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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연대]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노동계급의 입장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노동계급의 입장
    노동계급의 혁명정당을 건설하자 - 부시 낙선운동은 별 의미가 없다!  <2004-09-26 오전 9:16:49>

 

 

▶케리를 지지한 촘스키. 부시 행정부의 노골적인 반동적 정책 때문에 소위 좌익 운동권의 다수가 민주당 후보 케리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올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더러운 제국주의 전쟁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가운데 치러지게 되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목적은 중동의 석유를 장악하여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작년 3월 19일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에서 미군은 거의 1천명이 사망했으며 대부분이 민간인인 이라크인 사망자는 만 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구 소련 영토였던 중앙아시아 유전지대에서 시작하여 아프가니스탄과 페르시아 만에까지 군사기지들을 설치해 놓고 있다. "테러대전"이 주요한 유전이나 송유관이 있는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사담 후세인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되어온 "대량살상무기"와 이라크 전쟁은 애초부터 아무 관련이 없었다.
이라크 전쟁이든 "북핵" 문제이든 어느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제국주의 부르주아 정당은 국내의 계급전쟁과 해외의 제국주의 정복전쟁에 모두 열성적이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 전쟁은 이들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 지배계급의 중요한 분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능력과 일방적 선제공격 노선에 크게 우려를 표시하면서 케리를 차기 대통령으로 내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전쟁은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케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도 부시만큼 잔인하게 이라크인들의 정당한 저항을 제압하려할 것이다.
케리는 자신의 월남전 참전 기록을 들먹거리면서 자기가 부시보다 이라크 전쟁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병력을 4만 명 더 증강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부시가 북한에 대해 좀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열을 올려왔다.
이에 대해 맑스주의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제국주의 정책에 대항해야 한다. 또한 기형화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자국가인 북한을 방어하고 이라크 저항세력을 군사적으로 지지해야한다. 이 군사적 지지의 구체적 형태는 노동계급의 정치 총파업이다. 이것만이 도로, 항만, 공항 등을 봉쇄하여 제국주의자들의 전쟁 수행을 실제로 파탄시킬 수 있으며 노동자 인민에 대한 자본주의 억압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 또한 맑스주의자들은 이 투쟁 과정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봉건 반동적 성격을 폭로하고 이라크 노동계급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만이 전쟁을 비롯한 자본주의의 모든 해악을 일소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임을 주장해야한다.


케리의 약속: '좀더 효율적인 전쟁'

지난 해 겨울 버몬트 주의 주지사 하워드 딘은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비난하면서 민주당의 초기 예비선거에서 놀랍게도 선두주자로 등장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대중의 정서가 대단히 강력하다는 사실이 그의 폭발적 인기로 증명되었다.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대부분의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것은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긴장하여 딘이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을 동원하여 케리야말로 부시에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떠들기 시작했으며 언론 발을 받은 케리는 별 볼일 없는 일개 후보에서 민주당의 유일한 대통령 후보로 치켜세워졌다.
이후 케리는 이라크에서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도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승인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대해 부시와 자신을 차별화 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케리는 부시의 선제공격론과 국제사회와의 공조 부재를 들고 나오면서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유엔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좀더 세련되고 부드럽게 전쟁을 수행하여 비용을 줄일 수도 있는데 부시의 막가파식의 외교 때문에 전쟁이 미국에게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초당적인 국내 정책: 내핍과 탄압 정책

미국의 지배계급은 언제나 이렇게 떠든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신분 상승이 가능한 사회가 미국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하게 태어난 자들은 죽을 때까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1월 5일자 [네이션]지에 따르면 1973년에서 2000년까지 미국의 상층 10%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평균 수입이 7% 하락했다. 반면 상층 10%의 수입은 148% 상승했으며 최상층을 구성하는 0.01%의 수입은 599%나 상승했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올해 들어 기업이윤, 주식 배당금, 소득 등에 대한 세금 삭감을 단행하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부채질했다.
현재 1천만 명의 미국인이 적극적으로 일을 찾고 있는 실업자이고 수백만 명은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저임금 비정규직을 유지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새로 생긴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없어진 일자리의 평균 임금보다 15%나 낮다. 이 결과 제일 나중에 고용되고 제일 먼저 해고되는 흑인들의 실업률은 2003년 6월 현재 백인의 두 배이고 이들의 가계자산의 평균 가치는 백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자신이 흑인과 노동자들의 친구라고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왔다. 민주당 후보 케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4월 16일자 [뉴욕 타임즈]지 기사에 따르면 한 접시에 2만5천 달러나 하는 모금 파티에서 케리는 자기가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가 아니다"라고 공언했다. 더욱이 그는 구일일 테러 이후 부시가 제정한 반민주 악법인 애국자 법을 지지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떠들었다. 미 지배계급의 나팔수인 [뉴욕 타임즈]지는 8월 17일자 보도에서 이렇게 인정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들어가려는 시위대를 연방조사국(FBI)이 체포하여 심문한 행위는 현 공화당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이다."


'부시만 떨어뜨리면 된다'?

