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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도들이 뜻 모았다, 설정원장 퇴진하라” 보신각 앞서 열린 촛불 법회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설조스님 단식 39일차 맞아 종단 개혁 촉구 촛불 법회 개최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8-07-28 20:33:21
수정 2018-07-29 01: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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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불교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불교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다.ⓒ김철수 기자


88세 설조스님이 단식 39일차를 맞은 28일, 조계종 적폐청산을 촉구하는 불자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설조스님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며 "설정 총무원장은 물러나라"고 목소리 높였다."종도들이 뜻 모았다. 설정원장 퇴진하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 보신각 앞에서 '설조스님과 함께하는 사부대중 촛불 법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가한 1천여명(주최측 추산)의 불교신자와 시민들은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 등 3원장 퇴진 ▲자승 전 총무원장 구속 ▲종단개혁 등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조재현 참여불교재가연대 운영위원장은 녹색병원 이보라 의사가 이날 단식장을 방문해 설조스님의 현재 건강상태를 진단했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설조스님의) 장기가 타고 있는 상황이고 혈압이 떨어져 있어 지금 당장 쓰려져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며 "이제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설조스님 이렇게 놔둬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단 개혁 위해 우리도 목숨 걸고 싸우자"
동조단식 동참 촉구
"설조스님이 시작한 촛불은 어둠 몰아낼 횃불 돼"
임순례 감독, 설조스님 단식 중단 호소 편지 낭독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원정도박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이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원정도박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이다.ⓒ김철수 기자

6일째 설조스님과 함께 동조단식을 하고 있는 이용성 풍경소리 사무총장은 "덩치도 좋고 젊은 제가 단식을 하는 것도 힘든데 스님은 내일이면 단식 40일째"라고 힘겹게 입을 뗏다. 이어 "제가 오늘 아침에 (설조스님께) 문안인사 드리면서 '저 이제 6일 했는데 힘든데, 스님은 어떻게 버티시냐'고 물었더니, '내가 마음을 굳게 먹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딱 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무총장은 "이런 분이 단식으로 건강을 해쳐서 우리 싸움의 끝을 같이 못 보면 안 된다"며 "스님 옆에서 이 싸움을 끝낼 때까지 우리도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확신을 주면 설조스님도 단식을 그만둘 것"이라고 동조단식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우리 생애의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 등의 영화를 만든 임순례 영화감독도 자리했다. 임 감독은 지난 16일 설조스님과 함께 1일 동조단식을 진행했고, 그 뒤로 9일 동안 한끼 단식을 수행했다. 임 감독은 "저에게 부처님의 말씀이 리틀 포레스트이고, 한국 불교가 한국인의 리틀 포레스트인데, 몇몇 권승들이 한국인의 숲을 이렇게 망쳐 놓게 해서 되겠냐"며 "우리가 왜 조용히 수행하고 불교의 정신을 서로 조용히 전파해야 할 우리들이 이 염천에, 바닥에 나와서 앉아 있어야 하는 지 정말 울분이 생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임 감독은 전날인 27일 설조스님께 단식 중단을 호소하기 위해 전달했던 편지를 낭독했다. 임 감독은 편지를 통해 "불교는 불살생의 종교이다. 스님의 선택은 조계종 종단을 살리기 위한 것이고 소멸이 아니라 회생을 위한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생명의 비자연적인 소멸을 받아드리기에 이 불자는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은 부족하나마 자유국가이다. 스님의 목숨을 담보하지 않아도 방법이 있는 나라라는 것을 믿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이 염천에 수많은 신도들과 스님들이 함께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순례 감독은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의 생전 얘기를 꺼냈다. 임 감독은 "노회찬 의원이 고민을 상담하는 조카에게 말했다. 고민이 있을 때는 가장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하라고. 스님께서는 아마 지금 단식을 중지하시는 일이 아마 단식을 지속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선택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한국 불교를 생각하는 사부대중을 위하여 부디 그 어려운 선택을 해주시길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롭고 올바른 사람은 결연히 이 세상을 하직하고, 부정직하고 탐욕스러운 무리들은 한량없이 뻔뻔한 낯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이 아프고 좌절스러운 현실을 저희들에게 또 한번 각인하고 떠나시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설조스님의 초인적인 행동으로 이제 불교계 안팎, 사회 각계, 언론 등에서 조계종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스님이 시작하신 작은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큰 횃불로 커져가고 있다"고 종단개혁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 감독은 "설정원장은 이 자리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시점이 언제냐의 문제일 뿐 그자리를 내려올 방법이외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그 분이 내려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설조스님이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한국불교 조계종단의 개혁은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임 감독은 "불자들이 이 어둡고 혼란한 시기에 맘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큰 스님으로 저의 곁에 현존해 주시길 온 마음 다해 빌어본다"며 "부디 오늘 자로 단식 중지를 선언해 주시길 바라며"라고 끝을 맺었다.

