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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북한 핵보유 선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북한 핵보유 선언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김택의 World Report <5>
김택     메일보내기
지난 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외국의 언론들은 주로 서울이나 워싱턴 발 기사에 귀를 기울이며 속보의 형태로 주요 사실들을 자국에 알리고 있다. 일단 이번 호에서는 그 기사들을 취합하여 몇 가지를 소개하는 순서를 갖겠다. 먼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2월 10일자 기사로, 미국의 외교에 대한 책 <세계를 바꿀 4년 : 조지 부시의 미국 2005-2008>의 저자인 전략연구 전문가 브뤼노 테르트레(Bruno Tertrais)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http://www.liberation.fr/page.php?Article=274728) 이번 사태에 대한 나름의 뛰어난 요약 구실을 하고 있다.

리베라시옹 : 북한 정부가 핵무기를 가졌다고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브뤼노 : 오늘날 누구도 그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아는 것들을 종합해 보면 그것이 가능한 가설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핵실험을 단 한번이라도 했다면 평양이 핵을 가졌다고 확신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90%의 확실성만을 이야기할 수 있군요. 이처럼 거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증거에 근거한 것입니다. 북한은 핵으로부터 방사능 연료를 처리하는 명백한 프로그램을 가동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전선망에 연결되지 않았고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연료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처리되었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02년 10월에 북한 정권은 비밀스럽게 두 번째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는데 그것은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핵 처리의 과정을 말해주는 가스의 방출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는 2000년을 전후해서 그 이후로 북한이 몇 기의 핵을 생산할 능력을 갖게 되었으리라고 추정하는 것입니다. 반면 그들이 핵을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리베라시옹 : 북한 외무성이 밝힌 대로 문제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자위인가요?

브뤼노 :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먼저 공격당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 사는 망상증적인 정권의 생존입니다.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 김정일이 몇 주일간 잠적했던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북한 정권은 2002년 1월 부시가 자신들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것에 특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핵무장을 강화시키도록 했을 것입니다. 미국이 최근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선언한 것 역시 핵무기 개발 결정을 확고히 하는데 같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리베라시옹 : 미행정부의 적의가 실제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협상으로부터 북한의 탈퇴 결정을 설명해주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 역시 북한의 작전인가요?

브뤼노 : 그 역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10년 전부터 북한은 끊임없이 의견이 바뀌어 왔습니다. 그에 따라 협상은 몇 주 혹은 몇 달간 지연되었지요. 또 하나의 가설이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즉 평양은 핵무장을 포기해도 될 정도로 충분한 외교적 경제적 ‘일괄타결(paquet)’이 토론을 통해 성취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했을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은 미국이나 중국과의 거래가 갖는 불확실성 대신 핵을 통한 확실성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리베라시옹 : 어떤 ‘일괄타결’이 평양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해 줄까요?

브뤼노 : 외교적인 차원에서는 정권의 합법성을 완전히 승인하고 워싱턴이 정권을 전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주는 것입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와 달리 북한의 변화는 부시행정부의 공식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미국에 의해 보장이 주어진 상태지요. 북한은 막대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문제와 관련하여서 예컨대 원유의 공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에 있어 미국과 함께 주요 역할을 맞은 중국은 에너지 수입 전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 중국의 입장은 양면적입니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고정점(point de fixation)을 유지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이웃 나라들에 도미노 현상을 가져오는 것 역시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으로선 악몽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2월 10일자 뉴욕타임즈의 기사는 일본 극우파의 아직 전면화 되지 않은 속내를 약간이나마 엿보게 해준다.

북한의 핵보유 공식 발표가 있기 직전인 오늘 오후 보수적인 동경 도지사 신타로 이시하라와 인터뷰를 가졌다. “첫 번째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경제제재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 역겨운 미사일을 동경에 쏘게 하는 겁니다.” 빈정대는 목소리로 그는 동경 최고의 고층빌딩에 자리한 자기 사무실에서 말했다. “그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시킬 능력은 갖고 있질 못하니까요” 그러한 미사일 공격에 일본이 어떤 응답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단지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

더불어 북한에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2월 11일자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Die tageszeitung)의 분석이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은 북한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이 지금까지 북한을 지원했던 이유는 북한의 붕괴와 그로부터 야기될 난민들을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국 대신 북한에 압력을 넣어왔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 밝혀진 이상 중국이 압력을 더욱 행사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북한 지원이 중단된다면 부시 정부 역시 지금까지 취해온 대북한 정책이 좌초했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게 될 것이다.

