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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기조 변화 전면 비판!!




[노동법 개정안 재논의, 민주적노사관계방안 마련이라는 기조의 변화에 대한 비판]

민주노총은 5월 16일 중집회의에서 이후 사업(투쟁)계획을 통해 비정규법안 재논의(재수정), 로드맵 폐기가 아닌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 쟁취라는 기조를 제출하고 이를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가동과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통한 노동계의 단일안 마련을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현재의 투쟁기조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이 제출하고 있는 비정규악법을 사실상 동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드맵은 그 자체로 폐기의 대상이지 협상을 통해 수정해야 할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될 경우 2004년 비정규법안 저지투쟁과 같이 3년동안 투쟁을 하면서도 수세적 투쟁(법안 상정하면 투쟁한다)을 넘어서지 못하고 또 다시 국회 일정에 끌려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민주노총이 비정규악법 폐기-로드맵 분쇄라는 분명한 투쟁기조를 가지고 2006년 전면적 총파업투쟁을 전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2년 6개월동안 비정규악법 폐기 총파업을 벌였지만 그것은 금속중심의 10만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마저도 국회일정에 종속되어 있어 투쟁동력을 상승시켜내고 확대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치게 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2006년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맞선 비정규악법/로드맵폐기 전국총파업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현장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가동, 한국노총과의 공조 등을 제기하면서 비정규악법 수정논의,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기조변화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현장공투단은 민주노총의 투쟁기조 변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이후 전국적 노동자총파업 투쟁을 위해 지금부터 현장/지역을 조직하는 투쟁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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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의 교섭에 기대기보다 대중투쟁의 힘을 믿고 가야 한다.
- 노동법 개정안 재논의, 민주적노사관계방안 마련이라는 기조의 변화에 대한 문제제기

1. ‘재논의’와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 마련’은 명백한 투쟁기조의 변화이다

4월 국회에서도 비정규직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 비록 민주노총의 힘이 크지 않아서 파업투쟁을 만들지 못했고,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것도 민주노총의 투쟁의 힘이기보다는 정부와 야당 간의 힘겨루기에 의한 것이었을지라도 우리는 투쟁의 힘을 다시 모으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투쟁의 힘이 하반기 노사관계로드맵 분쇄투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4월 17일에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정부의 입법안 폐기와 재논의, 노사관계로드맵 폐기와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이라고 이야기했다. 5월 1일 메이데이의 기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폐기”는 사라지고 뒤에 남은 ‘재논의’과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만 등장하고 있다. 양대노총 공조 복원을 논의하는 5월 14일 회의자리에서도 민주노총은 ‘기간제 사전 사용사유제한’을 중심으로 비정규법안 재논의(재수정)을 위한 공동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재논의’ 기조는 폐기 후 재논의가 아니라 사실상의 재수정안임을 밝힌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재논의’가 실상은 폐기 후 재논의가 아니라 ‘재수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노사관계로드맵도 폐기 후 논의가 아니라, 민주적 노사관계방안과 정부의 안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방식이라면 이것은 명백한 기조의 변화이다. 그러나 이런 기조의 변화는 아무런 논의 없이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자료 등에는 기조 변화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실제 논의가 진행되는 양상은 이런 기조 변화에 입각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은 정말 큰 문제이다.

