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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사무금융연맹 동지들의 선도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 5일(일) 오후 3시 비정규법안 개악 저지 천막농성 돌입 중 전경에 둘러싸여 고립된 사무금융연맹 제4기 임원 당선자들

전비연 추천 민주노총 임원 보궐선거 부위원장 후보 이남신입니다.

어제(일요일) 오전 11시 재능교육교사노조 전 위원장이었던 정종태 동지 1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식당에서 ‘전비연의 비정규개악안저지/권리보장입법쟁취 투쟁 방안과 선거투쟁 기조’를 논의하는 선거투쟁본부 회의를 하고 있는데, 사무금융연맹 동지들이 여의도에 천막농성을 시도하다 전경들과 대치하고 있다는 문자메세지가 전비연 김승운 집행위원으로부터 날라왔습니다.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2일 부산 유세 후 가진 임원 후보 전체 간담회를 겪어보고 적잖이 실망했고 이후 선거 진행 과정을 보면서 더 많은 회의가 들었던 차에 정규직이 대다수인 연맹 지도부가 투쟁을 선도하고 나오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월요일 천막농성을 계획하고 있던 전비연이나 명색이 전비연 추천 부위원장 후보인 저로선 허를 팍! 찔린 셈이지요^^.

허나 투쟁하는 동지들 앞에서 쓸데없는 상상은 금물!
회의하고 있던 모든 전비연 동지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의도로 곧장 달려갔습니다.

여의도에 도착하여 국민은행쪽 다 와서 보니 동지들이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한 판 몸싸움이 불가피하겠구나 생각하면서 다가가보니 먼저 와 있던 홍준표 동지(민주노총 전 부위원장)가 천막을 치기로 경찰과 협상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속으로 날도 추운데 몸싸움을 하지 않아도 돼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사무금융연맹 신임 위원장 당선자 정용건 동지께 인사말로 “잘 하셨습니다!” 했더니 “지금이 비상한 국면입니다.”라는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내심 뜨끔했습니다. 선거 기간 전국의 투쟁사업장 동지들을 만나면서 진심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맘먹긴 했지만, 정작 비정규 개악안 강행 통과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냉철한 정세 분석과 단호한 실천 의지는 부족하지 않았나 부끄러웠습니다.

천막 치는데는 이골이 난 전비연 동지들을 중심으로 찬바람을 맞아가며 30여명의 동지들이 한 무리가 되어 우당탕거리며 세 번을 이랬다 저랬다 고쳐가며 농담과 핀잔과 고성이 오가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 어둑해질 무렵 비닐 천막이 다 쳐졌습니다. 처음엔 특수고용 동지들 의견이 주를 이뤘다가 결국 서울일반노조 동지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집 한 채 지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무금융연맹 동지들이 가져다준 커피 한 잔이 꿀맛이었습니다.

바닥에 깔 스티로폴은 인근 방송사비정규노조에서 주봉희 위원장님이 가져오셨습니다.

왁자지껄 분주하게 움직인 끝에 사무금융연맹과 전비연 합작 농성장이 지어지니 참 보기 좋았습니다.

40여명으로 불어난 동지들이 원형으로 빙 둘러서서 약식 집회를 가졌습니다. 사무금융연맹 사무처장 당선자 이현주 동지의 사회로 먼저 전비연 구권서 의장님을 비롯한 전비연 동지들의 소개 및 결의 발언이 있었고 다음으로 신임 임원 당선자 동지들을 주축으로 사무금융연맹 동지들의 자기소개 및 결의 발언, 마지막으로 정용건 동지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습니다.

집회 도중 민주노동당 당대표 후보 조승수 동지가 오셔서 인사말과 함께 간단한 투쟁 결의를 밝혀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약식 집회를 끝내고 농성장으로 들어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정용건 동지가 내일 오전부터 단식에 돌입한다는 얘기를 듣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우선 내일 비대위 및 임원 후보 기자회견 후 후보 전체 간담회가 있으니 그 자리에 참석해서 후보들이 공동 거점농성투쟁을 결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정용건 동지는 직접 참석하거나 국회 정문 앞 단식농성으로 참석이 어려울 경우 다른 연맹 동지가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재작년 하반기 비정규 개악안 저지투쟁 국면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기조 아래 비정규직화 당사자인 정규직 동지들과 연대하고자 비정규직의 고통을 직접 겪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비정규노조가 앞장서서 열린우리당 당의장실 점거농성과 국회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으로 전체 투쟁을 선도했고,

작년 하반기 대표자 무기한 단식농성을 전개한 특수고용대책회의 동지들을 중심으로 한 전비연과 서울본부가 주축이 되어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을 일보 진전시킨 ‘비정규권리보장입법쟁취/투쟁사업장현안문제해결 공투본’ 결성으로 활동가들이 결집한 ‘비정규직철폐 현장투쟁단’과 함께 전체 투쟁을 선도했다면,

올해 2월 급박한 정세 속에선 대다수 정규직 노조가 주축인 사무금융연맹 지도부가 투쟁을 선도한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렇게 투쟁해야 합니다.
골간 조직인 연맹과 지역본부 지도부가 시퍼렇게 살아 투쟁을 선도적으로 조직하고 솔선수범하여 앞장서야만 단위노조 현장 대표자들도 뒤따를 것이고, 그 투쟁의 결의는 현장으로 이어져 마침내 조합원들도 투쟁으로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 선도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성 어린 투쟁이 중요할 뿐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총력을 다해 일당백의 결의로 투쟁을 조직하고 전선을 역동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사무금융연맹 동지들, 정말 고맙습니다.
뜨거운 동지애와 함께 투쟁의 결의가 솟구칩니다.
전비연 동지들도 비정규 당사자로서 먼저 치고 나가지 못한 것을 애석해 하면서도 다 똑같은 마음일 겁니다.
이번 달 정권과 총자본의 비정규 개악안 강행 통과 시도에 맞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투쟁은 바로 어제 사무금융연맹과 전비연이 함께 지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비닐 천막농성장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욕의 국회의사당 앞 여의도 칼바람을 맞으며 동지들이 피워올린 한 점 불꽃은 메마른 광야를 불태우는 들불이 되어 전국으로 번져나갈 것입니다.

그 투쟁의 맨 앞에서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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