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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번째 생태관찰일지

                                                                          3월 22일
오늘은 춘분 다음 날이다. 춘분 때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그 다음날 부터는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낮이 길어지면 식물들은 광합성을 할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오늘은 춘분을 전후하여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생태관찰을 나갔다.

우리집에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목련나무 밑에있는 개나리가 꽃을 피우면 목련은 꽃봉오리를 내민다. 지금 꽃봉오리들이 하얀 불꽃처럼 두툼한 외투를 벗어던지고 있다. 지금 마당에 피어있는 제비꽃,민들레,큰개불알풀,개불알풀,개나리하고 비교하면 목련꽃은 정말크다. 꽃을 피우면 마치 유치원아이들 위에 서있는 처녀를 보는 느낌이다. 꽃봉오리 중 하나는 속껍질과 겉껍질이 벗겨저서 사람으로 치자면 발목만큼이나 내려가 있었는데 그 꽃봉오리가 가장 먼저 활짝 피겠지

해당화의 잎은 벌써 많이 자라있었는데 빨리 약간취한 사람의 얼굴색같이 분홍색인 해당화꽃을 보고 싶다.


쥐똥나무의 잎사귀는 거의 다 나와있었다. 택견야외수련으로 개신배수지에 갔었는데 쥐똥나무에 쭈글쭈글한 열매 몇개가 달려있었다. 아마 작년에 열린 열매가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탱자나무도 이제 조금있으면 잎을 틔울 것 같다. 이번 해에도 호랑나비가 날아와서 알을 낳으면 좋겠다. 만약 알을 낳으면 이번에는 번데기가 있는 나무가지를 집에 같다놓고 꼭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보고싶다.

민들레는 꽃이 피어있었다. 꽃받침을 보니 서양민들레이다. 옛날에는 흰민들레(재래민들레)가 더 많았는데 서양민들레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집마당의 자연이 파괴되었다는 뜻이니 마음이 아프다.

집 뒤에 있는 봄맞이꽃은 꽃봉오리는 맺혀 있었다. 언제 이렇게 몰래 자라고 있었지?  

조금더 뒤로가니까 머위꽃이 피어있었는데 머위의 꽃은 참 특이하게 생겼다. 산딸나무와 대추나무는 아직도 움이 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모두 봄을 맞이하고 있는데 얘들은 왜 이렇게 늦을까

산으로 올라가니 무릇새싹이 제일먼저 눈에 띄었다. 투덜이의 야생초일기를 보니 무릇은 물구지라고도 하며 작은 보라색꽃이 달리는 무릇은 백합과의 여려해살이 풀이고 7~8월이면 꽃이 핀다고 한다. 어린잎은 엿처럼 고아서 먹고 뿌리는 에프킬라같은 구충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올라가다가 인동덩굴을 보았는데 새잎이 거의 다 나와있었다. 지난해 잎사귀도 같이 있어서 비교해 봤더니 파릇파릇한 새잎과 말라가는 잎사귀는 확실이 느낌에서부터 달랐다. 조금 더 높은데로 올라가니까 인동덩굴이 완전히 나무를 감고 있어 그 인동덩굴의 새 잎사귀가가 꼭 나무에 잎사귀가 난 것 처럼 보였다.

버드나무를 보니 (갯버들 말고 그냥버드나무) 꽃이 피어있었다. 잎사귀도 막 새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람이 부드럽고 박새,쇠박새등 작은 새들이 쌍쌍이 날아다니면서 요란하게 지저귀고 있어 내마음도 들뜬다.

산에 올라가다가  뿔나비를 많이 보았다 숲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나타났는데 마치 길앞잡이 처럼 우리 앞에서 날아다녔다. 150미터 정도를 걸어가는데  10마리가 넘는 뿔나비를 본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짝짓기를 하는 뿔나비도 있었는데 우리가 지나가자 놀라서 헤어져 버렸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암컷한마리에 세마리의 수컷이 달려드는 장면도 보았는데 지금 짝짓기를 못하면 다시는 짝짓기를 못한다는 듯이 격렬했다. 요즘은 아직 나비를 많이 볼수 없는데 뿔나비가 이렇게 일찍 나타나는 것은 봄에 일찍꽃을 피우는 회양목과 공진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개암나무 꽃이 피어있었다. 개암나무는 우리집뒷산에 있는 나무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이다. 참나무는 아직 봄을 맞이할 마음이 없는지 겉으로는 겨울과 다른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땅속에 있는 뿌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참나무가 늦은 것은 다른나무보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데다가 버드나무,소나무처럼 지난해 쓰던 물관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새물관을 만들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루발풀과 매화노루 발풀은 벌써 손가락만큼 자라있었다.  

산을 내려오는데 여기저기 까치깃털이 보였다. 나도 어제 내복을 벗었는데 까치도 두꺼운 겨울깃털을 벗고 새깃털로 갈아입는 시기인가 보다.
막산을 벗어나려는데 까치깃털과 뼈등이 뭉처있는 펠릿(맹금류가 먹고 남은 찌꺼기)를 보았다. 까치가 매의 먹이가 된 것일까? 그 동안 매가 까치한테 쫓기는 모습만 봐와서 그런지 까치의 몸이 펠릿이 된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 병이 들었거나 홀로 무리에서 떨어졌다가 비극을 당한 것 같다.



철문밖을 나가니 별꽃과 벼룩이자리가 눈에 띄었다. 꽃만 봐서는 벼룩이자리와 별꽃은 잘 구별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둘다 꽃잎이 5개 인데 10개로 보이게하는 전략을 쓰고 꽃 색깔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꽃은 줄기에 흰 털이 1렬로 나있고 벼룩이자리는 그것이 없어서 자세히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수 있다.  벼룩이자리를 보고 내가 지어낸 수수께끼가 있는데 내용은 벼룩은 벼룩인데 움직이지 못하는 벼룩은 뭐게?

내려가다보면 수로가 있는데 그수로 옆에 꽃마리가 꽃을 피웠다. 꽃마리잎새는 숟가락모양이고 꽃은 0.5밀리미터 정도밖에 안될 정도로 작다. 그래서 몸을 굽혀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꽃마리는 우리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파란색이 나는 보라색과 앙증맞은 꽃을 좋아 해서 인지 사이버상의 별명도 꽃마리라고 하고 있다. 그동안 꽃마리의 꽃가루매개곤충이 누구인지 보질 못했는데 올해는 꼭 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에 들어가니 활짝핀 회양목꽃에 꿀벌이 윙윙대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회양목 꽃가루매개곤충은 꿀벌과 뿔나비이다. 그런데 요즘들어서 뿔나비가 회양목에 날아드는 것을 본적이 없다.  

산수유를 보았는데 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이곳 역시 꿀벌이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때 아빠가 시짓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아빠와 함께 시를 만들어 보았다.  내용은 이렇다.
"학교화단앞 산수유나무
새봄이 되니 꽃이 피었네
노오란 꽃
내마음도 온통 노랗다."
그런데 시 마지막 구절에서 내마음도 온통 노랗다 라고 했는데 내마음도 산수유꽃으로 가득찼네 라는 표현과 비교할때 어떤 것이 나은지 모르겠다.

춘분은 강해지는 햇빛과 함께 본격적인 봄이 열리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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