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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회심의 '평창 카드'… "운전자론 시동 걸었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평화 올림픽 하려면 연기 아닌 중단 검토했어야"
2017.12.21 01:37:45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공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미국에 이러한 제안을 했으며, 미국 측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훈련 연기는 북한에게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이 군사 훈련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으로서는 훈련 축소나 중단이 아닌 연기는 예년과 달라지는 것이 없는 셈"이라며 "연기만을 가지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인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이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든 중단이든 축소든 이런 식으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문 대통령이 내놓은 이번 제안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균형 외교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동안의 오해나 섭섭함을 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그렇게 남쪽과 관계를 푸는 것이 북한에도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혼자서 북핵 국면을 돌파해나갈 수 없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줄 때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며 "북한은 이미 예전 사례에서 이를 체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남쪽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가'라고 선언한 마당에 중국이 북한한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남한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당면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발표한 국가 안보전략보고서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라며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리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 협조를 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과 소위 '경제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인터뷰는 20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에 예정돼있는 합동 군사 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미 미국에 이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미국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이를 먼저 공개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세현 : 청와대가 정확히 언제 제안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이 설사 한국의 제안에 동의하기로 내부에서 결정했더라도 제안을 받자마자 자신들의 결정을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군사 훈련 이야기를 꺼낸 것은 미국의 동의 없이 내용을 까버렸다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내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같은 추정을 하는 이유는 대통령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측면도 있습니다.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앞서가는 편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슷한데, 이쪽 저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입 같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조율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같은 사안을 공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북한이 여기에 어떻게 호응해 나올지를 주목해야 하는데요. 사실 훈련 연기는 북한에게 큰 의미는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기존처럼 2월 말~3월에 하든 5~6월에 하든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제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 훈련에 대응하려면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에 반발하는 이유가 군사적인 측면도 있지만, 위협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이 100만 톤 원유를 비축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1년에 1억 300~400만 톤 정도를 사들이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는 우리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양입니다. 이 정도 기름을 가지고 군대를 움직여서 훈련에 대응해야 합니다.  

만약 군사 훈련이 연기되면 5월 말에서 6월 초에 훈련이 끝나는데,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또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력이 소진되는 시기가 다소 늦춰지는 것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 연기를 고려하겠다"는 입장 발표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유인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이후 대화 국면 조성까지 염두에 두고 나름의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핵을 둘러싼 현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일까요?  

정세현 : 만약에 내년 훈련을 올림픽 때문에 취소한다고 하면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관계개선 분위기가 조성되면 군사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평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한다면 연기가 아니라 중단을 요청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제안은 '연기'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봐야겠지만 일단 당장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입장은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립해가는 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든 중단이든 축소든 이런 식으로 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를 중심 축에 놓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지난 10월 '3NO' 발표와 한중 정상회담, 이번 조치까지 묶어서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국에 굴복했기 때문이고, 이것이 곧 주권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는 미국과도, 중국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실속을 챙기는 것입니다.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일변도 외교를 하는 것이 훌륭한 외교가 아닙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그런데도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 생긴 의전 문제를 가지고 국빈 방문이 실패했다고 하는데 외교에서 본질은 의전이 아니라 어떤 성과를 챙겨왔느냐로 봐야 합니다.  

이번 국빈 방문의 최종 결론은 리커창 총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향후 양국 경제, 무역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드로 얼어 붙은 양국 경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이렇다면 의전 문제에서 섭섭함이나 불쾌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봤을 때는 남는 장사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한국 내에는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미 이들은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전부터 중국에 끌려가는 것은 주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지난 10월 제기된 이른바 '3NO'와 관련해서도 중국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했죠. 그런데 미국 편에서 미국이 하라는대로 하면 주권을 존중받는 것일까요?  

평창 올림픽 참가가 북한에도 이득이다 

프레시안 : 문 대통령이 신호탄을 쐈기 때문에 이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북한이 신년사에서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까요? 

정세현 : 원칙적인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관련해서 훈련을 중단하라, 남쪽과 못 만날 이유는 없다, 남쪽의 태도를 봐가면서 회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등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군사 훈련의 연기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과 거리를 두고 균형 외교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그동안 가졌던 오해나 섭섭함을 풀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남쪽과 관계를 푸는 것이 북한에도 좋은 일입니다. 북한 혼자서 북핵 국면을 돌파해나갈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중간에 서서 조정자 역할을 해줄 때 북한에도 도움이 됩니다. 북한은 이미 예전 사례에서 이를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북중 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남쪽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가'라고 선언한 마당이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한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남한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당면한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북핵 문제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그널로 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이 비록 출전권을 딴 선수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다릅니다. 북한이 개회식 때 참석하고 동시 입장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큽니다.  

