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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가 대중의 지도를 받으십시오.

<민중언론 참세상>에 송고한 글.

 

"다함께"가 대중의 지도를 받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북촌에 사는 시민입니다. 열심히 싸우고 계신 다함께 분들께 작은 충고 한마디 하려고 이 편지를 드립니다.  

 

촛불이 사방으로 막힌 청계광장을 넘어 서울 도심을 흘러넘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5월 초 중고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이번 시민들의 저항은 그야말로 그 누구도 지도부가 아닌,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함께"를 비롯한 소위 "운동권"분들은 이런 대중의 반란에 꽤나 놀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찌할 줄 모르고 방관하다가 몇 주가 흘러서야 하나둘씩 개인적으로, 또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것 같습니다. 또 시위가 촛불 '문화제'에서 가두 행진으로 "진화"(보수 언론은 '변질'이라고 하지만)할 때 역시도 "권"들은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이토록 지도부 없는 대중이 질서정연하게, 또 마치 하나의 생물체처럼 자율적으로 진로를 정해 빌딩숲을 누비며 경찰들을 애먹이는 모습은 경찰들뿐만 아니라 "관리"와 "지도"에 익숙한 운동권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국면에서 이러한 모습을 더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꼭 학습과 지도, 규율을 통해서만 성장하지 않습니다. 자율적 움직임에서 나온 "정서"들이 한 몸 되어 공통성을 형성하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배우고 성장하기도 합니다. 요 며칠 간 대중은 마치 평화/인권단체의 "비폭력직접행동 워크숍"이라도 수강한 사람들처럼 멋지게 권력과 비폭력으로 맞섰습니다. 저도 맨 앞에서 그 대열에 동참하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간디가 없어도, 마틴 루터 킹이 없어도, 그리고 문익환이 없어도 대중은 스스로 비폭력과 직접행동의 힘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중은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함께는 터져 나오는 대중의 활력의 정서를 다시금 "지도"와 "관리" 속으로 끌고 들어가 힘을 빼려 하시는지요. 그날 함께 했던 다함께 회원 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26일 밤 시위에서 종각역 YMCA앞에서 맨 앞에서 대중들더러 앉자고 하시던 분(아마 김인식 님이셨지요?)께 항의하던 그 사람입니다. 저는 그날 조금 더 뒤에 있다가 뒤에서 사람들이 "앞으로!"를 연호하는데도 갑자기 앞에 선 사람들이 앉아 버리기에 왜 그러나 해서 나왔더니 다함께 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앉자고 대중들을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앉아서 어찌 할지를 "합의"하자고 그런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미 대중은 그 자리에서 정서를 통해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천천히! 앞으로!"였습니다. 그리고 "비폭력!"이었고, "폭력경찰 물러가라!"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도를 받아야 할 건 대중들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있던 다함께였지요. 결국 뒤에서 외치는 대중에 밀려 슬그머니 일어서서 행진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행렬 중에 있었던 "다함께"의 방송차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밖으로 나가야만 했지요. "프락치로 오해를 받았다."고 강변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대중은 누구의 지도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한 몸이 되어 자신들의 저항을 이어가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저는 다함께 회원들이 한국 사회의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투쟁하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물론 다함께 회원인 제 친구의 말에 따르면 25일에는 행진 중에 대거 빠져 집으로 돌아가셨다지만, 다 내일을 위한 충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함께는 대중의 "지도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다함께가 꼭 "앞장" 서실 필요도 없습니다. 옆에 서셔도 되고, 뒤에 서셔도 됩니다.

 

그리고 26일 촛불집회에서 연설하셨던 다함께 기관지 '맞불' 기자 분. "민주노총이 앞장서자."고 하셨고, 또 촛불문화제에 모인 사람들이 "범국민대책위"의 관리를 받아야 된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직이 없으면 투쟁 못합니까? 노동자 "조직"이 꼭 노동자가 아니요, 범국민 "대책위"가 꼭 범국민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모두가 시위대요, 시민이요, 운동권입니다.

노조가 앞장설 필요 없습니다. 옆에 서서 힘만 보태줘도 됩니다. 노조가 앞에서는 순간 대중의 활력은 사라지고 운동권의 "관리근성"이 되돌아 올 겁니다. 그리고 관리된 집단만큼 권력이 잘 조절할 수 있는 집단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관리"와 "규율"과 "지도"에 능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투쟁하시는 다함께 회원 분들이 부디 상황을 오판마시고, 대중과 더불어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함께가 대중의 지도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대중을 신뢰하십시오. 함께 즐겁게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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