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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노동자·민중이 외친 “진짜 적폐청산은 ‘분단적폐 청산’, 양심수 석방”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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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5/20 04:26
  • 수정일
    2018/05/20 04: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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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주년 5·18 정신계승 노동자·민중대회…한상균 어머니·이석기 누나 숙연해진 편지
김주형 기자 kjh@vop.co.kr
발행 2018-05-19 21:50:28
수정 2018-05-19 21: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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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진보연대는 19일 오후 3시 금남로 특설무대에서 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대회)를 열고 ‘분단적폐 청산’ 등을 촉구했다.38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에 이어 다시 한번 금남로에 숱한 사람들이 모여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반대” “한반도 자주통일 실현” “노동적폐 완전 청산” “민중 직접정치 쟁취” 등을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박행덕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전국에서 광주를 찾아 5·18 정신계승을 다짐하는 7천여 명 노동자·민중이 참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5·18 정신 평화통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
박행덕 민중공동행동 대표 “미국을 걷어내고 자주적 평화통일로 매진하자”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미국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대회에서 미국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1980년 5월 암흑의 나라였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고 있을 때 광주는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쟁취를 위해 횃불을 들었다”고 당시 암흑 속에 빛을 밝힌 5·18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광주의 항쟁정신은 마침내 촛불로 부활해 박근혜 퇴진 등 꺼져가는 이땅의 운명을 되살렸다”고 촛불항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나아가 “38주년을 맞은 광주항쟁이 촛불혁명으로 되살아나는 이 시기 적폐청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주노총은 5·18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박행덕 공동대표 또한 대회사에서 “5·18 38주년을 맞지만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고백한 뒤 “5·18 학살의 진실, 통합진보당 해산의 진실, 수많은 진실 뒤에 바로 미국이 있다”고 미국의 책임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구름을 걷어내야 진실이 떠오른다”면서 미국의 실체와 그 책임을 걷어내고 “우리는 완전한 자주통일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힘차게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한상균 어머니, “가석방 소식 기뻐…모든 양심수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최근 가석방이 결정돼 곧 풀려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가 그동안 힘써준 민중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최근 가석방이 결정돼 곧 풀려날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가 그동안 힘써준 민중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하지만 이날 여러 대표들의 연설보다 반가운 얼굴들이 무대에 섰다. 이틀 뒤 가석방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어머니 임선복 여사와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9년을 선고받고 여전히 투옥돼 있는 이석기 전 의원 누나 이경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한 전 위원장 어머니는 직접 써온 편지를 읽으며 석방투쟁에 힘을 보태준 노동자, 민중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임 여사는 “어제 저에게는 이 세상 어느 소식보다도 기쁘고 감격스러운, 아들의 석방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그 동안 가슴아리며 애태웠던 수많은 세월의 한들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큰 기쁨이었다”고 아들의 가석방 소식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아울러 “이 모든 일들이 양심수 석방을 위해 기꺼이 함께 해주신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분이다”라고 하면서 거듭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아직도 수많은 양심수들이 차가운 감옥에서 가슴 아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땅에 구속된 수많은 양심수들이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이 나라의 희망의 빛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여러분과 함께 빌고 또 외쳐본다”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한 전 위원장은 그리운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지만, 여전히 감옥에 갇혀 그리운 사람들과 사랑하는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야 할 양심수들이 있다. 그 가운데는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수감돼 혐의는 무죄가 됐지만 ‘내란선동’으로 죄목을 바꿔 길게는 징역9년을 살아가야하는 사람도 있다.

