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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3월 21일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하는 춘분이다. 그런데 춘분이란 말은 봄에 나눈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24절기의 이름은 규표의 그림자길이를 바탕으로 생긴 것이다. 규표는 2m터 정도 되는 큰 막대기를 세우고 그 그림자를 1년 동안 측정해서 1년의 길이를 정한 기구인데 막대기를 표라고 하고 땅바닥에서 그림자를 재는 부분은 규라고 한다. 막대기의 그림자는 겨울에 가장 길고 여름에 가장 짧다. 그래서 그림자가 가장 길어질때를 동지라고 하고 그림자가 가장 짧아 질때를 하지라고 이름 붙였다. 동지 때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고 하지는 낮이 가장 긴 날이다. 그런데 동지와 하지에 생기는 그림자의 가운데를 나누면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이 된다. 추분과 춘분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그림자를 나눈데서 이름이 생긴 것 이다. 그런데 서양(특히 로마)에서는 춘분을 한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로마최초의 달력인 로물루스력을 보는 삼월을 그들의 수호신인 마르스의 달 즉 마르티우스라고 하고 이를 1월로 하고 있다. 지금도 기독교부활제는 춘분뒤에 오는 보름직후의 일요일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춘분을 일년의 시작으로 여겼던 고대 유럽문화의 흔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춘분을 일년의 시작으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왜나하면 이 때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때문에 마을공동체축제를 하기가 어려웠고 동양은 일년의 길이를 규표로 정한 문화권이 였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와 달리 일년의 절기를 적도환이라 하는 기구를 통해 측정했는데 북극성에서 수직인 선을 내려귿고 이 선과 다시 수직원을 만들어 세우면 적도환이 된다. 그 적도환의 그림자는 보통은 원이 되는데 원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그림자가 일치되어 일직선처럼 보일때가 있는데 이때가 바로 춘분과 추분이었다. 따라서 적도환으로 절기를 측정하면 춘분또는 추분을 일년의 시작으로 볼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유럽의 농업력에서 이 때는 특별히 바쁜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축제를 열 여유가 있었던 것도 춘분을 일년의 시작으로 삼은 이유가 되었을 것 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식물의 여러 분류방법 가운데 장일식물과 단일식물로 나누는 분류법이 있다. 장일식물은 낮이 길어질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고 단일식물은 낮이 짧을 때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장일식물이다. 우리집 주변에서도 나무꽃이 피고 있는데 개나리꽃은 벌써 피었고 목련꽃이 하얀색꽃봉오리를 내밀었다. 그 밖에도 많은 나무들이 겨울눈에서 녹색 잎사귀를 내밀고 있다. 쥐똥나무와 조팝나무,수수꽃다리등등....  일부 잡초나 일찍 꽃을 피우는 토종식물들을 제외한 식물들은 춘분 때 부터 본격적으로 생명의 기지개를 펴는 셈이다.

춘분때가 되면 농사짓는사람들은 마음도 몸도 바빠진다. 묵은 땅을 쟁기로 갈아 기장,조,메밀,목화등을 파종하고 닥나무,청포를 심고 가을 보리밭을 매고 두렁사이에 콩같은 작물을 심는다. 벼농사의 경우에는 보를 트고 모판을 만들며 본격적인 논갈이를 시작한다. 요즘 우리집 앞에 들판을 보면 논에 물을 대고 갈아엎은 모습을 군데군데 볼수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바빠진 것을 잘 표현한 것이 이 시기의 속담이다.
"이월(춘분은 음력으로 2월)이 되면 머슴은 호미쥐고 울고 여자는 부엌문 잡고 운다."는 이속담이 있는데 옛날사람들이 이시기에 어떤마음을 가지고 살았는지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이월 이십일날 비가오면 대풍이 든다."
"이월밤은 추워야 보리풍년 든다."
"춘분에 서풍이 불면 보리흉년 든다.."
"이월 이십일날 비가오면 대풍이 들고 구름이 끼면 중풍이 들고 날씨가 맑으면 흉년이 든다." 이러한 속담은 씨를 파종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절실한 요구를 보여주는 것 같다. 씨를 심는데 바람이 불면 밭이 마르면서 곡물이 잘 자라지 않을 것이고 비가오면 그 비가 씨앗을 자라게 하는 금쪽같은 비이기 때문에 이러한 속담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월 늦추위에 중발터진다."    
"이월에서 삼월로 바뀌는 때의 추위는 겨울같이 춥다."
"이월바람이 눈보라보다 차다."
춘분때가 되면 제법 바람이 차고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심한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속담을 통해서 오늘날 기상대의 예보 못지않은 생활의 지혜를  얻지 않았을까?

