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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과 잇따라 정상회담 하는 문재인 대통령, 관전 포인트는?

미국·중국 모두 끌어안으려는 문 대통령, 군사옵션·무역 들고오는 트럼프 대통령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11-05 17:57:36
수정 2017-11-05 17: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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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오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오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뉴시스/AP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주에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요 주변국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진다. 주요 의제는 단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일 방한하는 도널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나흘 뒤인 11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베트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문 대통령은 이들 정상회담을 앞두고 ‘균형 외교’를 천명하며 미국과 중국 모두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지만, 셈법은 제각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끌어안으려는 문재인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한국으로서는 안보에 있어서 한미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지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과 미국 간의 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해 갈 필요가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역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중 간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를 하고 갈등의 핵심이었던 사드 문제를 봉합하는 수순을 밟았다. 한중 관계 악화는 두 나라 어디에도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곧 이어질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와 압박에 중국도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중국은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여전히 중국이 갖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그동안 우려를 표했던 한·미·일 군사동맹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간의 공조가 더욱더 긴밀해져야 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그것이 한국과 일본, 미국 간의 3국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이 북한의 핵을 이유로 어떤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것도 저는 우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3불(不)’ 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한중 간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로 한 협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국회에서 한 발언으로,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뉴시스

‘3불’ 원칙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 주목

이러한 한국의 입장에 미국이 어떤 공식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3불’ 원칙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정권과 관계없이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하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미국 현지시간) 아시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3불 원칙을 밝힌) 강경화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유보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의 동의와 협조를 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즈음하여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 등 한반도의 안보 현실이 매우 엄중하여 한미 간의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서의 포괄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이에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하여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갈까?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5가지 외교정책의 기본원칙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지지를 받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 등 5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충돌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할지도 주목된다. 한편으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확고히 하고, 더 나아가 ‘한국의 자체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에 대북 독자 제재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이 그동안 한국에도 독자 제재를 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는 독자 제재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메시지는 국회 연설을 통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동맹국 정상으로서 한미 관계의 견고하고 발전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북한에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수위의 발언을 내놓을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공감하면서도, 군사옵션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아시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속에서 군사적 노력 가능성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 것을 무책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이 매우 중대한 만큼 군사력은 고려해야만 하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토픽은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무역과 관련된 의제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아시아 첫 순방국인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아시아 순방에 관해 “지난 25년간 무역에 관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잘 다루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 부문(무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평하고 자유로운 상호호혜적인(reciprocal) 무역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반도 평화 위협을 규탄하는 국내 시위도 봇물이 터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관계 당국은 비상 대기 중이다. 이를 경계한 듯 청와대는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일본과 중국도 방문해 각각 정상회담을 가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동등한 입장(equal footing)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시 주석은 우리를 매우, 매우 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트럼프 방한 즈음한 시민평화행동 전쟁반대 평화협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트럼프 방한 즈음한 시민평화행동 전쟁반대 평화협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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