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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29명 사망한 제천 화재, 대체 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2/22 11:03
  • 수정일
    2017/12/22 11: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또다시 인재...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
2017.12.22 10:17:04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원인도 결국 인재(人災)였다. 21일 오후 3시53분께 9층 규모의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5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는 29명, 부상자도 29명에 달한다. 하지만 계속 수색 중이라 추가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은 건물 1층 천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전날 해당 스포츠센터에서 불길이 시작될 당시, 현장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 천장 부위에서 불길이 먼저 시작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는 1층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애초 추정과 다른 내용이다. 앞서 소방당국은 119에 최초로 화재를 신고한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서 불이 났다고 했고 건물 주변 목격자들도 주차장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당시 해당 천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실화(失火)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천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공사가 진행됐는지 등을 비롯해 누전, 전기합선, 공사 부주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등이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섰다. 
 

▲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사우나에서 발견, 왜? 
 
이번 사망자 29명 중 대부분은 건물 2층 여성 사우나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2층 여성 사우나에서 20명이 발견됐다. 이는 여성 사우나가 발화 지점인 1층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사고가 난 스포츠센터는 필로티 구조로, 1층에는 차량 15대가 주차돼 있고, 이곳에 여성 사우나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다. 주차돼 있던 차량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와 유독가스가 이 출입구를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측하고 있다. 또한, 사우나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밀폐돼 있다는 점도 사망자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2층 여성 사우나의 자동문 앞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견됐는데, 사고 당시 이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우나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에게 화상을 입은 흔적이 거의 없어 대부분 목욕탕 내부로 들어온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명의 사망자가 여성 사우나에서 발견된 것에 이어 나머지 사망자는 6층 헬스장에서 2명, 7층 헬스장에서 4명, 6층과 7층 사이 계단에서 2명, 8층 레스토랑에서 1명이 확인됐다.
 

▲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합뉴스

건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이 화재 키웠다 
 
불이 급속도로 건물 전체로 옮겨 붙은 원인으로는 건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이 지목되고 있다. 이 물질이 급속히 불길이 번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건물 외장재로 쓰인 물질은 드라이비트. 이 물질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로 외장재로 쓰인다. 하지만 불에 매우 취약해 대형 화재때 마다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드라이비트는 지난 2015년 1월 의정부 화재 당시에도 문제로 지목됐다. 
 
정부는 의정부 화재 이후 소방규정을 강화해 지난 2015년 10월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 불연성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그 이전에 지어져 이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6∼8층의 경우,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연기와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사망자가 많이 없었던 3∼5층은 2층에 비해 대피할 여유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가연성 물질이 적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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