강염려증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건강염려증:
사소한 신체적 증세 또는 감각을 심각하게 해석하여 스스로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고, 여기에 몰두해 있는 상태. |
긴장성 두통으로 고생할 때는 뇌종양
소변에 피가 섞여나왔을때는 방광암
단순한 변비로 거시기가 살짝 찢어진 것을 대장암이 아닌가 의심
잇몸병이 낫지 않을때는 구강암
습진이 고질적으로 심해졌을 때는 피부암
계단을 오르다가 숨이 차면 심장병
왼팔이 저리면 중풍이나 마비 의심
단순한 알레르기 결막염을 실명할 수도 있다는 녹내장으로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근거도 없이 두려워했더랬다.
(아 차마 말하지 못할 잔병치레의 역사여~)
그래서 오늘도 그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부위의 멍울을 알아보러 병원엘 갔다.
병원 대기실에서는 아까 인터넷에서 암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을 볼때보다는
호흡수와 맥박이 안정되 있었다,
마침내 의사를 만나고 고놈의 실체를 알게 되었는데,
발음하기도 어려운 "무슨무슨씨 낭종". 여성들에게 흔히 있는 증상이고
나중에 거기에 염증이 생기게 되면 아프니까 떼어내면 된다고
약도 먹지 말고 그냥 가시란다.
평균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이런 푸닥거리를 하고 평균 3-4만원 이상의 병원비를 낸다.
돈도 돈이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피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몸에 대해서 내가 모른다는 거,
철저하게 의사와 병원, 검사기구에 내 몸을 맡겨야 한는 거,
질병들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거,
그렇게 시스템화되었다는 거,
각종 생명보험, 건강프로그램, 광고에 혹한다는 거,
궁극적으로는 내 죽음을 내가 주도하지 못한다는 거,
그래서 삶도 지배당해야 하는 거,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내 삶이 내 삶이 아닌 현대의 '나'를 살아내야 하는 병
암것도 몰라도 인생 이까이꺼, 하면 되는 것을
그런 낙천적인 성격도 전혀 아니라는 거 -_-;
(건강염려증은 우울증의 한 형태로 온다고도 한다)
암튼 열라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보험설계사를 하는 사촌오빠의 말에 따르면
중대질환으로 보험금 타는 사람들은 한 줌도 안된다고 한다.
제 1사망원인은 암도 아니고 뇌졸증도 아니고 노환이라고 한다.
대부분 늙어서 자연스럽게 죽는다.
하지만 생명보험 보장기간은 80세까지다.
80세가 넘으면 까무러치든 죽든 상관안한다는 거다.
결국 사람들의 건강염려증을 부추겨 매달 엄청난 액수의 돈을 접수한다.
대부분 노환으로 죽을 사람들이 암, 뇌졸증, 당뇨병이 무서워서 한달에 10만원씩을 붓는다.
나도 얼마전에 나이들고 병걸리고 자식도 없고 거기에 돈도 없으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던 차에
사촌오빠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생보 하나를 들었다.
내 돈 뺏아가는 거 다 알면서도 들었다.
생떼같은 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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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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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건강염려증대마왕인데 ㅎㅎ 위에 써 있는 걱정을 한 번씩은 다 해 본듯. 자꾸 걱정하게 만드는 온갖가지 광고며 티비도 문제고 정말 내 몸을 제대로 모르는 것도 문제..그래서 얼마전 '내 몸 사용 설명서'를 구입했답니다 ㅋㅋㅋ부가 정보
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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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실시간 덧글에 감사드리며 ^^; 검강염려증은 정말 이성으로 통제가 안됩니다. 좀 의연해졌으면 하는데 ㅜㅜ부가 정보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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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웅.. -_- 게다가 없는 살림에 누가 덜컥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 자꾸 보험 들까 싶어지지. 아무튼 그 애매한 부위의 멍울이 별거 아니라 다행부가 정보
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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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저도 건강염려증 이빠이~~ 그러면서도 병원은 잘 안 간다는...부가 정보
돕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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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건강보험 들었다. 이름하여 아나키!부가 정보
칸나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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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돕헤드 대답이 걸작이야..나도 비슷한 고민 많이 하는데...정말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안될 때가 세상에서 제일 무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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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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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나도 내몸 사용 설명서 하나 있었으면..;;부가 정보
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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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내몸 사용 설명서를 써보면 어떨까요. 다 다른 설명서가 나올듯. 몸이 제각기 다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나는, "하루에 적어도 7시간 이상은 재워주세요. 6시간 미만 재우고 혹사 시킬경우 잦은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채식하시는 분들은 "채식으로 충전시켜주세요. 육식을 주면 경고등이 켜집니다." 술 못마시는 사람은, "알콜 속에 방치 금물", "술 권하는 사람들이 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주세요." ㅋㅋ부가 정보
69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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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좋다ㅋ 내몸 사용설명서-ㅎ 나도 심기증...건강염려증이 아닐까 걱정일때가 있어 그래서 요새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자주봐-_ㅠ 얼굴에 뾰루지가 나면 위장이 않좋나? 이러면서 꼼꼼히 살펴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