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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한국에서 노래하고 일하고 살 권리
    무나

한국에서 노래하고 일하고 살 권리

  • 등록일
    2009/10/14 15:27
  • 수정일
    2009/10/14 15:27

미누의 표적단속 소식에 기사를 썼다.

원래 영문기사를 쓰려고 했는데 영어빨이 안서서

우선 한글로 쓰고 디디한테 고쳐달라고 했다.

오늘 내일로 범한테 영문으로 번역해달라는 참이다.

언제 미누씨가 강제추방을 당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참 마음이 급하다.

맘에 안드는 부분은 알아서들 고치시고

널리 퍼트려주시길...

카피레프트, 영리허용,  개작허용, 작성자 바꿔치기

다 허용이니 널리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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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노래하고, 일하고, 살 권리
-미누의 석방을 위해 항의서를 쓰자
 
 
 미누가 잡혔다
 
지난 10월 7일, 한국의 네팔 이주노동자 미누 (Minod Moktan)가 집 앞에서 출입국에게 붙잡혔다. 그는 현재 추방의 위기에 놓여있다. 스무살 때 한국에 들어온 그는 18년간 한국에 살았다. 소위 3D업종에서 일했고,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이라는 다국적 밴드에서 노래했으며, 이주노동자의 방송국에서 일했다. 어느덧 그는 한국의 다문화를 상징하는 코드로까지 여겨져 왔다.
그러나 한국의 ‘다문화’는 출입국의 표적이 되었고, 17년 세월과 그가 한국 문화에 기여한 모든 것들을 완전히 무시당한 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싸늘한 보호소에 갇혔다. 건강한 미디어활동가이자, 무대를 압도하는 가수, 멋쟁이 미누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그에게 비자 따위는 줄곧 없었다는 걸, 한국인과 결혼한 적도 없었다는 걸, 내전으로 혼란한 네팔의 국민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망연자실해 있다. 그렇다. 미누도 잡힐 수 있었다.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잡힐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누의 경우는 더 특별하다고 말해도 될까? 미누는 그의 20대와 30대를 온전히 한국에서 보냈다. 18년이라는 세월을 한국의 3D 업종의 노동자로서, 가수로서, 미디어활동가로서, 다문화 선생님으로서 그는 이 척박한 ‘단일민족주의’ 땅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뿌리고 가꾸었다. 미누를 체포하는 정부가 홍보하는 다문화가 무엇인지, 참담한 마음뿐이다.
 
한국에서의 미누의 삶
 
1992년 2월에 한국에 온 미누. 한국에서 열린 ‘88올림픽’과 신문에서 본 ‘남산타워’ 사진을 보고 한국에 반했다고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어에 서툴고 많은 차별을 겪었지만 그는 타고난 친화력으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고, 여러 직종에서 일해 왔다.
미누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1998년에는 친구와 함께 ‘열린 시민가요제’에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 KBS ‘외국인 예능경연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해 문화부장관 감사패를 받았다. 90년대만 해도 이주노동자의 수가 많지 않았고, 외국인이 한국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수는 점차 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 정부는 대대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을 시작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숫자를 늘린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연수생이라는 애매한 신분으로 불러들여 노동자들의 인권을 박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노예제도와 다름없는 연수생 제도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그대로 둔 체 고용 허가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그러나 3년이라는 기한동안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며, 마음대로 공장조차 옮길 수 없는 고용허가제는 또 다른 착취의 수단이었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과 함께 정부는 그동안 자신들이 양산해낸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추방을 시작한다. 10년 이상을 묵묵히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이 체불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빈 털털이로 한국에서 추방되고, 절망에 허덕이던 끝에 자살한 이주노동자의 수가 급증하였다. 마침내 단속 추방으로 숨죽이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노동 3권 보장, 강제추방 반대, 이주노동자 정면 합법화”를 외치며 농성투쟁에 들어가게 된다. 미누도 이 투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투쟁의 무기로 노래를 선택했다. [스탑크랙다운(Stop Crackdown)]이라는 이름의 다국적 밴드를 결성했고, 그의 노래가 이주노동자 투쟁의 현장에 울려 퍼졌다. 그 후 미누는 각종 인권 행사에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한국에서 억압된 다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왔다.
미누의 이런 모습에 각 언론들도 관심을 가졌지만, 주류 언론은 이주민을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거나,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할 뿐이었다. 미누는 이주노동자 스스로가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주민과 한국인에 의해 함께 결성된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말한다. “내가 만든 영상이 이주민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로 전달돼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가수이며, 미디어 활동가인 미누는 다문화 강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다문화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미누는 학교와 시민단체 등에 초청되어 강연을 했다. 네팔 문화를 소개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문화적 편견들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그는 다문화 교육을 ‘희망의 미래를 위한 소통’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수이며, 미디어활동가이자, 다문화 강사인 미누는 지금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죄수복과 같은 옷을 입고 철창 안에 갇혀있다. 한국사회는 그를 범죄를 일삼고 노동시장의 물을 흐리며 단일민족주의를 위협하는 불법체류자의 존재로 낙인찍고, 마치 병균인 양 사회에서 격리시켜 버린 것이다.
 
한국의 모순된 이주민 정책: 강제추방과 다문화
 
2003년, 한국정부는 현재의 이주노조의 전신인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위원장 비두와 샤말을 강제 추방했고, 이주노조 위원장 아노아르는 1년 이상을 보호소에 갇혀 지내야 했으며 2007년에도 세 명의 이주노조 지도자들이 강제 추방되었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무시한 채, 정부는 아무런 절차도 없이 이들을 한국 사회의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지금까지의 표적단속이 이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미누의 체포는 문화의 영역에서도 이주민의 목소리와 참여를 박탈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현이다. 더욱이 10월 12일부터 시작될 출입국의 집중 단속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단속추방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는 점을 알리고 있다. 이곳에서 몇 년을 살았건, 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건 외국인은 시키는 대로 일만하고 돌아가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러한 정부가 다문화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구 감소와 산업인력의 부족, 결혼이주여성의 증가 등으로 더 이상 이주민의 존재를 배제하지 못하자 정부는 ‘강제추방’과 ‘다문화’라는 서로 모순된 정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이 그대로 미누의 표적 단속에 드러나고 있다. 정부 주최의 다문화 행사에 초대해 “We love Korea!"를 노래하게 만들어놓고 이제는 강제 추방하겠다는 그 밑도 끝도 없는 몰염치.
미누는 무려 18년을 누구나 꺼리는 3D 산업에서 성실히 일했으며, 인권과 다문화 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여기서 노래하고, 일하고, 살 권리가 있다.
 
맺으며...

 

 

오만한 단일민족국가 한국에 외국인이 영구체류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 뿐이다. 한국인과 결혼하거나 20억을 투자하거나. 한국 법에는 연속 5년 이상 합법 체류하는 자에 한해 영주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5년 이상 합법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비두, 샤말, 아노아르, 마숨, 라주, 까지만. 이들은 모두 10년 이상을 일하다가 추방당한 이주노동자들이다.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한 것으로는 그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 한국 정부가 부르짖는 다문화라는 말도 허망한 껍데기에 불과해질 뿐이다.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권리를 위해, 미누의 석방을 위해 한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서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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