△ 2월 14일자 독일주간지 슈피겔의 표지 “폭탄을 가진 미치광이 - 핵무장한 북한”
2월 14일자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북한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북한이 핵보유선언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한 분석을 들어보자.

이란과 북한을 악당국가로 지명한 것은 부시가 예측하지 못한 역설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사담 후세인은 미국과 영국 연합국의 침공에 거의 대응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북한은 그로부터 명백한 결론을 이끌어 내었다. 곧 정권을 바꾸려는 시도에 대한 안전책은 폭탄이라는 점이다. 폭탄만이 독재자와 독재의 실존을 보증해준다. 이란은 핵무기를 갖기 위해 서둘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에 도달하려면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물라(이슬람 성직자)의 나라는 복잡한 게임을 시도했다. 한편으로 미국이 외교를 위탁한 유럽과 협상을 벌이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적 관심사에 대한 참견을 허용하지 않는 결의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다. 이란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직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권력인 미국이 위협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근처에 어떠한 핵무장 권력도 들어서는 것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해둔 바 있다. 핵생산 시설을 군사적으로 한번 공격하는 것을 선택으로 보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바로 이란이 갖지 못한 것을 북한은 이미 명백히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슈피겔은 타게스차이퉁과 약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곧 중국이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북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이나 북한이 붕괴되어 난민들이 중국국경을 넘는 사태는 중국에게 위협이 되리라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원조에 기대어 살고 있다. 미국, 유럽, 그리고 무엇보다 남한의 생필품 지원이 없다면 북한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하지만 서울 말고도 중화인민공화국이 이 독재자에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80%의 소비품이 북경에서 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무역상대국 제1위이다. 중국의 실권자들이 지난 몇 달간 김정일에 대해 화를 내며 곧바로 핵문제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정일은 중국의 압력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중국이 평양정권의 붕괴를 남한만큼이나 두려워 한다는 것을 생각해둔 것 같다. 곧 수백만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 흘러 들어가면 중국정부가 불안정해지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실제적인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들을 갖고 있을까? 일단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시 타게스차이퉁의 논거를 들어보자.

부시의 전략 역시 실제적으로 군사적인 행동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북한의 핵시설을 ‘외과적’으로 손보는 것은 의문시된다. 북한의 지하시설 위치가 부분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을 미사일로 공격하느냐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무장한 북한 정권은 국경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남한의 거대한 수도 서울- 남한 인구의 40%가 살고 있다 -을 재래식 포격만으로도 파괴할 수 있다. 1994년 이미 미군은 연구를 통해 전쟁 시 90일내에 5만의 미군과 50만의 남한 인이 사망하게 되리라는 결과에 도달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이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핵의 실제적 위협과 관련하여서는 슈피겔이나 뉴욕타임즈 는 그 위험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듯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늘날 2개에서 6개의 단순한 원자탄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평양은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은 어느 정도 확실하다. 처음에는 일본, 나중에는 알래스카나 북캘리포니아로 그 사정거리를 넓혀갈 것인가? 그렇다면 위험경보 1단계가 발효된 셈일까? 워싱턴에 소재한 우드로우 윌슨 국제협회의 셀릭 해리슨(Selig Harrison)같은 많은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폭탄을 만들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아직 ‘기술적 전제’가 충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슈피겔)

미국은 북한이 최대 8기의 핵폭탄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핵실험을 해보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1년 전 로스 알라모스 핵무기 연구소의 전임소장 지그프리드 헤커가 영변을 돌아보고 왔다. 명백히 북한이 그들이 가진 핵무기의 위용을 믿게 할 목적으로 미국인을 초대한 것인데, 헤커 박사는 미국으로 돌아와서 북한이 작동 가능한 핵폭탄을 만들어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뉴욕타임즈)

북한 핵보유 선언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인 만큼 중요한 분석 기사나 심층취재가 다루어질 때마다 이 난을 통해 소개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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