정부의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은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위한 법안이다. 차별시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합리적’ 차별은 인정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이다. 고용의무가 고용의제로 바뀐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2년마다 한 번씩 해고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비정규노동법은 몇 가지 수정안을 거쳐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노동법 개악안의 완전 폐기와 그에 기반한 ‘비정규 권리입법 쟁취’를 이야기한 것이다. 둘을 섞어서 정부의 노동법 개악안을 몇 개 수정하면 된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정부의 기조와 동일한 것이다. 그러므로 ‘재논의’는 명백한 기조의 변화이고, 정권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노사관계로드맵도 마찬가지이다. 그 안에 직권중재 폐지 등 몇 개의 의미있는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법안의 목적 자체가 현장의 힘을 무력화하고 정부의 노동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이므로 이것을 폐기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 마련’이라는 형식으로 전환되면서 마치 정부와 우리가 안을 내서 서로 두 안을 비교하고 교섭하여 수정하면 되는 것인양 만드는 것은 현재의 정세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고 기조의 변화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비정규노동법이나 노사관계로드맵 모두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운동에서 현장의 힘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므로 몇 가지를 손본다 하더라도 그 본질에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왔기에 ‘저지’와 ‘분쇄’의 입장을 분명하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민주노총 단위에서 공식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재논의’와 ‘민주적노사관계방안’ 주장이 공개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단지 실용적인 접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분명한 기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의 기조는 분명하게 ‘개악 저지’와 ‘노사관계로드맵 분쇄’였지, 그것의 수정이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투쟁기조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토론해야 한다. 슬그머니 기조를 변화시키고도 마치 기조변화가 아닌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2.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와 노사정위 재편, 그리고 한국노총과의 공조가 갖는 문제점

이런 기조변화의 근저에는 노사정위원회 재편과 복귀, 그리고 한국노총과의 공조복원이라는 입장이 깔려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노총은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를 통해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이야기했고, 한국노총에서는 비정규권리입법을 제외하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5월 11일 양대노총 사무총장 및 정책실무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양대노총 공조복원과 비정규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재논의(재수정)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공유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노총에서 일관되게 정부와 열린우리당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사실상 기간제 사유제한을 인정하지 않는 등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을 밀어붙여왔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한국노총과의 공조가 핵심이 아니라 한국노총이 자신들의 기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한국노총 내의 비정규대표자회의에서도 한국노총의 기조에 대해 반대하고, 노동법 개악을 저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한 바 있다. 이런 한국노총의 태도 변화 없이 공조를 먼저 이야기하고, 공조를 위해서 오히려 민주노총의 기조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공조의 전제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한국노총의 태도 변화(즉 노동법 개악 폐기를 위해 공조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5월 9일 열린 상집 수련회에서 비정규법 재논의와 노사관계 민주화방안,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한미FTA 협상 저지 투쟁 등 5~8월 계획에 대해 토론을 벌인 결과, 양대노총 공조 복원 추진을 재확인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이 매일노동뉴스에 보도된 바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 문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그런데 상집이 임의로 복귀로 의견을 모으고 논의 안건으로도 제출되지 않은 상태로 신문들을 통하여 조합원들이 알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방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는 절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복귀의 근거도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정부에서 노동법 개악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강행처리하려고 하는 마당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간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에 정부에서는 노사정위원회 재편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재편방안은 노사정과 비정규직, 그리고 시민단체들,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방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노사정위원회의 논의가 훨씬 풍성해지고 민주노총의 아군이 많아지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2005년에는 몇몇 시민단체들이 ‘희망제안’이라는 것을 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노사정위원회라는 틀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 이유는 실업노동자, 빈민, 여성, 노인 등을 ‘노동계’가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부와 노사는 물론 이외에도 실업자, 여성, 노인,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의 협약’을 도출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즉 이런 방식의 노사정위원회의 변화는 노동계를 일종의 기득권자로 간주하고, 민주노총 등이 다른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을 사회적 합의의 틀 안에서 포기하게 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여성, 노인 등을 시혜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하여 그들의 이해관계를 마치 사회적 합의구조를 통해서 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길은 사회적 합의구조를 통해서 몇가지 ‘보호’ 조치를 마련함을 통해서가 아니라 투쟁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음으로써 가능하고, 그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적 합의에 매달려서 오히려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그들이 원하지 않는 보호조치를 만들어내고, 노동계를 기득권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매달려 노동자들이 그동안 투쟁으로 지켜왔던 단체협약과 현장의 권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다.

물론 정권과 자본이 단지 노동계를 압박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고, 몇 가지 조치들을 양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힘을 무력화한 상태에서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의 교섭력(그것이 실제로 강화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을 일정하게 높인들 그것이 실질적인 노동자들의 힘이 될 것인가?

