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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일본 어디로: 경제

'日경제회복' 판단, 아직은 일러
미래전략연구원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4> 일본, 어디로 가고 있나: 경제
등록일자 : 2005년 03 월 29 일 (화) 09 : 44   
 

  1. 일본경제의 회복기조
  
  2003년 중반 이후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이 제시되고 있다. 중국경제와 디지털 경제라는 외부여건에 힘입은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에 이어 최근 들어 소비가 살아나고 있고, 기업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일본경제의 회복기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회생노력, 정부의 민간 활력 제고, 잠재력(부품·소재기반, 건전한 가계, 거대한 내수시장)이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성장궤도에 재진입하게 된 원동력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2003년 11월 내각에 제출된 월례경제보고에서는 일본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경제 기조판단이 제시된 바 있으며, 2004년 1월에는 ‘설비투자와 수출에 힘입어 착실하게 회복되고 있다’, 동 7월에는 ‘기업부문의 개선이 가계부문으로 확산되어 견조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기조판단이 제시되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최근 몇 년간 이노베이션이 잠재수요를 환기하고, 이에 따른 설비투자 촉진과 개인소비 확대가 소득향상과 수요 증대를 낳는 이른바 ‘이노베이션과 수요의 호순환’ 형성을 목표로 하여 산업 정책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호순환을 형성하는 경로로서 90년대 후반 일본 기업이 3가지 과잉(설비, 고용, 채무)으로 인해 경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실태를 감안하여, 기업 구조조정의 가속화(미시적 호순환)를 목표로 한 시책을 추진해 왔다. 기업 구조조정이 불씨가 되어 산업구조 전체적으로는 제조업의 부활과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이 창출되는 ‘역동적인 산업구조 전환’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고수익 기업의 연구개발ㆍ사업화에 대한 대응이 신상품ㆍ신서비스라는 이노베이션의 창출과 소비자의 잠재수요를 환기하고, 고용ㆍ국민소득 증가가 다시 수요환기로 연결되는 '이노베이션과 수요의 호순환'이 형성되어, 민수(民需)주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궤도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토대로 당면 중요 시책으로서 주로 미시적 호순환의 형성, 가속화를 목표로 한 여러 시책을 전개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 세제(稅制)의 근본적 강화, 시장화로 직결되는 기술개발의 추진, 대학발 벤처 1천개사 구상의 추진을 통한 이노베이션ㆍ시스템 개혁을 실시하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부실채권 처리와 일원화된 산업재생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자원의 효과적 활용을 더욱 촉진하는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의 제정, 개정 등의 조치를 마련해 왔다.
  
  또한 ‘이노베이션과 수요의 호순환’의 흐름을 확고히 하고, 중장기적으로도 안정된 경제성장을 실현해 가기 위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형의 첨단 산업군, 건강복지나 환경 등 사회니즈의 확대에 대응한 산업군, 지역재생에 공헌하는 산업군에 정책자원을 중점 투입하고, 전략적ㆍ종합적으로 산업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04년 6월에는 ‘신산업 창조 전략’을 책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했던 일본기업들이 해외생산을 중단하고 일본 국내로 복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대동아시아 직접투자는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크게 침체되었으며 최근까지 감소세가 지속되어 왔다. 이에 반해 국내설비투자는 수출호조에 따라 감소추세였던 제조업 설비투자가 2003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외진출기업의 U턴과 국내 설비투자 확대에 따라 2003년 하반기 이후 고용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또한 민간소비도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국내생산을 중시하게 된 배경으로는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추진한 생산혁신과 노하우 축적으로 제조력에 대한 자신감 회복, 일본에 기반을 둔 첨단 소재·부품과의 연계 강화 등의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 노력과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대처가 맞물려 최근, 벽걸이형 TV, 제3세대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 최신 디지털 가전(신3종의 신기)에 의한 잠재수요의 환기와 설비투자에 견인되어, 일본경제의 회복기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판단이다.
  
  2. 일본의 동아시아 중시 경제 전략과 그 함의
  
  최근 세계경제에서의 중국경제의 위상 제고에 따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및 지역은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근년의 대내 직접투자의 급증과 국내시장의 확대에 의해 급속하게 세계로부터의 수입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2002년 및 2003년의 각국·지역 수출총액의 증가에서 점하는 중국향 수출 증가의 기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무역총액에서는 중국(홍콩 포함)은 2003년 8월부터 미국과 거의 같은 비율을 점하고 있으며, 중국의 점유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수입에 있어서는 중국(홍콩 포함)은 2002년 7월 이후 최대의 수입상대국이 되어 있다.
  