이번 춘분은 날씨때문에 진짜 별을 보기가 힘들었다. 벌써 4~5일째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거나 별이 보여도 습기가 많아서인지 1~2등성만 보였다.  그래서 좀생이별점을 치는 음력 2월6일에도 별을 못봤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부분일식을 본 것이다. 해와 달 그리고 지구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잘알게 되었다.

춘분에 하늘한가운데서 발견할수 있는 별자리는 정수이다. 삼수의 동쪽에 있어 동쪽우물이라는 뜻의 '동정'이라고도 한다. 사신도로 보면 정수는 주작의 벼슬에 해당한다. 정수에는 1~2등성이 없어 초심자는 쉽게 찾을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정수를 찾으려면 장구별자리에서 시작하는게 가장 좋다. 우리가 보았을 때 장구별자리에서 가장밝은 두별 즉 오른쪽 아래에 있는 별과 왼쪽 위에 있는 별자리를 이어늘이면 두개의 밝은 별을 볼수 있다. 하늘과 지상의 물에 대한 것을 관장한다는 북하별자리 이다. 북하별자리 아래쪽을 보면 희미한 별들이 약간 비뚤어진 우물井자를 이루고 있다.

옛날에 유방이 진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봉기했을때 다섯행성 즉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이 별자리 근처에 모여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가장 밝아보이는 행성 다섯개가 이 근처에 다 모여있었으니 얼마나 찬란했을까 그야말로 하늘에서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짐으로 생각했을 것 이다. 그래서 동양의 천문학에서는 다섯행성이 모두 한곳에 모이면 덕이있는 자에게는 경사가 있고 새로운군주가 즉위하여 천하를 안정시킨다고 믿었다.

북하별자리와 정수를 연결하면 서양의 쌍둥이자리가 된다. 자세히 보면 두개의 밝은 별을 중심으로 두사람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두개의 밝은 별 이름이 카스토르와 폴룩스이다. 두형제는 아버지는 다르지만 엄마는 같은 형제이다. 카스토르의 아버지는 스파르타의 왕이었고 폴룩스는 아버지가 제우스라 죽지않는 불사신의 몸을 갖고있었다.그래서 우애가 좋은 형제임에도 죽음까지  같이할수는 없었다. 카스토르가 죽었을 때 폴룩스가 아버지를 찾아가서 카스토르를 불사신으로 만들어 살릴수 없다면 자신도 불사의 몸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제우스는 결국 둘이 번갈아가면서 천상과 지하세계의 생활을 하게 만들었고 그들의 빛나는 우애를 기리어 별자리로 만들었다. 삼촌인 포세이돈은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할수 있는 힘을 쌍둥이에게 주어 뱃사람들의 수호신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이 형제자매들에게 우애를 가르치는 영원한 교과서였던셈이다.(난 왜이렇게 찔릴까 앞으로 솔뫼하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다투는 것을 참고 우애있는 형제관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

쌍둥이자리는 각 문화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바빌로니아에서는 한쌍의 새끼영양으로 보았다고 한다. 마차부자리를 목동으로 보고 그것을 뒤따르는 쌍둥이별자리를 영양으로 이해했던 것은 유목생활을 하는 민족의 가치관과 정서가 담겨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로마인들은 쌍둥이자리를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우리가 로마역사를 공부할때 첫번째 장에 나오는 쌍둥이가 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이다. 로마를 건국한 이 두형제는 서로 권력투쟁을 벌여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로마의 첫번째 왕이 된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생명까지도 나누는데 이 두형제는 겨우 왕좌때문에 서로를 죽이고 죽는 지경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로물루스와 레무스이야기를 듣고 자란 로마사람들은 어떠한 감정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렇게 형제들끼리 서로 죽이는 관계는 안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권력을 위해서는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에서 길렀을까?
로마가 정복국가로 수많은 나라를 점령하고 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것을 위대한 역사로 찬양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권력지향적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철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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