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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는 못한 일, 공정위 전속고발권 대폭 축소

김상조 공정위, 혁신안 중간 발표...'솜방망이에 물 먹이기'
2017.11.12 14:20:58
 

 

 

 

그간 유통업계 불공정행위 양산의 원인 중 하나로 여겨져 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대폭 축소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유통업체의 위법 행위를 직접 수사당국에 고발할 수 있게 됐다. 
 
솜방망이 논란을 낳은 낮은 수준의 과징금 부가 수준도 기존보다 2배 상향된다. 공정위 무혐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소비자나 기업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 가능한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된다. 
 
10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개선사항을 담은 '법집행체계 개선 TF' 논의결과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대폭 축소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유통업계와 대리점업계, 가맹업계 등을 중심으로 갑을관계에 따른 폐해 개선을 위해 해당 TF를 발족했다. TF는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과 외부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됐다. 그간 TF는 다섯 차례 회의를 통해 11개 개선 과제를 선정했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당 과제 중 △전속고발제 폐지 △과징금 부과수준 2배 상향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징벌배상제 확대 △지자체와 조사권 분담 등 5개 사항 개선을 확정했다.  
 
우선 공정위는 이른바 유통3법(가맹법, 유통업법, 대리점법) 상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갑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공정행위 근절이 시급하고, 위법성 판단 시 고도의 경쟁제한 효과 분석이 요구되지 않는다"며 "고소·고발 남발 및 무리한 수사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등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 
 
그간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형사제재로 이어지지 않아, 주로 힘 있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안방의 세월호 사건'으로 불린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터졌을 당시, 전속고발권 폐지 목소리가 컸다. 다만 당시는 표시광고법상 전속고발권 폐지가 이슈가 됐다. 이번 TF 보고서에서 표시광고법상 전속고발권은 존치키로 결정했다. 
 
이에 관해 김상조 위원장은 "표시광고법이 적용 범위가 넓어 TF 위원들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도 "오늘 발표 내용은 TF 위원 의견으로, 이 의견을 공정위가 그대로 따르겠다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향후 최종 결정 시 변경 여지를 남겨뒀다. 
 

▲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 법집행체계개선 TF 중간보고서 발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솜방망이에 물 먹인다 
 
제재 수준이 미미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과징금 수준은 기존의 두 배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담합에 관한 정액과징금 상한은 기존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상향된다. 시지남용의 경우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에 따른 과징금 상한은 2%에서 4%로 오른다. 
 
그간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관한 민사 제재수단이 미비한 데다, 과징금 수준도 낮아 기업의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담합에 관한 과징금 부과율이 기존 매출액의 5%에서 10%로 오른 걸 제외하면 근 20여 년간 법상 부과율 상한이 2~3%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왔다.  
 
이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서도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공정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담합 과징금 부과율 상한액은 미국의 경우 관련 매출액 대비 20%, 유럽연합(EU)은 30%에 달해 한국의 10%에 비해 크게 높았다. 
 
담합사건에서 부당이득 대비 부과 과징금액 비율도 미국(57%), EU(26%)에 비해 한국은 9%에 머물러 크게 낮았다.  
 
사인 금지청구제 도입 
 
공정거래법에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된다. 그간 공정위에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이는 공정위가 해당 건을 무혐의 결정한 경우, 이 결정을 수용하지 못해도 공정위에 재신고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피해를 입은 소비자나 기업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가해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중단 요청 소송을 곧바로 법원에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공정거래법은 물론, 앞으로 하도급법 및 유통3법에도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공정위는 앞으로 조사권 일부를 지자체와 나누기로 했다. 이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 이후 실효성 있는 시장거래질서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꾸준히 강조한 사안이다. 그간 공정위 인력이 부족해 공정위 조사권만으로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불공정거래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지자체가 조사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TF 논의 결과, 앞으로 공정위는 가맹분야에서 우선 지자체와 조사권을 분담하기로 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가 매우 커, 조사권 강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가맹본부 4200개, 가맹점 21만개, 종사 노동자 80만여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가맹사업의 경우 앞으로 17개 광역지자체가 가맹사업법 집행 여부에 관한 조사권과 처분권을 행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가맹분야 정보공개서 등록·관리 업무는 공정위에서 지자체로 이양하고, 피해 구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 분쟁조정협의회가 설치된다. 
 
이번 중간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6개 과제는 앞으로 TF에서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내년 1월 중 TF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내용은 의원 입법안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되지 않은 법안이 있다면 다시 판단해서 정부 입법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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