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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창립 선언문

'이론동인' 창립 선언문

이론  제1호
이론

진보진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보수주의 또는 신자유주의로 표상되는 지배 세력의 공세 앞에서 진보진영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지난 수년간 격변해온 국내외의 실천적, 이론적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진보적 이론진영도 커다란 동요와 혼란을 겪고 있다. 실천진영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진보적 이론과 실천 속에서 부쩍 강화되고 있는 청산주의적 경향이 그 위기의 심도를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이 맞고 있는 위기가 다른 곳에서와 똑같은 양상을 보이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위기의 보편성과 현실성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위기의 인정이 노동해방, 인간 해방을 위한 이론과 실천에 간직된 위대한 전통의 청산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계승의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위기 속에서 해방을 향한 역사의 새로운 순환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이론적 작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려고 이렇게 모였다. 최근의 이론적 정세에 대해 일단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우리는 자신의 나태와 무능을 새삼 반성하면서도,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현재의 논쟁 지반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이데올로기적 보수화 및 반동화의 거센 물결을 막아내는 일에 일조하고자 한다.
진보적 이론의 외연과 내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진보적 학문의 개별 분야를 뛰어 넘어 스스로를 '이론동인'으로 조직하든 우리는 현 상황에서 해낼 수 있는 주요한 공동 작업 형식으로서 동인지 『이론』을 창간한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이 진보적 이론 연구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이고,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한층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992년 3월 21일

강내희 강명구 김기원 김세균 김수행 김재기
서관모 손호철 윤소영 이세영 정성진 정영태
정운영 정춘수 최갑수 최종욱 허석렬 홍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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