"설조스님 목숨 건 숭고한 뜻 이어받겠다"
스님들도 종단개혁 촉구
조계종의 3원장의 범계행위 질타하는 재가자와 불자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원정도박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이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원정도박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이다.ⓒ김철수 기자

스님들도 집회에 참석해 설조스님의 단식 중단을 호소하며, 종단 개혁을 촉구했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허정스님은 "설조스님이 설종원장이 내려오는 것으로 종단이 깨끗해진다고 생각 안 한다"며 "승려대회를 통해 총무원장 직선제가 통과되고 출가를 했을 때 맨몸으로 절집에 들어와 입을 걱정, 먹을 걱정, 잘 걱정하는 출가자들에게 수행 보조비라는 명목으로 일정 부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려대회 이전과 이후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진정한 개혁은 그런 것이고, 제도가 바꿔서 승려가 청정할 수 있을 때 우리도 당당한 스님을 만나서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선원수좌회의 한 스님은 "설조스님의 간절한 뜻이 저의 마음을 울린 것 같다" 울먹였다. 곡성스님은 "저 하나라도 앞장서면 불이익 당할 것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선원위수좌스님들께서 한 명이라도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스님은 "우리 불자님들께서, 일부 앞장선 스님들의 노고로, 설조스님의 목숨 건 투쟁의 숭고한 뜻으로 정말 좋은 기회 맞이했다"며 "선원스님들을 비롯한 수행자들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국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그간에 불거졌던 조계종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했다. 김 상임대표는 "불교대통령인 설정스님은 비구니 스님을 성폭행하고 임신을 해서, 바로 당사자가 증언한 내용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고 있다. 교육원장이 종무원을 데리고 대구 시내 나가서 성추행하고, 술집 끌고 나가다가 미투에 걸렸다. 포교원장 역시 여자 직원에게 '너 딴 사람 생각하면 죽을 줄 알아'라는 성희롱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가 들켰다"며 "그런데도 세 명 원장이 아직도 내려오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의 배후에 바로 자승 전 총무원장"이라며 "자승 전 총무원장이 서울 시내 돌아다니면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유와 협박을 하는 것을 본사 주지스님이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설정 원장이 따르겠다고 하는 종도의 뜻은 자승 전 원장이 장악한 본사 주지와 종회 의원들로 구성된 세력"이라며 "(자승 전 원장)은 설정원장 퇴진 이후 자신에게 칼 끝이 돌아올까봐 종단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하려고 음모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교계 조계종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자승 전 원장을 구속 시켜서 두 번 다시 부처님 곁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설정퇴진 자승구속'이라고 적힌 파란 몸조끼를 입은 불자와 시민들은 "중앙종회 해체하고 개혁회의 구성하라"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더위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도정스님이 직접 만든 '해외 원정도박승 구속하라"라고 붉은 글씨가 적힌 부채로 더위를 식혔다. 이들은 "상습도박장 개설 자승을 처벌하라", "청정도량에서 상습도박 웬말이냐" 등의 손팻말을 높이 올렸다.

촛불 법회 이후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부터 설조스님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장소인 조계사 우정총국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전국불교청년들, '조계종 적폐청산'과 '설조스님 살리기' 나서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원정도박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이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불교개혁 촉구 촛불집회 진행 참석자들이 원정도박승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은 조계종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설조스님 단식 39일째이다.ⓒ김철수 기자

이날 사전집회에서 대한불교청년들도 조계종의 적폐청산과 설조스님 살리기에 뜻을 모았다.

대한불교청년회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이하, 불청사랑)은 이날 오후 5시 조계사 건너편 조계종 템플스테이관 앞에서 '조계종 적폐청산과 설조스님살리기 전국불교청년 1080인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불자와 시민 등 40여명(주최측 추산)은 "설조스님 힘내세요", "설종스님(총무원장) 물러나라", "자승 땡초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호에 맞춰 호루라기를 불고, 북과 징을 치며 집회 분위기를 올렸다. 맞은 편에 있는 조계사에서는 불경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에 집회 관계자는 "이 시간에 틀어놓지 않는데,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서 금강경을 틀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불교청년회·전·현 회원들로 구성된 불청사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언문과 명단을 공개했다. 불청사랑은 설조스님 단식 25일차부터 단식 39일차인 28일까지 전국의 1,100여명의 불자들이 선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불청사랑은 선언문을 통해 "세수 88세 설조스님은 오로지 부끄러움을 아는 청정한 승려가 종단의 소임을 맡기를 원하는 비원(소원) 하나로 온갖 비리로 인구(사람들의 입)에 회자된 3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임종게(고승들이 입적할 때 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를 남기고, 목숨을 던지는 단식정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계권승들을 향해서는 "죽음이라는 최후의 족적 하나만을 향해 걸어가고 계시는 노스님의 뒷조사를 한다며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고, 파계승려 어느 누구 하나도 참회하는 자 없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자가 없음에도, 그들과 같이 근본적인 개혁을 하자며 노스님을 희롱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지금의 조계종 권력승들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탄핵받지 아니할 특권을 누릴 수 없다"며 "지금 그들이 누리는 것은 청정한 스님에게 바치는 신도들의 청결한 공양물과 국민 혈세를 훔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 피디수첩에서 보도된 조계종 권승들의 일탈은 일반인에게도 경악 그 자쳬였다"며 "그럼에도 청년불자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부처님께서 지금 이 시간에 우리를 존재하신 뜻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청사랑은 "청년불자들은 설조스님을 외호하고(외부에서 보호하고), 살리는 길이 조계종단에서 가짜 비구승려를 퇴출함에 있어 각인하고, 그들의 퇴출운동에 동참한다"며 "우리는 불교파탄의 도덕적·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할 현 조계종 집행부와 중앙종회가 해체되고, 사찰과 종단의 재정 투명성, 종단의 자정기능을 마련할 비상혁신기구가 구성될 때까지 투쟁을 멈주치 아니한다"는 등의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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