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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외교부, 제발 자국민 보호 좀 하세요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이 자신의 외교부를 신뢰할까요?
 
耽讀 | 등록:2013-05-09 08:55:53 | 최종:2013-05-09 09:02:5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지난 2009년 한국인 한아무개씨가 온두라스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교부는 처음에는 별 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씨가 무죄임을 확신한 아버지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신원보증을 해달라고 현지 대사관과 외교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국가가 개인을 위해 보증을 서준 경우가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나서지 않자 누리꾼들이 나섰습니다. <다음>에 한씨를 후원하는 카페 ‘only for 한지수’가 생기고, 트위터를 통해 한씨의 사정을 알게 된 정동영 의원이 국회에서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전국민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카페 ‘only for 한지수’는 2000여명이 후원에 참여했습니다. 또 후원카페 회원과 트위터 이용자들은 사건 초기부터 한씨 후원 바자회 등을 여는 등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추적60분>, <한겨레21>,<시사IN> 등이 나섰고, <딴지일보>는 사건 전모를 파헤쳤습니다.

결국 외교부는 그해 11월말~12월 초, 외교부 담당과장 및 직원, 남미법 전문가인 하상욱 외국어대 로스쿨 겸임교수, 국제법 전문가인 대한변협 유영일 변호사,법의학 전문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형중 박사, 강력사건 전문가인 수서경찰서 강력계장 김정섭 경감이 현지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010년 2월 15일 러시아 알타이 주에서 한국 유학생이 집단 폭행으로 숨졌습니다. 이어 한 달도 안 돼 같은 해 3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국 유학생이 흉기로 피습 당했습니다. 잇달이 터진 한국인을 상대로 터진 사건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자국민 보호'가 주요 임무인 외교부는 '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천영우 당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같은 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국립공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환경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왜 외국에서 난 사고는 외교부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황진하, 최구식 의원 등이 참석했는데 천 차관은 “우리 국민의 외국 활동 사례가 늘다보니 부득이하게 사고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사고를 의식해 글로벌 코리아 정책이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외교부 차관 자격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지난 해 10월에는 그리스 경찰 한국인 관광객 폭행 사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그리스 현지 경찰의 무차별 폭행과 인종 차별적 발언이 있었습니다. 같은 달 23일 관광객 정아무개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지난 16일(현지시간) 저녁 아테네를 관광하던 중 갑자기 경찰 2명에게 폭행 당한 뒤 체포됐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 씨는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복 차림의 남성에게 “경찰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고, 같이 있던 사복 경찰 역시 자신을 때렸다 말했습니다. 정씨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했습니다. 특히 정 씨는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에도 다른 경찰로부터 ‘코리안 고 홈’이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뉴스타파>

당시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영사가 관할 경찰서와 상급 경찰서를 6차례 방문해 강력한 항의와 함께 가해자 처벌을 요청했다”며 “최근 가해경찰 신원을 확인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상급 경찰서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주그리스 대사관은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사건발생 9일 만에 유감 표명을 받아냈고, 외교부는 이 같은 외교적 성과를 공식 브리핑 석상에서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가해 경찰관 2명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처벌받지 않은 것입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그리스정부가 보내온 공문을 보면 ‘피해자가 경찰관들에게 여권을 제시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돼 있습니다. 폭행 사건 책임이 피해자 정씨에게 있다는 늬앙스입니다. 정 씨는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해 경찰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교당국에 적극적으로 항의해달라 여러 차례 민원도 넣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습니다.

특히 “정 씨 개인의 사안이며,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면 법적 조치를 강구해보라 말”합니다. ‘잘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말고 귀국하라’고 말했던 대한민국 외교부는 국민 관심이 사라지니 이제는 ‘증거가 부족하니 남 일’이라고 생각하는 외교부, 정말 대한민국 외교부 맞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앞에서 지적했던 한 아무개씨와 러시아에서 폭행당한 유학생들이 단적인 예입니다. 우리 외교부 이런 자국민 보호와는 달리 미국은 자국민 한 사람을 위해 전직 대통령이 적성국가까지 갑니다. 지난 2009년 8월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등 미국인 여기자들과 2010년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 재판을 받지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북한을 방문해 구했습니다. 미국인 자국민 한 명을 위해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는 데 우리나라 외교부는 개인 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미국와 우리 외교부가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이 자신의 외교부를 신뢰할까요? 당연히 미국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 외교부, 제발 자국민 보호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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