그런 점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은 인정될 수 없다. 그것은 결국 ‘합의와 교섭’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의 의도에 우리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현장의 힘을 내어주고, 상층의 교섭력만을 인정받아서 결국 자본이 원하는 노동통제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3. 변경된 기조가 갖는 문제점

(1) ‘노동법 재논의(재수정)’라는 기조가 인정되면 안 되는 이유

첫째, ‘재논의’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재수정으로 가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재 기조는 결국 정부의 유연화를 위한 ‘특별법안’을 인정하는 논리이다.

정부의 노동법 개악이 노리는 것은 신자유주의적인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97년에 통과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는 유연화의 제도화를 위한 출발이었으며, 이번 노동법 개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상적 고용형태로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조치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조항 하나하나가 노동자에게 문제가 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러한 특별법안 자체를 만들어서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고 새로운 고용형태를 인정하게 만드는 행위 자체에 대해 반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저지’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논의를 한다는 것은 정부의 노동법안을 중심에 놓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고용형태를 제도화하는 특별법의 논의 자체를 완전히 저지하지 않고 정부의 입법안의 틀에서 논의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정부의 노동법 개악의 기본 골격을 건드리지 않고 수용하게 만든다.

둘째, ‘재논의’ 기조는 사회적 합의주의 기조로 인해 대중투쟁을 무력화한다.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서는 교섭이 아니라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민주노총은 대중투쟁을 조직하기보다는 교섭을 위한 압력행사로서 투쟁을 배치해왔다. 그 결과 국회 일정에 따라 투쟁 일정이 교란되고, 힘 있는 가두투쟁이나 대중파업이 조직되지 못했다. 그런데 ‘재논의’라는 기조는 결국 또다시 교섭과 합의의 틀에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을 맡기는 모양이 된다. 그 논의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되고, 교섭 논의에 온통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중투쟁을 방기하게 될 것이다. 재논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대중투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누구도 어떤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데 합의할 권리가 없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재논의하지 않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교섭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정권의 의도를 분쇄하고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 아닌가?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는 다음에야 일정한 양보를 통해서 최악으로 개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야말로 자본의 우리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논리이다.
노동법에 대한 수정과 합의는 일부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에 대해 합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을 15% 올려야 하는데, 힘이 없어서 10%밖에 못 올리는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 책상머리에서의 논의에 따라 어떤 노동자들은 합법적 비정규직이라는 멍에를 쓰게 되고, 그것을 민주노총이 인정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럴 권리를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설령 투쟁에서 우리의 힘이 강하지 못해서 우리의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특정한 노동자 보호를 위해 다른 노동자들을 구렁텅이로 내모는 합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고받기에 대한 합의는 민주노조운동에서 절대로 인정될 수 없었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구한다. ‘재논의’ 기조를 빨리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의 기조로 환원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정부가 이야기하는 특별법을 갖고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완전히 철회하고, 그렇게 한 이후에 민주노동당에서 제안한 비정규권리입법을 중심에 놓고서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재논의’는 명분을 어떻게 붙이든 정권의 힘에 대한 굴복이다. 정부와 함께하는 우리의 논의는 ‘정부의 노동법 개악안 철회’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다.

(2)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이 아니라 노사관계로드맵 폐기가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

4월 4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노사관계로드맵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을 대비해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의 ‘민주적 노사관계 방안’은 △국제적 노동기준의 보장 △비정규 노동자와 산별 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사자치의 보장 △고용안정의 보장을 4대 방향으로 하며 △직권중재조항 폐지와 긴급조정제도 요건 강화 △공무원, 교수, 교사의 노동3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산별교섭 보장과 산별협약 제도화 △복수노조 하 자율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및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 △비정규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폐지 △고용안정 보장 등 8대 요구라고 한다.