이석기 전 의원 누나 “석기야 내 동생아, 조금만 기다려라” 오열해

이석기 전 의원 누가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 누가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그가 바로 이석기 전 의원이다. 이날 이 전 의원의 누나 이경진씨는 준비해온 편지를 눈물로 읽어내려갔다. 지난해 사고로 다친 다리를 끌고 부축을 받아 무대에 오른 이 씨는 “영하 이십 도에 인왕산 칼바람을 맞으며 청와대 맨몸농성을 하던게 엊그제 같다”고 운을 떼면서 “세상 사람 다 안아주는 것 같은 대통령, 그 대통령이 끝내 외면하던 이석기 누나를 이곳 광주가 안아주었다”고 지난해 12월 양심수석방문화제에서 지지하고 격려하고 함께 분노해준 광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청와대 앞 1인시위를 6개월째 이어오고 있는 이 씨는 “신년 특별사면을 앞두고 억울하게 갇힌 모든 분들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석방되기를 기도했다. 단 한 명도 빼놓지 말고 석방하라고 했는데 단 한 명도 석방하지 않았다”고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 말하면서 끝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까닭은 대체 무엇인가. 억울해서 서러워서 물러날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나아가 현재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빚대 “총칼을 맞대던 사이인 남과 북도 이제는 서로 화해하는데, 슬픈 과거와 아픈 상처를 딛고 이제는 새시대로 나아가는데, 제 동생을 감옥에 잡아둘 핑계거리는 대체 무엇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동생이 의원회관에 첫 출근할 때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의정활동하겠다’고 했다. 훗날에야 그 말 뜻을 알게 됐느데, 불의에 눈감지 않고 서슴없이 자신을 던지겠다, 통일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라면 찰나의 순간에도 한생을 바치겠다. 동생이 약속한 것은 그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독재가 무너지면 독재에 맞섰던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나가야 하고, 분단의 둑이 무너지면 통일에 앞장서던 사람들이 나라를 끌고 가는게 세상 이치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동생이 현장 교대조 마다 돌며, 사업장마다 돌며 손잡고 감사 인사, 환영의 포옹을 할 그 날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자. 힘없고 늙은 몸이지만 끝장을 볼 때까지 청와대 앞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석기야 내 동생아, 조금만 기다려라”라는 말을 절규하듯 목청껏 쏟아내면서 “오월정신으로 마주한 노동자들, 농민들, 시민들, 민중들과 함께 옥문을 열러 한걸음에 달려가마. 어서 나와서 통일의 사명을 함께 다하자”고 쥐어짜듯 말하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는 모든 기력을 쏟아부었는지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했고, 겨우 부축해서 내려온 무대 아래에 쓰러져 오열을 터뜨렸다.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은 사죄하라’ ‘오월에서 통일로’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거리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돼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거리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돼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주형 기자

누나의 슬픔과 오열과는 달리 멀리 현수막 속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현수막에는 “평화를 먼저 말한 사람, 이석기는 석방되어야 합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또한 그와 함께 내란음모사건으로 징역 2년 옥고를 치르고 지난해 11월 만기출소한 우위영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이전 ‘노래마을’ 등에서 가수로 활동)이 아직도 갇혀 있는 이 전 의원과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민중가요 ‘파랑새’(박종화 글·가락)를 애잔하게 불러 노동자·민중들을 촉축하게 적셨다.

우 씨 뿐만 아니라 노래극단 희망새는 제주4·3에서 5·18을 거쳐 촛불항쟁까지 수구보수세력과 그 속에 스며 노동자·민중을 짓밟아온 미국에 대항해 피흘려 싸우고 있는 민중들을 그린 노래극을 선보였고, 전국노동자노래패와 춤패는 합동공연으로 노동자·민중들의 힘찬 투쟁을 형상화 했다.

대회를 마친 7천여 명 노동자·민중들은 무대 양쪽에 세워져 있던 ‘오월학살 진짜주범 미국은 사죄하라’ ‘오월에서 통일로’라고 그림과 글씨로 써진 조형물을 밀고 끌며 금남로 일대를 행진한 뒤 3시간에 걸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38주년 5·18민중항쟁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민중대회가 19일 오후 3시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노동자·민중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노래극단 희망새가 제주4·3부터 5·18민중항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맥스썬더 한미연합 전쟁연습까지 현대사를 노래극으로 펼치고 있다.
노래극단 희망새가 제주4·3부터 5·18민중항쟁,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맥스썬더 한미연합 전쟁연습까지 현대사를 노래극으로 펼치고 있다.ⓒ김주형 기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노동자노래패연합과 춤패 연합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전국 노동자노래패연합과 춤패 연합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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