  중국경제의 비약적 성장으로 안행형(雁行型) 경제발전모델이 큰 틀에서는 설명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분야에서는 일본이 주도하는 질서와 서열화라는 특징이 직접투자와 국제분업의 패턴에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 역내에서는 산업간 무역이 7할 정도로 EU의 3할에 비해 높은 비율을 점하고 있다. 한편 산업내 무역에 있어서는 수직적 산업내무역의 비율이 3/4 정도에 달하고 있으며, 근년 이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수직적 산업내무역의 비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동아시아 역내 경제협력의 긴밀화, 일본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기점으로 각국·지역간 요소부존의 차(소득격차)를 활용한 공정간 분업이 형성되어 산업내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패턴이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쟁우위와 동아시아 분업네트워크는 기계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전기기계에 특화되어 있다. 기계분야에 있어서의 동아시아 공정간 분업의 특징으로, 중국을 ‘최종 조립국’으로 하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지역을 ‘부품공급국’으로 하는 분업형태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2004년 통상백서에 의하면,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제품 등을 생산하는 일본 유수의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사업전개에 있어 취하고 있는 기능분업체제의 실태는 대략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기업은 고부가가치부품의 생산기능이나 상품기획·연구개발·시스템설계 등의 이노베이션 기능을 일본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한다는 점이다. 이와 동시에, 일본기업은 자국에서 창출된 기술과 시스템 등의 부가가치를 중국에서 구체적으로 활용·실현하기 위해, 제조·판매거점이라는 형태로 적극적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전개를 꾀하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의 위상 및 역할 제고, 일본의 ‘아시아로의 회귀’ 또는 ‘아시아 중시’ 전략은 IT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정부는 IT화를 통한 산업·사회구조적 변혁, 즉 IT혁명의 추진을 통한 IT입국 실현(200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IT국가 실현)을 정책목표로 내걸고 있다. 일본정부는 2001년 1월의 ‘e-Japan 전략’ 수행 이래, ADSL의 급격한 보급 등 인프라 측면에서는 상당 정도의 진보가 이루어졌고, 인터넷 이용환경의 정비, 전자상거래 및 전자정부 관련 법제의 정비 등 IT기반의 정비라는 IT전략의 제1기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4년 2월 제2기 IT전략인 ‘e-Japan 전략Ⅱ’에서는 정보가전 등의 일본의 강점을 살린 일본 독자의 전략, 안전성ㆍ신뢰성의 시점, 아시아 지역을 시야에 넣은 국제적인 시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제전략에 관련해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IT분야의 국제전략을 중시하고 있다. IT전략본부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IT국제정책의 기본입장’에서는 아시아발 국제표준, IT활용모델을 시야에 둔 아시아전역에 이르는 IT사회구축에의 전략적 대처를 추진할 조건이 정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일본은 IT혁명의 실적과 강점이 있는 기술, 시스템을 활용하여 IT에 관한 국제협력시책을 중점적으로 추진, 일본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아시아전역에서의 IT사회 구축에 적극적으로 공헌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아시아발 국제표준, IT이용 모델의 구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3. 일본경제 회복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
  
  일본경제의 회복을 논함에 있어서 몇 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논쟁성이 가중되고 있다. 우선 일본경제 회복기조의 진정성의 문제이다. 정말로 일본경제의 견고한 회복기조가 정착되고, 성장궤도에 재진입 했는지 현재의 시점에서 단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2005년 들어 월례경제보고에서는 ‘일부에 약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으며, 회복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기조판단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일본경제의 회복과 일본형 경제시스템 개혁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이다. 일본경제의 회복기조가 정착되고 지속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한다면 장기불황과 일본형 경제시스템의 상관관계에 대한 그간의 주장이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미완의 시스템 개혁과 경제 회복의 공존은 위기의 원인이 일본형 시스템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의 회복은 일본형 경제시스템에 대한 일정한 복권이 촉구하고 ‘일본적’인 것에 대한 자부심,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일본경제의 회복과 국가주의적 움직임과의 관련성이다. 현재로서는 일본의 경제적 자신감 회복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표출될지는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와 국가주의적 움직임이 90년대 장기불황에서 기인한 퇴행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불황으로부터의 본격적 회복은 논리적으로는 국가주의적 움직임을 완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제회복과 국가주의는 별도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일본경제의 견고한 회복기조가 회자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국제기능분업, 경제협력의 긴밀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요청 또는 묵인 하에 일본의 국가주의적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쟁점들을 둘러싼 논쟁성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저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향후 일본경제 회복기조의 추이, 일본형 시스템의 개혁의 방향성, 일본의 국가주의적 움직임과 이들의 상호 관련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김웅희/인하대 교수,국제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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