우리는 이것이 모두 관철되어야 할 우리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가 제출한 노사관계로드맵과 더불어 논의되면서 이 중 무엇을 양보 받고, 무엇을 양보하고 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정부는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가동하면서 로드맵의 과제들을 일괄처리하고 쟁점을 남긴다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이미 노사관계로드맵 논의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폐기투쟁을 하려고 한다면 명확하게 거부의사를 밝히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지금 당장 노사관계로드맵 논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하고 투쟁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에서는 오히려 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려고 한다. 폐기투쟁을 한다고 하면서 투쟁은 배치하지 않고 그 논의 테이블에 들어간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선택이다.

그렇다면 8대요구와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을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논의 기구 안에서 서로 협의하여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교섭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서 우리가 줄 것은 무엇이고 받을 것은 무엇인가?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이 민주노총 교안에서 이야기한대로 현장의 힘을 무력화하고 복수노조 시대에서 정권과 자본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노사관계로드맵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그 바탕 위에서야 우리의 요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칫 주고받기 방식은 결국 예전에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를 인정하고 민주노총 합법화와 정치활동금지 조항을 풀었던 것처럼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권리를 얻어내는 댓가로 노동자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내몰고 현장의 힘을 무력하게 만드는 조치들을 구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분명하게 노사관계로드맵 저지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결코 주고받기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세워야 한다.

4. 변명하지 말고, 현혹시키지 말고 대중투쟁을 조직하자.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는 수세적인 요구이기 때문에, 공세적 요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투쟁하고자 하는 노동자대중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정세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거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실제 정권과 자본의 공세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노동자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일정에 종속된 투쟁은 대중이 투쟁을 통한 자신감을 획득하는 과정이기 보다는 오히려 투쟁동력을 소진하는 과정이었다. 정권과 자본의 비정규악법 관철기도는 여전히 강력하다. 따라서 근거 없는 주관적 의지 수준의 ‘유리한 정세’판단은 투쟁기조를 교란시킬뿐이다.

정세를 유리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우리의 투쟁 외에는 없다.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그에 바탕하여 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과 노동법 개악을 분쇄하기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정세의 유리함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저지’는 수세적 요구라는 주장은 대중을 더욱 혼란케 한다. 맞다. ‘저지’는 수세적 요구이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공세적인 투쟁을 해보지 못했다. 96·97년 총파업도 정권의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이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그 이후 계속되는 자본의 공세에 의해 우리는 후퇴를 거듭했다. 결국 정권과 자본은 노동유연화를 제도화하고 노동운동을 통제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를 꺼내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반전의 계기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정세의 본질이다.

그런데 수세적 투쟁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 요구를 내놓으면 공세적이 되는가? 그것을 위한 투쟁의 힘을 조직하지 않고 말이다. 말로는 ‘공세적’인 요구라고 하지만 실은 정권과 자본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우리 요구 일부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정권과 자본의 논리를 합리화해주는 것이, 그러면서 투쟁의 힘을 떨어뜨리고 교섭에 대한 압력의 방식으로 제한하는 것이 무슨 공세적인 태도란 말인가? 정말로 공세적인 투쟁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사관계 로드맵 폐기를 위한 대중투쟁을 조직하자. 비록 그것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임원들부터 먼저 결의하고, 교섭에 연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대로 다양한 가두투쟁과 파업 전술을 구사하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투쟁을 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재논의’든 ‘민주적 노사관계’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전제 없는 ‘재논의’와 ‘민주적 노사관계’ 논의는 정권의 의도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기조의 변화가 주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는 결국 우리 내부를 혼란시키는 것뿐이다. 겉으로는 기조의 변화가 없이 마치 투쟁으로 쟁취할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교섭을 통한 주고받기를 획책하고, 그러면서 투쟁하고자 하는 현장의 조합원들을 기만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기조가 변화한 것이라고 떳떳이 이야기하라. 그리고 그에 대한 조합원들의 토론을 조직하라. 그 기조변화가 얼마나 기만적이며 우리 투쟁의 힘을 왜곡시키고 정권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분명하게 알리고 토론할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 분투할 것이다. 조합원들은 바로 그렇게 하기를 원할 것이다.

비정규악법 폐기-로드맵 분쇄 전국현장공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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