부시 행정부의 노골적인 반동적 정책 때문에 소위 좌익 운동권의 다수가 민주당 후보 케리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화씨 9/11]의 마이클 모어 감독이나 노움 챰스키 같은 학자 등이 이들의 케리 지지를 부추기고 있다. 모어 감독이야 원래부터 민주당을 지지해온 자유주의자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의 영화 [화씨 9/11]이 조명 발을 받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부시를 공격하면서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챰스키는 오랫동안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정책을 많은 글로써 폭로해 왔으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를 반대하는 강력한 인물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이 때문에 최근 그가 케리를 지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런던의 [가디언]지 3월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나는 케리를 지지할 것이다. 물론 그나 부시나 국내외 정책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 대통령직의 성격상 작은 차이도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일부 기회주의적 "사회주의" 조직들은 소비자 운동가인 랠프 네이더를 지지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그런데 정작 네이더 자신은 자본주의적 자유경쟁을 옹호할 뿐 사회주의자라고 공언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양당 독재체제"로 인해 중소 자본가들이 피해를 입어왔다고 주장했을 뿐 노동운동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이와는 전혀 반대로 그는 20년 전에 자기가 소유한 잡지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을 깬 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해고당한 노동자인 팀 쇼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네이더는 민주당원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민주의자 냄새가 나기도 하고 사회주의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시야가 협소한 소부르주아 도덕주의자에 불과하다. 그는 소비자 운동보다는 자기 이미지 관리에 연연하는 기회주의자요 자유주의 골수분자요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자에 불과하다"([좌익 비즈니스 업저버]지, 1996년 10월).
사실 네이더는 많은 측면에서 부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4년 전에 그를 지지했던 국제사회주의자들(IS)은 지금도 "그가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를 옹호하며 팔레스타인 인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사회주의 노동자]지, 9월 25일). 무늬만 사회주의자인 이들에게 네이더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주장처럼 들리는 모양이다: "제국주의 군대의 즉각 철수를 주장해서는 안된다.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주도로 미군이 계속 이라크에 주둔해야한다고 주장해야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제국주의 국제질서를 가장 앞장서서 유지하는 기관이다. 1990년 제 1차 이라크 전쟁 이후 작년까지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경제 봉쇄 결의안이 미국 주도로 실행되면서 50만 명 이상의 이라크인이 기본 의약품이나 식량이 부족하여 사망했다. 더욱이 이 기간에 미국과 영국은 역시 안전보장이사회의 비행금지구역 결의안에 의거하여 주기적으로 이라크를 공습하여 이라크의 산업 시설과 인명에 대한 파괴를 자행해왔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국제사회주의자들이 네이더를 대안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냉소적인 정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자성: 혁명적 노동자 정당을 건설하자!

챰스키를 비롯하여 스탈린주의 미국공산당, 미국 노총(AFL-CIO)의 관료 등은 "정치의 우경화를 막기 위해 민주당 후보 케리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시가 싫다고 케리를 지지할 경우 지난 30여 년 간 한결같이 우경화 해온 미국의 정치지형을 더욱 고착시킬 뿐이다. 노동자와 인민이 양당 체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하고 민주당의 포로가 되어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제 두 부르주아 정당의 차이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부시와 마찬가지로 케리도 애국자 법을 지지했고 팔레스타인 인민에 대한 이스라엘 시온주의자들의 학살을 지지했다. 또한 그는 중국, 북한, 쿠바 등 기형적 노동자국가들의 자본주의 복귀를 주창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점령을 올바른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노동자와 인민이 그나마 누려왔던 민주적 권리를 "테러대전"을 위해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당선되어도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 노동자와 빈민에 대한 내핍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민주당의 클린튼은 12년 간 지속된 공화당의 백악관 주인 독점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자가 바로 그였다. 그가 재임한 8년 간 감옥에 갇힌 죄수의 숫자는 배로 늘었으며 이라크에 대한 경제 봉쇄는 계속되었다. 이 결과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효 투표자 전체의 거의 50%에 달하는 1억 명이 선거에서 기권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다"며 정치 자체를 혐오하는 증상이야말로 미국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버팀목이다. 자본주의는 필요하며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개량주의자, 공화당보다는 그래도 민주당이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자 및 사이비 사회주의자, 사회의 모순을 온갖 환상으로 은폐하는데 여념이 없는 부르주아 언론 등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의 모순은 언젠가 폭발하게 마련이다.
자본주의는 암과 같아서 그대로 내버려두면 사회와 인간을 파괴할 뿐이다. 자본주의와 암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진보적인 사회체제를 건설하기 위해서 자본주의는 타도되어야 한다. 이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 세력인 미국의 노동계급은 우선 자신을 착취하는 자본가들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조직되는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통해서만 자본주의가 극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럴 때에만 가난, 굶주림, 질병에 시달리는 절대 다수의 인류는 자본주의 시장질서의 족쇄에서 풀려나 진정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유일한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노동계급의 가장 의식적인 분자들은 혁명적 맑스주의의 전통에 입각한 강령과 투쟁 방식을 통해 혁명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이 길을 통해서만 미국의 노동자 인민 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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