또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온다면 선수단만 참가하는 것은 아니고 그 기회에 정부 당국자들도 함께 올 겁니다. 그런 기회에 예를 들어 우리가 판문점 채널 복원하자는 제안을 던질 수도 있는 겁니다. 전화나 통신으로 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저 나라가 그래도 올림픽에는 나오는구나. 완전히 나쁜놈들은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올림픽 참가는 좋은 카드입니다. 북한도 웬만하면 올림픽에 참가해서 이미지 개선에 득을 보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종 참가 엔트리 마감인 1월 29일까지 계속 관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는 북한 선수단도 참가 준비는 끝났고, 이제 김정은의 결정만 남았다고 분석하던데 미국의 태도와 국제 정세, 연합 군사 훈련의 추이 등을 보면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참가하겠다고 결정하려면 미국 쪽에서 신호가 나가야 하는데, 현재 미국 방침이 정해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의 책임자들이 말하는 것이나 스타일로 봐서는 쉽게 조율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미국, 북핵 해결 의지 있나?  

프레시안 :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난주 발언을 두고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일관된 방침이 없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세현 : 트럼프 대통령, 틸러슨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말이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미국 시간으로 18일에 공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도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게 아니라 이것저것 되는 내용들을 마구 꽂아 넣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핵 문제를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했다는 겁니다. 이는 냉전식 사고인데요. 북핵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그리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 협조를 구할 수 있을까요?  

특히 미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과 소위 '경제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창출, 즉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일본과 호주, 인도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광범위하게 압박해 들어가는 구실로 북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헤게모니가 빠른 속도로 중국에 침식당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핵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고 미국의 주요 당국자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면 미국이 북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기 쉽지만, 미국은 북핵이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한국‧일본과 같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이 부분에서 미국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요? 

정세현 :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MD의 히스토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우리에게 MD를 팔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가 나오게 된 것이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계속 미국은 MD 판매를 시도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 화해 협력 정책을 통해 북한이 우리에게 핵이나 미사일을 쏘지 않게 만들겠다고 하면서 MD 구입 강요에 대응해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MD만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켜왔죠.  
 

▲ 1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다른 어떤 정권보다 높았습니다. 미국은 이 점에 착안해서, 즉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적개심을 이용해서 무기 판매를 늘리자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즉 앞에서 살펴봤듯이 MD는 지금 생겨난 문제가 아닙니다. 계속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21세기 내내 미국이 계속 정책적 측면에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미국은 냉전 때만 해도 소련과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그러다가 냉전이 없어지면서 MD 체계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에 MD를 들여놓으면 좋지만, 한국이 거부하면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을 포위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면 그만입니다. 미국은 그런 방식으로라도 MD 체계를 완성하려 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협조가 업더라도 MD 구축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정부도 아마 미국의 MD 완성 계획을 검토했을 겁니다. 그 결과 계속 미국의 요구대로 계속 가다보면 결국엔 버틸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3NO' 입장과 MD 구축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우리가 MD 구축을 거절하면 동맹이 깨지는 것은 아닙니다. MD 구축은 한미관계에서 그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는 사안은 아닙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 하면 중국 내에서는 한국의 '3NO'를 받아주는 것으로 사드를 봉합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군부에서 불만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세현 : 중국은 한국과 사드 문제를 봉인하는 과정에서 너무 양보만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외교에서 합의라는 것은 각자 해석을 유리하게 하면서 다시 또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입장에서는 한국과 사드 갈등을 마무리 지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사드를 적당히 봉인하고 '일대일로'를 위해 서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대일로가 유라시아 세력권을 중국 아래에 두겠다는 건데, 이러려면 중국의 외교 및 경제 분야 관계자들이 총동원돼야 합니다. 한국 정부도 중국이 일대일로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드 문제를 봉인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측도 일정 부분 한국 측에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정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도 한국이 사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또 우리가 미국이랑 동맹을 끊고 중국과 맺는다고 해도 중국은 우리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중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해결해야 할 사드 문제를 왜 우리가 '3NO' 입장 표명을 하면서 끼어든 것이냐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정세현 : 문재인 정부가 '3NO'를 밝힌 것은 미국과 사전 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과 교감 없이 이런 선언을 할 수 있는 외교관은 한국에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이는 미국의 승낙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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