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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진보-보수’ 가르기보다 지원 확대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5/09 07:15
  • 수정일
    2013/05/09 07:1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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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혁신학교 정책 포럼’ 개최...200여명 몰려 뜨거운 열기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입력 2013-05-08 23:19:12l수정 2013-05-09 02:08:21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은 8일 오후 2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혁신학교 정책 포럼’을 열어 혁신학교의 의의와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학교의 안정적인 추진과 전국적 확산을 위한 법적 지원 방안을 요구했다.

주최측은 학교를 개혁하고 공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혁신학교 지원 법률 제정 △한국교육 개혁의 중장기 비전과 방향 설정 및 국민적 합의를 위한 교육부를 넘어선 기구 구성 △교육부 특별교부금 축소와 혁신학교 지원금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해 200여명 학생들 자살 행렬...아이들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지 않겠냐”
 

혁신학교 설명하는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학교 정책포럼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신학교의 가능성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첫 순서인 기조강연에 나선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은 현재 지식위주 교육과 대학입시에 매몰된 점 등을 한국 교육의 문제로 들며 해답으로 ‘혁신학교’를 제시했다. 김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경쟁주의, 차별주의, 서열주의 정책은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며 “한 해 200여명의 학생들이 자살 행렬에 뛰어들고 매년 6만여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아이들의 현재가 이렇게 불행하고 절망적이라면, 아이들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는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집단지성을 통해 학교자치, 학생인권 존중과 복지, 학부모·지역사회의 참여와 협치 문화 등을 만들어가고 있고, 학생·교사·학부모 모두의 행복한 배움과 성장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북의 경우, 작년 말 혁신학교 자체평가를 실시한 결과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80%를 훌쩍 넘는 만족도를 보였고, ‘학교 효과성 연구’(2012)에서도 일반학교와 혁신학교는 매우 의미 있는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의 과정도 중시했다. 그는 “만일 혁신학교 정책이 교육부가 정책 매뉴얼과 예산을 내려준 뒤 평가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러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교 개혁은 구성원의 자발성과 열정에서 출발할 때만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현재 일부 시·도 단위의 조례 제정을 통해 혁신학교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지방의회의 과도한 개입으로 예산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혁신학교 정책이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혁신학교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육감은 교육계, 학계, NGO단체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칭) 구성, 교육부 조직과 권한 축소와 보통교부금 확대 등 교육자치 확대 등도 제안했다.

“혁신학교를 ‘진보 vs. 보수’ 프레임에 가두는 것 자체가 문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발제 듣는 참가자들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학교 정책포럼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신학교의 가능성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번 포럼은 국회의원 모임인 ‘국회 혁신교육 포럼’,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을 비롯해 5개 시·도교육청, 학부모 단체 등 다양한 교육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소회의실에는 150여석의 좌석이 있지만 약 200여명의 인원이 행사장을 찾았고, 많은 이들이 여분의 의자를 마련해 앉거나 서서 행사를 지켜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 김성천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손동빈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실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인, 김유동 전남교육청 장학사, 오인환 서울형혁신학교 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홍순희 서울 수서초등학교 교사,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토론를 진행했다.

성열관 경희대학교 교수는 “혁신학교는 그동안 공교육 개혁 정책의 기조가 되었던 교사평가제, 일제고사, 고교서열화 등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 공교육을 오히려 황폐화시켜온 현실에 대한 대항적 산물”이라며 “신자유주의와 정반대의 길로 가는 것이 공교육의 이념과 교육 원리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혁신학교 운동으로 수렴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온 성과 일부를 광역 교육청 수준에서 제도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학교가 최근까지 성찰적 교사, 교사전문성공동체 등 발전된 교육학의 성취를 반영한 점 △경쟁에 의해 소외된 아이들의 ‘존엄’을 되찾아 준 점 △상생과 협력, 행복한 미래 시민을 교육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점 등을 들어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보수언론은 지나치게 혁신학교를 ‘보수 vs. 진보’의 프레임에 넣어 이해함으로써 ‘공부 안 시키는 교육이 진보가 원하는 교육이냐’며 혁신학교를 마치 점수가 낮아지는 학교인 것처럼 감정적 ‘링크’를 생성해 왔다”며 “이들은 오직 교육의 성패를 ‘점수’로 보는 경쟁 욕망의 준거를 활용함으로써, 혁신학교의 의의를 애써 약화시키고자 노력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은 국가의 시스템하에 있는 것이고 교사 역시 국가의 노동자이므로 기존 구조와 규범의 사회화와 그것들의 재생산 ‘과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혁신학교에 ‘진보 vs. 보수’ 프레임은 논리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정상 vs. 비정상’의 프레임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혁신학교와 전교조를 연결시키는 프레임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
 

김승환 전북 교육감 '공교육의 변화, 혁신학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학교 정책포럼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신학교의 가능성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인도 성 교수의 발제에 동의했다. 권 편집인은 “현 정부의 행복교육이나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해 온 혁신교육의 문제의식이 모두 입시위주의 경쟁에 매몰된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아 정상화해야 한다는데서 출발했다”며 “그런 점에서 성 교수가 혁신교육을 ‘진보 vs. 보수’의 프레임이 아니라 ‘정상 vs. 비정상’의 프레임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권 편집인은 “교육문제 정상화는 더 이상 이념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사안”이라며 “전직 교육부 장관들의 다수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교육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권 편집인은 국가교육위원회만 구성되면 모든게 만사형통할 것이란 주장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권 편집인은 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단단히 뿌리를 내리려면 교육 3주체, 그 가운데서도 학부모들의 단단한 지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권 편집인은 또 “혁신교육에 대한 첫 번째 위기이자 기회는 내년으로 다가온 지자체 선거”라며 “혁신교육을 지지하는 교육감들이 현재 수준 정도로 당선된다면 혁신학교는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전체 학교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 수도 있지만, 혁신교육에 비판적이거나 무관심한 이들이 세를 넓혀갈 경우 혁신교육은 위축되거나 사라질 위험도 없지않다”고 말했다.

권 편집인은 “서울교육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그 예보라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특별감사와 외부평가 도입, 혁신학교를 지원해왔던 각종 시스템의 중단 등 행정적 압박은 물론이고 보수언론의 악의적 보도 등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혁신학교와 전교조를 연결시키는 프레임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 편집인은 혁신교육 운동의 전범이 된 경기도 양평의 조현초등학교 방문 경험을 예로 들어 전교조 출신 교장과 교사들이 중심이 돼 학교를 변화시키려 하자 의구심을 가졌던 부모들이 선생님들의 노력을 보며 편견이 사라지고 적극적 지지자가 됐던 점을 설명했다.
 

혁신학교 토론회 참석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학교 정책포럼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신학교의 가능성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혁신학교 토론회 참석한 이상규, 정진후 의원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과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학교 정책포럼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신학교의 가능성과 과제' 토론회에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의 발제를 듣고 있다.ⓒ양지웅 기자


 

김승환 전북 교육감 '공교육의 변화, 혁신학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학교 정책포럼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향한 혁신학교의 가능성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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